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다루어내는 (나만의) 방법
*6년째 우울증을 돌봐오고 있고 어쩌다 전재산도 날렸지만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는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앞서 남편이 전재산을 날렸다 뭐다 했지만, 사실은 나 또한 그에게 빚진 것이 무척 많다. 남편은 우울증으로 아픈 나를 5년이 넘게 보살펴줬다(오늘 이야기는 작년 이야기 입니다. 지금은 6년차)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딱히 병에 대해 나무라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이게 고마워서 나는 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물론 전재산을 날렸다는 사실이 나의 우울증을 더 심화시켰다는 팩트는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덕분에 나는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으니 말이다. 가족이라는 건 참 복잡한 관계인것만큼은 확실 한 듯.
하여튼,
제목에 칩거라고 썼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5분 거리의 마트에 다녀오긴 했다. 그리고 가끔씩 주말에 남편의 이끌림으로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 나들이를 가기도 했구나 (남편 회사분들이 내가 우울증이라고 하니 주말에는 밖으로 꼭 끄집어내라고 했단다) 음... 그냥 거의 '마음의 칩거'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대학 동기들이 보자고 불러도 일이 있다는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당하게 갈 자신도 없고 사람들도 싫고 모든 게 무서웠거든... 그냥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했다.
그렇게 5년 중 3년 정도는 침대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며 시간을 보내버렸다. 이후 1년은 다시 우울증이 더 심각해져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심리상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드라마틱했다. 우울증에 도움이 적지 않게 많이 되었던 거다. 진작 심리상담부터 받을걸... 나는 의사보다 상담사의 듣기 능력이 나의 아픔에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결국 그리웠던 건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단 하나 명의 사람이었던 거다.
상담 12회 중 마지막 3회 차를 남겨두기 전까지는 매번 울기만 했다. 처음으로 나의 속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생기니 설령 돈으로 이어진 의무적인 관계라도 큰 도움이 됐다. 상담사의 태도에서 나를 위하는 진심을 보았고 그녀는 50분 동안 최선을 다해 나만을 돌봐주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나의 자아가 나를 지지하지 못해 주니, 선생님이 제2의 내가 되어 내 뒤에서 든든하게 나를 받쳐주고 보호해 준다. 내가 나를 못마땅해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장점을 찾아 칭찬을 해주고, 세상을 향한 왜곡된 나의 시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셨다. 신기하게도 이 과정이 기분 하나 나쁘지 않고 후련하기만 했다.
더불어 정신건강 약과 심리상담을 동시에 받으니 병세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이때 비용도 만만치 않았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남편에게 고맙긴 고맙다) 심리 상담이 12회 차로 끝나고 이후 나는 어쭙잖게 유튜브와 심리 관련 책들을 보며 지냈다 (상담은 초반에는 한 주에 두 번 상담을 가고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갔다) 이후로는 덕성여대에 MMPT라는 무료 심리 교육을 알게 되어 화요일마다 참석해 내 마음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집이 근처이신 분들이라면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심심한 마음의 위로가 될 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말이 거창하지만 사실은 '집 근처 산책'을 말한 거다. 우울증에 걸리면 사람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는데 해외여행이 극도로 부담스러워진다. 국내여행도 무지 귀찮게만 느껴지고 말이다. 그 흔한 서울 근교 나들이도 버겁고 두렵다.
그런데 그런 부담스러운 나들이 산책을 나 스스로 결심해서 나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걸 실행하기까지의 나의 마음은 수천번도 더 돌아서고 또 돌아섰다. 이대로는 어렵고, 무언가 이 몸으로 이 정신으로 밖으로 나가도 괜찮을 거라는 어떤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간단한 요가와 스트레칭을 시작해 조금씩 몸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하루 3분 정도 명상을 하며 이제는 밖으로 나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운동도 처음에는 10분부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 보니 나이키 관련해서 10분짜리 스트레칭 겸 운동이 있더라. 이거 좋다. 작게 운동하실 분들은 꼭 써먹어보시길) 과거에는 운동이 우울에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운동은 달랐다. 심신이 안정이 되고 운동을 하니 적지 않게 몸에서 에너지가 올라왔다. 매일 운동이나 명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잊지 않고 한 번씩 했다. 약도 꾸준히 먹으려 애썼다. 그리고 이 과정을 약 한 달 정도 거치니 산책을 나갈 용기가 생겼다.
나의 첫나들이는 바로 집 뒤에 위치한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하는 일이었다. 밤새 잠을 못 자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오후에 나오긴 했지만 다행히 볕이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생각지 못한 감정들이 다시금 나를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