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20250809

by 예이린

무엇에서 터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덕분에 많이 울었다. 울다 보니, 사실은 내가 자신이 없어서, 나도 헷갈리는데 그걸 쏘아붙여서 아프고 슬펐던 것이었음을 알았다. 그 친구의 방식을 판단하거나 미워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음을. 그러고서 조그마한 생명이 있는 곳에 갔다. 아무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갔고, 함께 있는 동안 그렇게 되었다. 사람이 낯설어 내가 가까이 가는 게 힘들게 할까봐 조심스러웠고, 더 잘해주고 싶은데 처음이고 몰라서 그러지 못해 조금 안절부절이었다. 조금씩 마음을 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그 순간은 어떨까 싶은 상상에, 행복하고 설레는 기분이 스스로 신기했던 밤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순간을 지켜본다는 건 조금은 조용한 기적 같아서'라는 하나언니의 문장이 떠올랐다. 언니 눈에 내가 저렇게 이뻤던 걸까, 그랬던 걸까 생각이 드니 마음이 말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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