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자리에

20230404

by 예이린

점심시간이면 서점에 갔다가 나오는 통로가 있는데, 최근 벚꽃이 만개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푸른 잎들이 자리했었다. 연분홍빛의 화사함과 초록빛의 싱그러움이 이뻐 보는 마음이 좋았다. 그런데 삼일이 지나고 오늘 가니 벚꽃이 모두 졌다. 그리고 초록 대신 보라빛이 가득했다. 벚꽃이 진 아쉬움보다 연보라색 조그마한 꽃송이들을 본 반가움이 훨씬 컸다. 최근 집에 데려온 찔레가 시들어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생각보다 훨씬 아렸다. 근데 무언가 진 자리에 무언가 대신할 수 있다고, 피어나는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여 위안이 되었다. 이런 장면, 이런 깨달음이 고마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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