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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장마가 끝났습니다!” 기상청에서 선고를 해버렸다. 가뭄이 길어져 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에게 기상청의 발표는 얄미운 선고처럼 들렸다. 언제 장마가 오긴 했었나? 비 서너 번 온 걸 일러 장마라…. 그러고 나서 곧 이어진 폭염. 비 올 때 비 오고, 눈 올 때 눈 오고, 추워야 할 때 춥고, 더워야 할 때 더운 지구는 어디로 갔을까.
2
가파도에 폭염이 시작되었다. 이곳의 여름 햇살은 살인적이다. 뭍에서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섬 속의 섬엔 나무 한 그루 없다. 잡초만 성업 중이다. 나무 한 그루 없으니 그늘이 없고, 전부 납작한 집뿐이니 골라 디딜 그늘이 없다. 긴 세월을 살아낸 아름드리나무가 정말 절실하다. 서늘하기까지 한 카페에 가서 앉아 있고 싶으나 카페란 카페는 죄다 상동 터미널 근처에 포진해 있다. 거기까지 햇살을 뚫고 나갈 자신이 안 생긴다.
3
지난주는 이래도 되나 싶었다. 영상 29도로 시작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시간이 기울자 앞의 숫자가 바로 3으로 바뀌었다. 보통 때 같으면 새벽에 일어나 먼저 창부터 열어젖히고 지나는 새들에게 모닝 인사를 한다. 요즘은 그들마저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다. 청량한 소리를 내는 이웃마저 없으니 아침이 더 묵지근하다. 한낮의 햇살은 얼마나 땡땡한지 머리가 다 아프다.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가 다리통이 쓰려 죽는 줄 알았다. 흡사 장대비같이 내리꽂히는 햇살이다. 인정사정없다. 바닷바람이 불면 좀 시원하지 않느냐고? 한여름엔 갸들마저 집 나갔는지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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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 집에라도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우선 준비가 복잡하다. 선크림은 필수고, 파운데이션에 파우더까지 꼼꼼히 바른다. 얼굴 가리개를 쓰고, 쿨~한 팔토시를 끼고, 선글라스를 쓴 다음 마지막으로 암막 코팅된 양산을 들어야 준비 끝이다. 그래 웬만하면 대낮에 나서지 않는다. 첫새벽이나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다음부터 슬슬 바깥출입을 시작한다. 7월, 8월 계속 이렇겠지? 9월엔 좀 나아지려나? 아니 우선 7월, 8월 두 달 동안 살아남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