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주, 억새

20251026

by 예이린

다른 것들을 다 배제하겠다는 선택, 서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듣고, 보고, 대화하고 돌아와서 바깥의 소리가 재밌게 들려왔지만 그보다 좁고 깊은 이야기들이 좋았단 마음이었다. 들어주는 커다란 귀가 있었고 그대로 수용해주었고, 어디 이야기 못하던 솔직한 말들을 해서 깊은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많이 가벼워졌다. 한동안 스크롤을 내리며 찾게 되었던 건, 마음이 어지러워서였음을 알아차렸다. 제주가 나를 가벼이 만들어주었고,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가을제주는 차분하고 차곡하고, 잔잔하고 다정했다. 구겨진 마음이 펴지고, 불순물이 떠올라 공기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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