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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의 명물 김진현핫도그

by 배경진

점심은 무얼 먹을까? 한동안 집밥을 꾸준히 먹었으니 간식 같은 한 끼는 괜찮겠지? 그래, 오늘은 김진현핫도그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내 손님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 것 같은 그녀의 분위기에 이끌려 가끔 들르는 곳이다. 걸어서 도착한 상동의 가게 앞마당엔 노란 가자니아가 만개했다. 주인장의 손끝은 핫도그를 튀기고 얼굴은 손님을 맞는다. 짧은 커트 머리에 웃으면 반달이 되는 눈. 반달은 수시로 떴다 진다. 섬에서 유일하게 키오스크를 갖추었다. sns에서 나름 유명한 집이라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대여섯 명으로 몇 팀만 들이닥쳐도 정신을 못 차리니 키오스크라도 갖춰 손을 덜어보고자 함이다.


내가 고르는 메뉴는 늘 같다. 순한 맛의 핫도그+시원한 미숫가루. 4,000원+5,000원=9,000원이다. 얼음이 동동 뜬 미숫가루를 먼저 한 모금 마신다. 아, 차가워! 빨대로 얼음을 건져 내고 다시 마신다. 너무 걸쭉하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다. 딱 내 입에 맞는 맛. 핫도그에 인절미가루+설탕을 뿌린 다음,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가미하면 준비 끝이다. 가볍게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이 따라온다. 기름을 좋은 걸 쓰는지 뒷맛이 개운하다. 다음엔 크게 한 입 베어 볼록한 입아귀를 실룩이며 씹는다. 밀가루와 소시지와 기름이 섞이면서 나오는 고소한 풍미. 뱃속 시장기가 서서히 가신다.


손님 몇 팀이 빠져나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파도에 놀러 왔다 눌러 앉았고, 가게를 연 지 십년이 넘은 건 이미 아는 소식이다. 이 섬은 지내면 지낼수록 더 좋아진다고 말문을 연 그녀. 새소리로 하루를 여는 새벽이, 손님들의 웃음에서 묻어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단다. 그런데 마지막 말을 전하는 눈초리가 내려앉는다. 청보리 시즌엔 혼자서 감당이 안 돼 친정어머니가 와서 일손을 거들었는데, 아버지가 편찮아 같이 내려올 수 없어 접어야만 한단다. 아, 그래요? 작은 놀람 끝에 묻어나오는 아쉬움. 이 집만이 선사해주던 소소한 기쁨을 이제는 못 누리겠구나….


미숫가루를 마저 마시고 일어섰다. 그녀도 아쉬운지 한 마디 덧붙였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뇨, 더 들어갈 데가 없어서. 어디 가든 잘 지내세요.”

길든 짧든, 만남 끝의 헤어짐은 언제나 애잔하다.

정원에 핀 가자니아. 가자니아를 처음 만나고, 검색하고, 머릿속에 저장했다.
핫도그는 어찌나 튼실한지 한 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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