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가 쓸 수 있는 건 이 정도겠지?
라며 이제 슬슬 아이의 펜싱이야기를 마무리해볼까 싶었습니다. 연습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승리하고, 때로는 패배하며 배우는 패턴, 함께 하는 이들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는 패턴, 단체전에서 느낄 법한 감정과 배움이 비슷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수행자가 아닌 관찰자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저의 오판이었습니다.
펜싱클럽에 갈 때 만나는 사람이 동일한 듯하지만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사람이 다를뿐더러 호제도, 상대도 그날그날 상태가 달랐습니다.
물리적 공간은 같을지언정 공간을 채우는 에너지, 공기는 때에 따라 꽉 들어찼다가 빠졌다가, 뜨거웠다 식었다를 반복했고요.
관찰자인 저 역시 바라보는 시선, 느끼는 감정, 눈에 들어오는 풍경, 귀에 꽂히는 말이 매번 달랐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갔다 몇 분 앉아 있는 동안에 배울 점이 우물처럼 매번 샘솟기도 했고요.
7월의 어떤 날, 제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외친 말은 놓치고 싶지 않아 살포시 메모를 했습니다. 그냥 흘러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당시의 저, 지금의 저, 미래의 저에게 계속 필요한 말이었거든요.
말 그만하고 몸으로 해.
생각을 해.
될 때까지 해.
상상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는 흥미로운 지점도 만났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기본자세로 몸 풀 때는 똑같은 자세를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경기에서는 어떨까요?
똑같은 것만 하지 마.
새로운 걸 해봐.
아까 배웠던 거 해봐.
요셉 원장님과 화정 선생님이 경기를 뛰는 호제에게 자주 하시는 말입니다. 똑같은 것만 하면, 그대로라고요.
우리 삶 같지 않나요?
매일의 날씨가 다르듯, 계절이 변하듯
우리의 일상도 같은 듯하지만 다릅니다.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반복해야 하기도 하지만, 새로움을 시도하고 또 시도해봐야 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어제, 오늘, 내일의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펜싱을 좋아하는 아이를 글에 담았지만, 결국 반복과 도전 속에서 같은 듯 다른 빛깔을 내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담은 거였더라고요.
즐겁게 펜싱하는 아이를 보면, 나는 무언가에 열렬히 쏟아붓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움직이고 있는지, 반복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 덕분에 잘 살고 싶어 졌습니다.
매일이 다른 하루하루를
나답게!
말이죠.
여러분은 오늘,
어떤 색깔의 하루였나요?
* 아무튼 펜싱 시즌2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울고 웃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채로운 일상이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