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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댈 곳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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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Sep 22. 2023

호흡: 숨쉬기는 안녕하니?

호흡(呼吸):
1. 숨을 쉼. 또는 그 숨.

2.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룸. 또는 그 조화.

3. 생명 생물이 외계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냄. 또는 그런 과정. 외호흡과 내호흡으로 나눈다.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배 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호제는 울음을 터뜨리며 호흡을 시작했다. 자가 호흡을 하기 시작하는 신호.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낮잠 시간이 긴 갓난아기 때는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 올록볼록 거리는 배를 유심히 보거나, 콧바람이 나오는지 손을 갖다 대보기도 했다.

 

점차 커가면서는 호제의 숨을 화났을 때 아주 선명하게 본다. 어깨가 들썩이다 하늘로 쓱 올라간다. 눈이 점점 커지며, 호흡이 거세게 들리기 시작한다. “흐흑, 씩, 흐흠, 씩.” ‘흐흑, 흐흠’에 산소를 마시며 가슴이 올라갔다가, “씩’에 이산화탄소를 내뱉으며 어깨와 가슴이 내려앉는다.

 

이 글을 읽고 있을 호제, 여러분의 숨은 어떤지 궁금하다. 숨쉬기? 나 숨을 잘 쉬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선뜻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숨을 잘 쉬고, 별일 없이 지내고 있는 걸 테다.


태어난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시작한 숨쉬기. 당연한 것 같은 이 숨쉬기가 이따금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쓰지도 못하기도 한다.

 



 


“헙, 슨~생~님~. 안...올라...가...헙.”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덤벨을 안고 앉았다가 일어나질 못한다. 앉았다 일어나는데 딸꾹질까지 할 때가 있다. 이때 선생님은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설명을 해줬다.

 

“코로 호흡을 마시고, 숨을 참으신 상태에서 물에 잠수한다고 생각하시고 앉았다가 일어나세요. 근육은 호흡을 잡아주는, 전체적으로 복부 압력을 잡아줘요. 서 있는 상태에서 코로 호흡을 마시고, 멈춘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갈게요. 올라오면서 입으로 호흡을 내뱉을게요.

 

올라왔을 때, 다시 호흡을 마시고 멈춘 뒤 아래로 내려갈게요. 호흡하면 자연스럽게 복부가 풍선처럼 부풀어요. 호흡 마시고 멈춘 뒤 내려갈게요. 빨리 안 내려가도 괜찮아요. 호흡에 집중하세요.”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야 나는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밖의 공기를 충분히 들이마셔야 움직일 힘도 생기고, 안에 공기를 충분히 빼내야 다시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호흡이 얕아지면 내가 나를 짓누르게 된다.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호흡을 하지 않으면 말을 할수록 헉헉거린다. 내가 말하면서 내 말을 집어삼켜버린다. 말은 앞으로 나가지 않고 입 안으로 자꾸만 들어온다. 힐링보이스 트레이닝 선생님은 매 수업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 숨을 배가 최대한 부풀어 오를 때까지 마시세요. 그런 뒤, 배에 든 공기를 끝까지 빼낸다는 생각으로 배를 조이면서 입으로 호흡을 내뱉으세요. 내뱉을 때 소리를 얹혀보겠습니다. ‘아~’. 말씀하실 때도 충분히 호흡을 마셔 배를 부풀린 다음에 호흡을 내쉬면서 얘기하세요. 급할 필요 없습니다. 충분히 쉬어주며 호흡을 마시며 다음 말을 하세요.”

 

“아~아~아~암~”

 



 


덤벨을 들고 앉았다 일어설 때건, 말을 할 때건 안정된 호흡의 공통점이 있다. 충분히 마셔주고, 멈추고, 충분히 내뱉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절대 급할 필요가 없다. 특히 멈추지 않고 바로 내뱉어주며 움직이거나 말하면, 다시 호흡이 가빠지거나 힘을 줄 수가 없다. 분명 나는 힘을 주고 있는데, 내려갔던 몸이 올라가지 않는다. 말이 내가 호흡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살이의 호흡도 마찬가지 아닐까. ‘저 사람과 호흡이 잘 맞아’라고 말하는 건, 내가 주체적으로 충분히 마시고, 멈추고, 내뱉는 과정이 충분히 원활하게 일어나기 때문일 거다. 사람살이에서 내가 비대해지거나, 타인이 비대해지면 호흡이 어그러진다.


언제나 호흡이 안정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너무 비대해서 나를 갉아먹는 호흡을 하거나, 다른 사람 때문에 나의 호흡을 해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내 감정이 상하는 건 물론이고, 근육이 경직되고 어딘가 아파오는 신체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해오고 조여 오면 무슨 일 때문에 그럴까, 누구 때문에 그럴까를 생각하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신체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 위의 두 상황을 따라 해 보자. 숨을 충분히 마셨다가 멈춘 뒤, 끝까지 내뱉어보자. 지금 당장! 흡-하-흡-하-. 우리는 이 세상에 온 순간부터 호흡을 했으니까, 호흡을 제일 잘할 수 있다. 살아있는 한.


흡-하-흡-하.

밖과 나를 조화롭게 만들어보자.

나와 나를 사이좋게 해 보자.

흡-하-흡-하.






덧, 호제야 힘들 때, 이하이의 <한숨>을 들어보련? 내가 호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 당장 곁에 내가 없더라도 엄마는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https://youtu.be/5iSlfF8TQ9k?si=dZ4I2MubCEZMNKqd

이하이 <한숨> MV
<한숨>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 노래: 이하이
* 작곡: 위프리키, 종현
* 작사: 종현


그리고 혹시나 언젠가 우연히 이 글이 2016-2018년 사이에 나와 면담을 했던 한 여학생에게 닿는다면, 종현의 기일일 때면, 이 곡을 스쳐 듣게 될 때면 그녀의 안녕을 바라며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길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는 걸 알려주고프다. 잘 살아나가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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