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트레이닝이 끝나고 드디어 혼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출근 시간은 주로 6시에서 7시 사이, 살고 있는 집과 호텔의 거리는 약 50분. 아침 일찍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새벽 4시부터 안 떠지는 눈을 간신히 뜨고 집주인이 깰세라 사부작사부작 출근준비를 한다. 머리는 드라이어로 대충 말리고 출근하는 길에 마르기를 바라면서 에너지바 하나 입에 물고 집을 나선다. 일찍 출근하는 건 힘들지만 새벽같이 출근을 하는 날에도 캐나다의 초여름은 약간의 빛이 함께인 점이 참 좋다. 주로 역까지 걸어가며 가족, 친구들이랑 전화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새벽 출근의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그렇게 핸드폰을 하며 트레인에서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살짝 차가운 바람에 정신을 살짝 차리고 출근할 때만 신는 검정 운동화와 함께 호텔로 향한다. 호텔로 걸어가는 길은 약 10분, 귀여운 청설모나 토끼를 만나 쉬어가기도 하고, 홈리스를 마주칠 때면 앞만 보며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밤새 호텔을 지킨 프런트데스크 동료와 인사를 하고 근무공간인 2층으로 올라가면 동이 트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매일 보는 풍경인데도, 보우강 뒤에 비치는 일출은 언제 봐도 참 예쁘다. 잠시 그 시간을 즐기다 업무를 시작한다. 일어난 지 2시간이 지났어도 아직은 새벽 6시, 완전히 에너지가 돌진 않지만 BEO(뱅큇/연회부서가 사용하는 이벤트 일정 및 세부사항이 적혀있는 종이)를 확인하며 어떤 걸 먼저 준비해야 할지 생각한다. 아침뷔페가 있는 날은 출근하자마자 미팅룸과 아침식사 세팅을 하는데, 반쯤은 감긴 눈으로 미팅룸에 둘 커피를 내리고 물과 탄산수를 준비하고 있으면 일찍 오신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하신다. 스몰토크를 하며 아침식사에 대한 가벼운 설명을 해드릴 때도 있고, 미팅 주최자분이 일찍 오시는 날은 이벤트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확인하며 특이사항을 확인하기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는 건 언제나 어색하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발 빠르게 아침뷔페를 준비하고 아침식사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본격 업무 시작, 중간중간 미팅룸에 들어가 커피와 물이 더 필요한지 확인을 하고 새로 리필을 해둔다. 10분 정도 지나면 미팅룸과 라운지를 돌아다니며 접시와 식기류를 치우기 시작한다. 아침식사는 대부분 가벼운 음식들이라서 치우는 것이 수월하기도 하고, 혼자 일을 하다가 손님들이 오셔서 북적북적해지면 에너지가 슬쩍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침뷔페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면서 커피 브레이크(이벤트 중간에 있는 쉬는 시간)를 준비한다. 브레이크는 주로 오전 10시 전후, 물과 커피를 미리 준비해두고 있다가 미팅룸 문이 열리면 조심스럽게 들어가 신경 쓰이지 않도록 빠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물과 커피를 새것으로 교체해 드린다. 이 시간이 끝나면 주로 점심시간을 갖곤 했는데, 싸 온 점심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한잔 하기도 하면서 바쁘게 걸어 다닌 다리를 좀 쉬게 해 준다. 살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쉬는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점심뷔페를 준비한다.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서 음식과 식기류를 세팅하고 물과 커피를 준비해 둔 다음 미팅룸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문이 열리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다시 물과 커피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어지럽혀져 있는 것들이 있으면 조용하고 빠르게 정리한다. 중간중간 뷔페를 보면서 음식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정리하면서 접시와 식기를 치운다. 처음에는 이벤트 인원이 얼마 되지 않을 때도 힘들었지만, 이젠 30명 정도는 혼자서 핸들링하기에 충분하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조급해 보이지 않게, 그리고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게 접시를 치우다 보면 점심시간은 곧 끝난다. 다시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고, 그러다 보면 오후 근무 동료가 출근을 한다. 특이사항 전달이라는 핑계로 한동안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다음날 이벤트를 확인하면서 어느 정도 바쁠지 대강 예상을 하고, 하우스키핑 부서와 프런트데스크부서에 들려 동료들과 조금 수다를 떨고 퇴근을 한다. 퇴근시간은 3시 전후, 해가 쨍쨍하다. 날이 좋을 때면 공원에서 산책을 조금 하기도, 팀홀튼에 들려 아이스캡을 한 잔 마시면서 날씨를 즐기기도 한다. 한산한 시간에 혼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직업의 장점이 아닐까!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트레인에 몸을 싣는 순간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녁메뉴를 생각함과 동시에 하루를 되돌아본다. 주로 혼자 일을 하기에 실수가 발생하면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초반에는 음식과 관련된 실수가 종종 있었다. 음식에 대해 질문을 하시는데 그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그럴 때마다 셰프에게 달려가면 해결될 문제 이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기에 중간중간에 적어두었던 내용을 한 번 더 확인을 하면서 외운다. 언젠간 어떤 질문에도 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다짐하면서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