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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댈 곳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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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Mar 24. 2023

탄생: 3억 분의1, 그 이상의 확률


탄생(誕生): 사람이 태어남. 예전에는 성인(聖人) 또는 귀인이 태어남을 높여 이르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주로 이와 같이 쓰고 있다.


난 어떻게 태어난 거야? 이 세상에 어떻게 왔지?


7살에서 8살로 넘어갈 때 호제는 이 질문을 했어. 엄마는 어떻게 세상에 왔는지도 묻곤 했어. 다양한 답을 할 수 있을 텐데, 오늘은 생물학적인 내용을 호제에게 들려주고자 해. 7살 호제에서 8살 호제로 넘어가던 시기에 이미 해줬던 얘기야. 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세상에 왔는지, 내가 태어난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잊곤 하거든. 이 이야기 읽으며, 호제가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지 한 번 느껴보지 않으련?!




<난자와 정자의 만남>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하지. 난자는 엄마에게, 정자는 아빠에게 있어. 난자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나팔관으로 배출돼. 정자는 1초에 1500마리가 생산되고, 계산하면 1분에 9만 마리, 1시간에 5만 4천 마리, 24시간에 1억 2,960마리 정도가 만들어진대. 몇 억 마리의 정자들이 난자에게 열심히 달려갔어. 난자는 건강한 정자를 만나기 위해 뱅글뱅글 열심히 돌고 있었지.


난자는 정자 크기의 약 10배인 0.1mm 정도 된대. 난자에 수많은 정자가 들어가려고 머리를 들이댔어. 이렇게 맨 앞에 있던 1등 집단은 난자 벽(난구 세포)을 허물고 세상을 떠난대. 그럼 뒤에 있던 2등 집단 중 하나의 정자가 난자를 통과해 정자와 난자가 손을 잡게 된단다. 그럼 이제 다시 난자의 투명대는 두꺼워져서 다른 정자가 들어올 수 없게 돼.




<뿌리내리기: 착상>


난자와 정자가 만나 하나가 된 구를 수정란이라고 불러. 수정란이 쑥쑥 자랄 수 있는 토양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먹을 자리가 필요한 거지. 이 과정을 착상(implantation, 着床이라고 해. 붙을 착, 밥상 등의 상 상)이라고 해. 수정란이 자궁 점막에 붙는 것을 말하지. 엄마의 몸에서 영양분을 받으며 세포분열을 시작해. 성장 가능성이 낮다면 자연섭리에 의해 자궁 점막에서 떨어지기도 한단다.


끝이냐고? 끝이 아니야.

 



<280일 채우기>


수정 후 266일을 엄마 뱃속에서 있어야 해. 약 8주가 되면 3cm 정도의 작은 크기에 뇌, 척수, 심장, 손가락, 발가락 등 대부분의 기관이 나타나. 놀랍지 않니? 손가락 마디만 한 길이에 뇌도 있고, 심장도 있다는 게?!?!? 난 생각할수록 놀랍고 신비로워. 밖으로 나기 전까지 엄마의 양분을 먹으며 쑥쑥 자라지. 어느 순간 발차기도 하고, 바깥소리도 들리고.


뱃속에서도 호제는 아주 힘찬 활발한 아이였단다. 발차기 힘이 대단했어.


이제 뱃속에서 있다가 나오기만 하면 되겠구나 싶지? 그러면 좋은데, 어떤 경우는 주수를 다 채우지 않고 나오려고 하고, 실제로 나오기도 한단다. 엄마도 출혈이 비쳐 호제를 배에 품고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했어. 고맙게도 주수를 모두 채워 세상에 나왔어.


 



 

자! 봐봐,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 나오지. 사람이 태어나는 얘기만 했지만, 꽃도, 물고기도, 곤충도 모두모두 놀라운 과정을 거친단다. 그만큼 탄생만으로도, 이 세상에 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호제는 대단하고 소중한 존재란다.


힘들 때면, 세상 속에 있는 자신을 한 번 마주해 보렴. 이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나온 호제를 말이야. 수많은 확률과 여러 우연과 필연이 만나 역경을 헤친 뒤 만들어진 생명이잖아. 그래서 난 선천적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 안에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있다고 봐. 후천적으로 여러 요인들로 꺾이거나 사회구조 등으로 빛을 못 보는 경우가 왕왕 있을 뿐이지.


혹시 호제도 힘듦의 무게에 눌려 나의 소중함, 내가 가진 능력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자. 호제는 이미 소중한 사람이니까.


 


 


뭐라고? 뻔한 얘기 아니냐고?

이런 걸로 힘이 되겠냐고?


내가 이 얘기를 초등학교 입학을 두 달 앞둔 호제에게 해줬어.


“제일제일 건강하고 끝까지 살아남은 우승자 정자와 아주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난자가 만나 이렇게 사랑스럽고 멋진 호제가 태어났어!”라고 얘기했을 때, 호제는 온몸으로 충만함을 내뿜으며 미소를 지었어.


그리고 호제는 말했지.


“또 해줘!!!! “


그다음 수식어를 더 길게 얘기했지.


“몇 억몇 천 마리의 정자 중 제일제일제일제일 튼튼하고 잘난, 우승한 정자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건강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멋지고 아름다운 난자가 만나 이렇게 멋지고 사랑스러운 호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어!!!!!!! “


호제는 이 얘기를 들으며, “히-”라고 콧바람을 내뿜으며 입을 씨익 올리며 잠들었단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해 보렴. 양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던, 온몸으로 충만함이 뿜어져 나왔던 순간. “히-”라며 기분 좋게 스르륵 잠들었던 그 순간을.


존재만으로도 귀한 사람, 호제.


잊지 마!

존재만으로도 귀한 사람이란 걸!



존재만으로도 귀한 사람





참고문헌

https://manmatters.com/blog/sperm-life-cycle-how-much-sperm-is-produced-in-24-hours/

https://www.chamc.co.kr/health/e_clinic/content.asp?cc_id=10206&co_id=1207&ct_id=102

https://m.blog.naver.com/megabugs1/221846877583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612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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