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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여유로운 캐나다 사람들

by 김예인

빨리빨리 한국문화에 2n 년 절여진 한국사람이어 그런가, 가끔 여유로운 모습을 모여주는 캐나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트레인 멈춤

트레인에서 방송이 업데이트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던 길, 어느 때나 그렇듯 트레인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춘 트레인. 가끔 운행 문제로 멈춰가는 일이 있기에 그렇게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10분.. 20분.. 30분.. 이 쯤되니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주변엔 모두 평온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뿐. 그렇게 1시간이 지났고,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짜증이 몰려올 때쯤, 경찰들이 트레인에 타더니 내리라고 하더라.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린 후 다음 트레인을 타고 집으로 귀가를 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무슨 일인지 확인을 하면서 짜증이 얼굴에 드러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그러려니 기다릴 뿐, 경찰이 트레인에 등장한 이후에도 누구 하나 보채는 이가 없었다. 트레인이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차분히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대단하기도 했다.




구세주 같던 트레인 대체 버스

이때보다 더 당황했던 건, 출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트레인 이슈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트레인을 타고 출근하던 중, 갑자기 멈춘 트레인에선 다다음 역에서 문제가 발생해 운행을 멈출 거라는 방송이 나왔다. 거기에 덧붙여, 언제 운행을 재개할지도 모르겠다는 말과 아직 다운타운으로 가는 대체 버스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당장 호텔에 출근을 해서 이벤트를 준비해야 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당당하게 대체버스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금 웅성거리더니 모두 별말 없이 내렸고, 역 주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근처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그 사이 빠르게 준비된 버스 대체 편을 타고 다운타운으로 갈 수 있었다. 대체 편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바로 준비된 대체버스에 감사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바로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출근을 해서 동료들에게 트레인이 멈췄어!라고 말하니 다들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 한마디를 했다. 캐나다에서 정말 많이 들었던 'Hahaha It is what it is. It could be worse!'




다운타운 어딘가에 내려주고 가던 대체 버스

It is what it is.

'뭐 어쩔 수 없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이미 벌어진 거 어쩌겠냐는.



It could be worse.

'더 안 좋을 수도 있었는데 뭐'

상황이 더 안 좋을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 그대로 요즘 많이 사용하는 럭키비키의 사고가 아니지 않을까.



물론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럭키비키를 외치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이제 '뭐 그러려니'라는 마음을 조금은 장착하고 살고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누군가 불을 붙인 듯 화르륵 타오르고 했던 이전과 다르게 이제는 약간의 잔열만 주위에 은은히 맴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쩔 수 없지'를 생각하며 그냥 그러려니 살아간다. 물론 여전히 화가 많고 조급함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조금씩 이 사회에 물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화를 조금 누르고 허허 웃으면 'It is what it is'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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