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 프로젝트
•친절: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다정: 정이 많음. 정분이 두터움.
“아무리 생각해도 친절보다는 다정에 무게를 두는 게 좋겠어.“
”그 좋은 말이다. 누가…“
말을 낚아챘다.
”엄마!! 내가 생각한 거야!! 내가!!!“
호제한테도 말했다.
”호제야, 친절보다는 다정이 더 지속될 것 같아.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자.”
“엄마, 이미 지난번에 나 똥 눌 때, 얘기해 줬거든?! 이미 나 알고 있어.”
“엇… 내가 그랬구나. 이미 얘기했었구나. 호제 똥 눌 때.”
다정에 대해 몇 개월간 생각했다. 출발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거나, 다정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겠지.
다정하면 건강해진다고 한다. 나도, 내 주변 사람도. 그럼 다정함은 연습으로 길러질 수 있을까?
길러질 수 있다.
실제로 <다정함의 과학>이라는 책에서는 각종 실천책을 제안한다.
잠시 책 얘기를 하자면, <다정함의 과학>의 원제는 “The rabbit effect: Live longer, happier, and healthier with the groundbreaking science of kindness”다. kindness는 주로 친절로 많이 번영되고, 사전에는 친절, 다정이 같이 나온다.
생각하면 할수록 친절과 다정은 다소 다르다. 특히나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한국 서비스업에서 친절은 기본이다. 커피를 드높이는 표현도 여기서 왔을 터. 일상에서 지속하지 못할 것 같은 친절 앞에서는 정말 저 사람의 모습일까, 감정노동을 하고 있진 않을지, 밥벌이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건지, 그 마음은 어떨지, 이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마음은 어떨지 궁금해지곤 한다. 그렇다고 친절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친절은 상대를 배려하거나 상대에게 긍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이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절보다 다정의 전염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정겹고 고분고분한 태도의 친절이 아니라, 정이 많은 다정이 몸에 배어있다면 유대감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정의 표현으로써 친절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다정은 일대일 관계, 가족, 조직, 사회, 국가, 세계로 번질 수 있다.
다정이 길러질 수 있다고 믿고 집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바로 다정함 프로젝트. 나 혼자 다정함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하하하하하하하.
“호제야, 다정한 마음, 고마운 마음도 표현해야 알아. 짜증 나고 화날 때만 표현하면 그 사람은 짜증쟁이, 화쟁이지. 만날 그러니까 귀 기울여 듣지도 않고.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해 보자. 상대가 따스함을 표하면 호제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
우리 아침마다 통화하잖아. 엄마가 “호제야,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 “호제야 사랑해!”라고 하잖아. 그럼 호제도 엄마한테 해줘. 엄마의 하루를 잠시 떠올리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얘기하는 거지. 엄마 말을 따라서 얘기해도 좋아. 말랑 할머니, 우리 함께 해보자.“
말랑 할머니가 말했다.
”나야 이미 호제한테 하고 있지.“
”호제가 엄마(말랑 할머니)한테도 똑같이 해야지.“
”우리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자. 알겠지 호제야?“
“응.”
아침이 밝았다. 등원 전화의식을 시작했다. 말랑 할머니가 전화를 받은 뒤, 호제를 바꿔줬다. 내 컨디션이 어떻던 아주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호제를 부른다.
“솨~랑~하~는 우리~ 호~ 우~ 줴~!
잘 잤어?”
잠시 스몰토크를 하고 끝날 때즈음 다시 반갑게 나는 얘기한다.
“호제야, 오늘 즐거운 일들이 펼쳐질 거야. 오늘 좋은 하루 보내!”
“응.”
“엇, 호제야. 우리 하기로 했던 게 있는데-에-.”
“아, 그거.”
호제는 쑥스러운 듯 몇 번 빼다 혀를 굴려가며 빠르게 답했다.
”웜마도 좋은 하루 보눼(히히).”
1학년 겨울 무렵 시작해 지금까지 얘기하다 보니, 이제는 쑥스러움 없이 한다.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누구나 다정이 몸에 있다. 다만 이 다정함의 불씨를 꺼트렸나 키웠는가의 문제다. 꼬꼬마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일 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4세 때 유치원 선생님이 전한 호제 일상이야기다. 유치원 점심시간 때 호제가 갑자기 일어나서 물을 뜨러 갔다는 거다. 선생님이 빨간 김치를 먹는 걸 보는 순간 호제는 놀라 물을 줬다는 것.
“선생님, 매워요. 물!”이라며 물컵을 건넸단다.
지금도 여전히 빨간 김치를 못 먹지만, 4세 호제는 김치를 너무 매워 못 먹었다. 그 매운 걸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드시고 있으니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비록 나의 관점에서였지만 상대를 염려라고 표현한 꼬마 아이 호제. 누구나 이런 경험은 한 번 즈음 있을 거다.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나에서 상대를 바라봤다면, 이제 상대의 관점에서 상대를 생각해 보는 단계로 점프해 볼 수 있다. 이게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아직도 사진처럼 장면이 기억난다. 초6 점심시간. 각 반으로 급식차를 가져와 학생들이 돌아가며 배식했다. 나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했던지라 그날 내가 맡은 김치의 흰 부분을 아주 듬뿍 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오잉스러운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맛없는 흰 부분만 많이 주니. 이파리도 좀 줘. 이파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하하하하.”
두둥. 그때 당시 나는 김치의 아삭아삭한 흰 부분을 좋아했다. 내 딴에는 맛있는 부분 많이 드려야지!라는 생각으로 김치의 흰 부분을 소복이 얹어드렸다.
이 날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똑같은 걸 좋아해도 부위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다정함의 표현이란 헛다리를 짚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볼 만한 것. 일상에서 경험하는, 신체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웃음과 따뜻함, 존경, 신뢰, 배려, 지지(90쪽)“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야 아니까.
살아가면서 지속해야 하는 배움, 성장, 목적의식과 의미를 찾는 과정 속에 다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표현하고 만족하고 상처받으며 다듬으면 나의 다정함을 찾을 거라 본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 날, 출근해서는 온갖 날을 세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노력해 볼 것이다.
우리 다 같이 건강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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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제야, 호제 안에 있는 다정함을 표현해 보렴.
아주 즐거운, 재미있는, 따스한 일들이 펼쳐질 거야!
음, 이따금 슬프거나, 상처받아 아플 때도 있다는 건 안 비밀. 거기서 또 배우는 게 있을 거야.
힘든 일보다는 즐겁고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길 거야!
참고문헌
켈리 하딩 (2022). <다정함의 과학>. 더퀘스트. 이현주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