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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Jun 12. 2023

결심

좋은 마음 같은 감정

 누군가와의 이별을 결심하는 건 슬프다. 그런 만큼 이별을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두 가지 언어로 이원화할 순 없다. 진정한 사랑의 이별엔 슬픔을 배제할 수 없으니깐.

 사랑에 이유 없는 시작은 없다. 당연하게도 해준과 서래 또한 마찬가지다. 해준이 서래에게 느낀 미스터리와 동질감으로부터 서사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경우 동경과 동질감이 사랑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서래가 해준에게 느꼈던 진실함, 그곳에서 오는 동정심 -적어도 필자는 동정심이라 생각한다- 이란 감정은 사랑의 시작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의 농도를 아주 짙게 만든다.


 불륜의 가장 큰 원인이 동정심이라 말하는 자들이 많다. 그리고 따지자면 해준과 서래, 서래와 해준은 서로의 불륜 상대였다.



 아름다운 영화를 불륜 미화극일 뿐이라고 단정 짓기는 싫다. 그런다고 하여 불륜을 긍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매력적이다. 불륜을 말하는 게 아닌 금기의 그것을 건드려 창조된 웰메이드 작품들을 말하는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 수많은 걸작이 불륜이란 금기를 건드려 탄생되었다. 필자가 애정하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또한 굳이 분석하자면 불륜이다.



 사랑에 붙들린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일은 그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으론 위에 서술한 불륜이 존재한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고 숭고한 것인 만큼 그것을 배격하는 불륜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러한 불륜을 시작하게끔 하는 감정이 동정심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선의를 품은 감정인 동정이 윤리를 위배한다니 말이다.




 붕괴되었다 하는 해준의 말을 진실한 사랑의 고백으로 받아들인 서래, 그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며 비참해진 해준, 아름답게 처참해지는 마지막.. 영화의 내용을 말하고 싶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써 영화를 관람할 때의 감상을 글로 정리하지 않고 내면의 추상으로만 남기고 싶어서이다.


헤어질 결심 (2022)


 영원히 기억될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결실 없는 사랑, 즉 짝사랑의 형태를 띠는 것이 대체로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아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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