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함성소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성인 Feb 27. 2023

로(Ro)씨 배우 이야기

릴케와의 합작

 한국 개봉 명은 ‘사랑의 기적’, 영어 원제로는 ‘Awakenings’. 둘 다 영화와 찰떡이다. 추억 속 인연이 추천해 주었던 영화로, 처음 감상했을 때의 그 따스함을 잊을 수 없다.


 휴머니즘 드라마 장르로 분류되겠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인지한다면, 영화보다 영화스러운, 소설보다 소설다운 것이 결국 우리네 삶이라는 헛헛한 깨달음을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대배우 로버트 드 니로, 고(故) 로빈 윌리엄스가 함께 한 영화이다. 드 니로는 아무래도 앞으로 종종 언급될 배우 중 한 명일 테니 영원한 캡틴 로빈 윌리엄스에 대해 더 말하고 싶다. 어릴 적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루스벨트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그 이후 'Mrs. Doubtfire', 'Aladdin, 'Good Will Hunting', 'Patch Adams', 'August Rush' 등의 영화를 통해 필자에겐 친숙한 아저씨가 되었으며 많은 이들의 카카오톡 및 인스타 상태 메시지를 Carpe diem로 바꾼 '죽은 시인의 사회'로 인하여 나의 또 다른 스승이 되었다. 개인적으론 코미디언 계에선 짐 캐리와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무성영화 시대로 따지면 채플린과 키튼이랄까.




 물론 'Insomnia' 같은 영화처럼 악역으로 나온 적도 있지만 대체로 선한 이미지의 로빈 윌리엄스는 이 영화에서 역시 그의 부드러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허나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드 니로의 열연만큼 필자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표범’이라는 사물시가 읊어졌을 때다. 어쩔 수 없는 문학 선망인으로서 릴케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새벽의 피곤함은 가셨고 영화를 다 본 후, 릴케 시집을 꺼내 읽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되새김질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표범



 하나의 시와 하나의 영화를 함께 표현한다는 건 '표범'과 '사랑의 기적'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두 가지 작품이 향유하는 핵심은 비슷하다. 그 핵심이라 할 것은 어찌 보면 ‘관조’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닌 ‘공감’이다. 세이어 박사가 레놀드를 향하는 마음과 시적 화자가 파리 식물원을 거닐며 본 표범을 향하는 마음이 결국 공감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사물시인지라 시인의 감정을 묻어둔 객관적 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적 대상의 상황과 행동을 묘사하는 행위 자체가 표범에 대한 이해로 설명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진실된 공감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함부로 내리고 싶진 않다. 그러나 사랑의 요소 중 하나가 공감인 것은 확실하며 그에 대한 가치가 큰 20세기 출생인으로서 ‘사랑의 기적’이라는 영화는 타인을 위하는 공감의 마음과 행동이 결과적으론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온한 영화이다.



사랑의 기적 (1990)


 기적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힘든 상황 속, 의지를 갖고 상황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누적되어 있을 때 기회라는 게 주어진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는 사람만이 기적을 경험한다. 그러니 기회와 기적은 뜻을 함께하는 단어다. 멍청히 멍만 때리는 잉여 인간이 아닌,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인간, 기적을 소망하는 인간이 되기 위하여 난 오늘도 타인을 위해 살려 노력하고, 삶에 충실해지려 노력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광진구에서 만난 안톤 체호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