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함

해외파견생활

by 타냐

어빙고프만의 연극사회학에서 개인의 일상은 역할을 수행하는 무대 앞면과 어떠한 역할도 수행하지 않는 무대 뒷면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일년을 탄자니아에서 지내면서 많이 배우고 즐거웠고 더 욕심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곳을 떠나겠다고 결정했을까. 편의시설이 없는 시골생활도 괜찮다, 맑은 하늘 아래서 마음껏 산책할 수 있으니. 말이 안통하는 새로운 문화도 괜찮다, 난 언어를 빨리 배우니까. 열악한 환경인 것도 괜찮다, 타고난 면역력으로 걱정하던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에 한번도 안걸렸다.

그런데 오기전에는 생각하지못했던 가장 힘든 무언가는 자유함이 없는 것이다. 하루종일 사무실에서나 집에서나 최고보쓰의 역할을 감당해야한다. 퇴근하거나 주말에도 사무실보안을 점검하고, 늦게오는 직원들을 챙겨야하고, 집에 같이 사는 간사님들과 24시간을 함께하고, 여기서 네트워킹하는 다른 기관사람들과도 나는 우리기관 프로젝트코디네이터로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집어던지고, 방귀뀌고 징징대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울고 그런 무대뒷면의 나의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관계가 없는 것이 답답하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과 한강공원과 문래동의 단골 맥주집이 그립다. 그런 시간과 관계들이 필요하다. 국제개발을 하고 싶다고,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일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통스러운 인생을 견디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