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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요.

by 김예인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어디서 일할지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건 하나였다. 바로 호텔.



2019년, 호텔에서 받은 첫 사원증

미국 호텔에서 인턴을 한 경력이 있고 관광학을 전공하기도 한 탓에 어디서 일하고 싶은지 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 커리어는 코로나로 인해 관광업계에서 일을 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채용담당자로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관광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미국에서 1년 간 짧게나마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서비스업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더 경험해보고도 싶었다.



한국에서 미리 이력서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에겐 그런 준비성은 없다. 호스텔 라운지에 앉아 급하게 이력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하다 쓰지 않으면 공백이 길어지는 것 같아 그중에서도 프로그램 운영, 후보자 응대 등 서비스업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업무로 채워 넣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준비하고 프린트하여 파일에 가득 넣고 나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걸 직접 돌리러 다녀야 하는구나..!

*물론 온라인으로도 이력서를 낼 수 있지만 캐나다는 아직까지 직접 이력서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를 뽑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호텔 앞에 딱 서니 잔뜩 떨리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노숙자들로부터 숙박객을 보호하기 위해 정문에 잠금장치를 설치한 호텔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그 옆에 있는 호출 버튼을 보지도 못했다. 로비에도 직원이 보이지 않아 창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음식 배달원분께서 옆에 버튼 누르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으니 버튼을 통해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Hello! How may I help you?"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Hi! Can I talk to someone at the front desk? I'm looking for a job and would like to drop off my resume if possible!" 내뱉었다. 다행히 프런트데스크 직원분이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셨고 긴장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



세상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본론으로 이어갔다. 지금 직장을 구하고 있고 프런트데스크나 F&B(식음료)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업무 가능한 일정과 나의 백그라운드를 조금 말하고 매니저에게 이력서를 꼭 좀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다행히 미소를 잃지 않고 첫 이력서를 돌렸다. 해냈다!



그 뒤로는 자신감이 붙어서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들을 쏘다녔다. 원래 모든 건 기세라고 밀어붙이니 입 밖으로 영어가 잘 나오는 듯했다. 호텔을 돌아다니며 하는 말은 비슷했고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국 분을 만나기도 했다. 프런트데스크로 들어가 한 남성 직원 분께 이력서를 내고 싶다고 말하니 매니저에게 전달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이력서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렇게 이력서를 잠깐 보시더니 "한국분이세요?"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그렇게 놀랍고 반가운 마음으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직원분께서는 처음부터 프런트데스크로 구직은 어려울 수 있으니 F&B 쪽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본인도 그렇게 시작했다는 말을 덧붙이시면서 이력서는 꼭 매니저에게 전달 줄 테니 힘내서 이력서 돌리라는 말도 함께 해주셨다. 이렇게 또 힘을 내서 나머지 이력서를 돌렸다.



그렇게 다운타운에 위치한 거의 모든 호텔에 이력서를 돌렸다. 그중에는 이력서는 온라인으로만 접수를 받는 곳도 있었고 지금 당장 사람을 구하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우선 이력서를 돌렸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인터뷰를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뭔가라도 해낸 기분이 들었다. 그거면 된 거다. 이제 다른 서류 작업을 하면서 참을성을 가지고 인터뷰 연락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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