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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영어 면접? 뿌셔주지

by 김예인

호스텔 조식을 먹으러 나와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먹기 시작했을 때, 핸드폰이 위잉 울렸다. 개통한 지 며칠 안 되는 캐나다 번호로 전화를 줄 사람은 많이 없는데.. 연락을 받아보니 영어가 쏟아졌고 정신줄을 붙잡고 영어 듣기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이력서를 낸 호텔 중 한 곳의 채용 담당자가 전화 인터뷰를 위해 연락을 준 것이었다. 그렇게 눅눅해지는 시리얼을 뒤로하고 호스텔 라운지 한 곳에 우뚝 서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한 면접은 지원동기, 호텔에서 하고 싶은 일, 한국에서의 경력 등의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장장 15분 간 진행되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 이력서를 내러 호텔에 들어갔을 때, 이력서를 전달받은 사람은 총지배인과 프런트데스크 매니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온라인으로도 아직 공고가 올라가지 않은 F&B(식음료) 포지션이 열렸을 때, 나를 추천해 주셨다는 것. 사람이 풀리려니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모습으로 면접을 마쳤다. 최종 합격을 위해선 대면 면접도 봐야 하고, 방금 마친 전화 인터뷰의 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서 희망이 생겼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역시 사람은 웃으면서 살아야 하구나. 이력서를 돌리면서 입꼬리를 한껏 올렸던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졌다.



이후 다른 호텔에 이력서를 몇 장 더 돌리러 나갔다 들어오니 핸드폰이 한 번 더 울렸다. 전화 인터뷰에 합격했다는 연락이었다. 메일로 자세한 대면 면접 일정을 정하고나니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여유 시간 동안 온라인 자격증을 바로 준비했다. 캘거리가 있는 앨버타 주에선 주류를 취급하는 업종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프로 서브(proserve)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호텔에서 새롭게 제안해 주신 포지션이 F&B(식음료) 부서이기에 혹시 몰라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시험을 치면 되는데 어렵진 않았고 1시간 30분 만에 강의와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외의 면접 준비는 아직 되지 않은 상태, 인터뷰 전날까지 팽팽 놀다가 인터뷰 당일 아침에 호텔 정보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호텔에 있는 시설, 객실수부터 어떤 콘셉트의 호텔인지까지 최대한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오랜만의 면접이어 그런지 떨려서 잠도 설치고 아침도 들어가지 않더라.



그렇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꼭 쥐고 면접을 위해 들어간 호텔에선 저번에 만났던 프런트 데스크 매니저님이 반겨주셨다. "Welcome Back!"이라며 아직 면접관분을 불러주셨고 그렇게 면접을 시작하게 되었다. 캐나다로 온 이유, 이 호텔에 대해 아는 것, 왜 Hospitiality 산업에 지원했는지, 관련 경험과 강성 고객 응대 경험 등 기본 질문을 받게 되었고, 답변에 살을 붙여가며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했다. 면접이 끝난 후에는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궁금한 점과 일하게 된다면 담당하는 포지션, 어떤 후보자를 원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제안받은 포지션은 연회 서버였는데, 연회 준비부터 음식 서빙, 마지막 정리까지 담당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일을 하면서 내가 옮겨야 할 테이블을 보여주시면서 옮길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Absolutely!"를 외치며 내 키보다 더 큰 라운드 테이블(호텔 결혼식에 가면 볼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을 힘겹게 옮겼다. 저렇게 무거운 테이블을 몇 개나 내가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다 할 수 있다고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이쯤 되니 입꼬리에서 경련이 일기 시작했고 그렇게 면접은 마무리되었다.

*아참, 전 날 급하게 딴 프로서브 자격증이 있는지도 물어봐 주셨다. 미리 준비해서 다행이었다.



아직 몇 명의 후보자가 더 있어서 다음 주 초쯤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진 이렇게 많은 설명을 해 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덧붙여주셨다. '좋은.. 시그널일까?' 생각하며 다음에 꼭! 다시 보자고 말하고 호텔을 떠났다.



그리고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며칠 후, 최종 합격 소식을 전달받았다. 오퍼레터를 정식으로 전달받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완료. 캐나다에 입국한 지 14일째, 백수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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