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20251012

by 예이린

첫 하프마라톤이었다. 가는 길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많이 못 잤는데도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난 10km 마라톤 때 목표가 있으니 긴장감이 컸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것 자체가 기뻤다. 진우 대신 온 정민은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대화하며 달리려는 마음이었다. 이야기하며 달리니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민이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욕심이 났다. 혼자 달리면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찾기 위한 부재중 전화에 괜찮다고 말하고 한참이 지나 정민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함께 달리며 알게 되었다. 같이 해서 할 수 있음을. 사진 찍는 곳을 알려주며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래서 나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응원하는 사람들과 교감했고, 카메라 앞에서 하트도 만들어 보였다. 마지막에는 "멈추지 마!" 응원해주는 이들에게 "얘 더 혼내주세요!" 했다. 목 터져라 응원하는, 모르는 이들 앞에서 정말 없던 힘도 생겨서 빨리 달릴 수 있는 게 신기했다. 타인을 위해 그렇게 이른 시간부터 애쓸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아주 오래 전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이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산에서 택시 아저씨가 좋은 시절 혼자 보내지 말라고 했던 이야기도 덩달아 생각 났다. 끝나고 “차라리 타인과의 싸움하고 싶다, 자신과의 싸움 말고” 농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웃다가, 눈물이 나려다가, 기쁘다가, 힘들다 보니 어느새 구겨졌던 마음이 모두 펴져 있었다. 할 일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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