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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별 Nov 08. 2018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린 날의 나에게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나는 참 착한 아이였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 착했다. 화장품은 절대 바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술은 입술에도 대본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그 흔한 무단횡단도 안 했었다. 3년 간 야자를 뺐던 날은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가야 했던 그 며칠 뿐이었다.


그래서 자랑하는 거냐고?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게까지 착하고 얌전한 학생으로 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학생일 때 화장 한 번 해볼걸. 학생일 때 술도 한 번 마셔볼걸. 학생일 때 땡땡이도 쳐보고 미친 짓도 많이 해볼걸.


이런 생각은 오히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학생이었을 때에는 한껏 꾸민 또래 아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지금은 '그래, 한창 꾸밀 때지... 귀엽네.' 하며 애(?)늙은이처럼 엄마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술 한 번 마신다고, 땡땡이 한 번 친다고 내 인생이 크게 망하거나 비뚤어지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땐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그땐 눈곱만큼도 탈선하지 않는 스스로를 언젠가 자랑스러워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스물일곱을 앞둔 나이가 되고 나니 그때의 내가 참으로 안쓰럽고 애틋하다.


요새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아마 10년 후엔 지금을 아쉬워하겠지.


그리고 언젠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가 어릴 때의 나처럼 얌전하고 하게 살아가려고만 한다면, 말해줄 것 같다.



"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사람이 살면서 아주 가끔씩은 비뚤어져 볼 필요도 있더라고.

엄마는 네가 10대의 나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을 전부 즐겼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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