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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Jun 18. 2023

호모 센티멘탈리스

불멸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쿤데라가 말한 슬픈 사랑이라는 것을.

 떠나간 가족, 혹은 사랑이 즐겨 듣던 음악을 들을 때면 눈물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음악을 연속해서 7번, 9번, 13번 듣는다면 눈물은 멈춘다. 아녜스의 음악은 말러의 교향곡 10번 아다지오였으며 그녀의 눈물이 멈추고 찾아오는 고독감과 무심함을 통해 우리는 사랑과 고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불멸성임을 깨닫게 된다. 정확히는 작은 불멸이겠지만 말이다.

 아가페 사랑이 아닌 에로스 사랑만이 연인의 사랑이라 보는 감정주의자들이 넘치는 이 시대에 사랑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할 때 중요한 건 사랑의 대상이라 말하는 아녜스, 사랑은 사랑일 뿐이기에 사랑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말하는 로라의 논쟁은 현시대가 표방하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소설의 내용 중 괴테와 베티나의 영원의 소송에 참여한 릴케는 자신이 쓴 ‘말테의 수기’를 인용한다. “그에게 부과되었고, 그는 실패했다.” 이는 결국 누군가를 사랑함이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며 아녜스와 괴테가 말하는 사랑의 대상, 로라와 베티나가 말하는 사랑 그 자체에 관한 대립의 중요성은 결국 사랑하는 감정에 가치를 두고 있는 인간에게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감정은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으나 감정을 가치로 정립하고 감정의 이끌림에 긍지를 느끼는 인간을 쿤데라는 호모 센티멘탈리스라 정의했다. 그러한 의미로 괴테 역시 베르테르와 로테를 통해 후대 인간들에게 감정의 가치를 높인 유럽인이다. 괴테를 사랑하고 쿤데라의 불멸을 탐독한 필자 또한 어쩔 수 없는 호모 센티멘탈리스인 듯싶다. 마치 돈키호테 같은.


Milan Kund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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