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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Sep 07. 2024

인생이 처음인 뉴비 온보딩 시키기

PM의 출산 휴가 보내는 법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추가되었다.

(참고: https://brunch.co.kr/@yejeechoi/23)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 으레 그렇듯 나는 신이 났다.

거기다가 내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고, 그만큼 권한이 주어지고, 이해관계자도 적다!!

그리고 목표가 바뀌거나 엎어질 일 없고, 틀림없이, 무조건, 가치 있는 일이다.

완전 최고의 프로젝트잖아?


나의 첫 분기 목표는 이 새로운 팀원(=아기)이 우리 팀(=가족)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뭐, 뉴비가 입사 첫 3달간 수습 기간 겸 온보딩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 서로에 대해 알고, 서로의 성향을 반영하여 팀이 운영되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이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신뢰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인생 첫 3달간은 뉴비의 니즈가 복잡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놀고, 싸는 것만 잘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규칙적이라는 것은 뉴비 입장에서 일정이 예상 가능하게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예상 가능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뉴비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곧 환경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규칙적인 하루 운영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것이 온보딩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이 사이클을 어디서부터 돌릴까 고민하다가, 뉴비가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분유 수유를 한 덕분에 먹는 양과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더 수월했다.

거기서부터 하루 일과 시간이 자동적으로 계산이 되었다.


분유 수유를 하고 나면 그다음 수유 시간이 오기까지를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으로 채워야 했다.

너무 일찍 재우면 수유 시간이 되기 전에 깰 수도 있기 때문에 꼭 일정 시간 동안 놀아줘야 했다.

힘들거나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ㅋㅋㅋㅋ

뉴비와 나만 있는 집에서 홀로 목청이 터져라 동요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대는 것. 그것이 흥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는 아주 잘 놀았고, 그런 나를 보며 뉴비도 꽤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고, 좀 자다 깨면 다시 수유 시간. 이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초반에 루틴을 잡는 데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루틴이 잡히고 나니 꽤나 하루가 예측 가능해졌고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굴러갈 수 있었다.

물론 뉴비가 순한 기질을 타고난 것도 한 몫했다(역시 채용이 답인가).


루틴이 정해지니 짝꿍에게 인계하기도 쉬웠다. 뉴비 2개월 차에 쓴 나의 인수인계 노션이 아주 핫했지.

인수인계 노션 글의 일부 (수유 파트)


위와 같이 얘기하면, 다들 무슨 육아를 프로젝트처럼 하냐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프로젝트가 맞다.

그러니 적어도 본인이 PM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적어도 목표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일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시키는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건 더 적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뉴비를 세상에 온보딩 시켰다.

(성공적이라는 기준이 다소 주관적이긴 하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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