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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군 Mar 17. 2024

전 재산을 날렸지만 살아보기로 한 이유

주식 코인은 어지간하면 개미지옥인 거 국룰 인정?

*6년째 우울증을 돌봐오고 있고 어쩌다 전재산도 날렸지만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는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3년 전, 깊이 있는 공부 없이 덤볐다가 주식과 코인으로 전재산을 잃었다.

.

.

.

나는 당시 주식과 코인으로 거의 300만 원을 날려먹었고, 그 뒤로는 무서워서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주식한 번 해서 200만 원까지는 경험삼이 잃어봐도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교수님도 주식으로 돈을 꽤나 날린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었다. 주식과 코인을 크게 신뢰하고 있던 남편은 가정적이지만 치명적인 이 한 가지. 바로 (주식에서) 물타기를 하는 내리막 물타기의 장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전재산인 1억 5천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허공으로 공기처럼 사라졌다 (여러분 정말 투자는 전문가 수준이 아니면 하지 마세요!!) 하나의 주식에 이렇게나 몰빵이 가능한 건지 나는 그때도 지금도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둔 내 잘못도 있다. 당시 나는 우울증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던 시기였고, 남편은 고된 회사 생활에 인생한방을 노렸다. 그리고 이 두개의 콜라보가 제대로 터져버린 거다.




전재산을 가져간 그 문제의 종목은 사실 처음엔 수익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만 빼자고 했고, 남편은 어차피 더 수익이 날 텐데 왜 빼냐며 으르렁 거렸다. 유독 돈에 있어서 만큼은 거친 그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내 자리인 침대에서 나의 하루 루틴인 하루종일 울고 자며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렇게 주식의 50%가 정확하게 사라졌던 날, 나는 또 한 번 남편을 말렸다. 그런데 남편은 이제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려가서 물타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물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 1억 5천이 한 종목에 다이빙을 해버렸다. 와..... 나는 진심으로 10년 동안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어떻게 한 주식에 투자쏟아 부을 수 있는건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그 종목은 -95%의 대기록을 세우며 지금은 더 떨어질 수도 없어 질질질 바닥을 기고 있다. 10년 뒤에 뛸지 50년뒤에 뛸지 모를 노릇이다. 허망한 남편은 도저히 손절을 할 수 없다며 윽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생 한 방을 노리다가 진짜로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에휴... (그냥 뜯어말리지 못한 나의 죄로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까)


그래서 바가지를 긁기도 참 많이 긁었다. 그게 2~3년 전인데 나는 아직도 남편 바가지를 긁는다. 이유는 남편은 아직도 주식이 우리를 구원해 줄 한줄기 빛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동의하지만, 이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싸움이기에 나는 끝까지 반대할 거다.




남편이 지금은 주식을 끊고 있는데 최근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또 불안해진다 (진짜 무섭다) 이를 빌미로 다시 투자에 손을 대고 또다시 이런 파국이 생긴다면 나는 그때는 못 참을 것 같다. 브런치에 유독 이혼이나 이혼준비과정 이혼과정 이야기들이 판을 치는데 나도 어쩌면 합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약 같은 거라도 걸어두어야 하나 모르겠다. 하여튼 중요한 건 나는 미래를 알 수 없고 그는 잘못했다 반성하고 사과를 하니 진짜 그러한지 안 그러한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투자의 끈을 놓지 않았으므로 무한 의심 중)


남편은 어린 시절 꽤나 부유하게 자랐다. 그러다 청소년기즈음 가세가 기울었고 대학생 때는 막노동을 뛰며 노동의 참맛을 보기도 했다. 그때의 그 청년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멍청한 건지 바보인 건지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주식에 대한 배신감까지는 사라지지 않음. 별개로 보려 노력 중이랄까)


재밌는 점은 남편은 전재산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을 한다는 거다. 우리 집의 청약 통장까지 다 운운하며 더하기 빼기를 하는데, 내가 지금 말하는 건 그런 지점들이 아니잖아? 그리고 남이 5억을 날리던 10억을 날리던 우리가 전재산을 잃었다는 게 중요한데...!!! 무척이나 답답하다. 돈 문제로 부부사이가 갈라진다는 말은 팩트였다.




그래서 나는 홀로서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죽기엔 내가 너무 가엾다. 어린 시절 아빠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결혼하고 나서 남편은 주식으로 전재산을 날려버린 한낱 지나가는 아줌마지만, 내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이제라도 찾고 싶다.


남편에게 기대어사는 건 꽤나 편안하지만 영 내가 없는 기분이다. 그래, 살면서 별의 별일이 다 있다는데 아직은 다시 한번 해볼 만하지 않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그런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후

나는 남편 바가지 긁을 시간에 할 수 있는 알바를 찾았다. 아침에 햇빛도 보고 남편에 비하면 용돈도 안 되는 작은 월급이지만 그래도 나는 기쁘다. 이 돈 차곡차곡 모아서 근사한 맥 컴퓨터를 하나 장만하고 싶다 (지금 작업 중인 노트북은 산지 15년도 넘어서 매우 느리다)


이렇게 목표도 세웠으니 그냥 하루하루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아직 모든 상처들이 다 아문건 아니지만, 이제는 애써 잊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살아간다는 건 분명 고통이지만,

나는 나를 아직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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