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도록 설계된 이 곳
꿈을 꾸었다.
사랑하는 것들을 반드시 잃도록 설계된
감옥에서 탈출하는 꿈
포기했던 것들을 되찾는 꿈
꿈속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주변은 온통 초록빛이고
나는 그 빛에 휩싸여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잘 익은 복숭아 같은 양 볼은
떠오르는 단어를 두서없이 내뱉는 동안 더 발그스름해지고, 허공의 단어들은 한 편의 연서가 되었다.
즉흥적으로 끄적인 스케치북엔 사랑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다. 크고 하얀 고양이. 안아주려 다가갔는데 오히려 날 안아준 보드라운 생명체. 아, 이제 더 이상 갇혀있지 않구나, 안심해 버리게 만드는 현실적인 감촉.
꿈은 늘 그렇듯 가장 행복한 순간
암전 되듯 사라진다.
텅 빈 방. 불규칙적인 숨소리만 들린다.
다시 이곳이다.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난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갈 테고
무채색의 세상에 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