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계란 한판은 27개

by 노란빛방울


계란이 다 떨어지면 한 판을 사 온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계란에 적힌 초록 숫자가 양계장의 사육 환경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한다.


두 판에 만 원 언저리인 계란이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사 온다.


미안하다.
나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만큼 멋진 사람이 아닌가 보다.


​계란 한 판을 꺼낸다.
3개 비워 진 채,
우리 집 계란은 27개로 시작된다.


​해피, 행복이, 태식이가 밥그릇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벌써 흥분하며 펄쩍펄쩍 뛴다.
계란이 보이자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그래, 오늘은 계란 먹는 날이다 요녀석들아.'


탁, 탁.
소리를 내며 깨진 계란 껍질 사이로, 연약한 흰자가 단단한 노른자를 품고 있는게 나온다.
연약한 게 더 질긴 것을 품고 있다.


밥 그릇에 사료와 계란을 비벼준다.

세 마리에 침 넘어가는 소리와

뚫어져라 쳐다보는 저 초롱한 눈빛에

내 손이 조급해진다.


밥그릇은 곧 출반선이다.

화약 대신 입으로 스타트를 알린다.
"먹어!"
그 소리에 누가 더 빨리 먹나 시합하듯 허겁지겁 먹는다.


​태식이 요놈이 잔머리를 쓴다.
내가 딴짓 할 때 행복이 거를 뺏어 먹는다.
나한테 들키면 콧잔등을 맞는다.
'힝-'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덩치가 제일 작은 ​행복이는 주로 내 품에 파고들어 와서 궁둥이를 딱 붙이고 먹는다.
밥을 뺏기지 않는 안전빵인 걸 득한거다.


​웃겨 죽겠다.
지들끼리 이렇게 개그 코너처럼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나를 웃게 한다.


그렇게 우리 집 계란 한 판은

오늘도 30개가 아니라 27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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