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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군 Mar 31. 2024

칩거 5년 차, 집 밖을 나서다 2

우울증을 다루어내는 (나만의) 방법

*6년째 우울증을 돌봐오고 있고 어쩌다 전재산도 날렸지만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는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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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나온 탓일까?


웅장한 도심의 건물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사람들도 마치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지나다니고 있었다. 현실세계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다. 나는 이 세계와 어울릴 수 없는 비루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고, 세상과 단절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보니 어색하고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세상과의 만남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주는 따스함은 온몸의 전율로 와닿았다. 딱히 내 몸속의 세포들과 대화를 하고 지내진 않았지만, 내 몸이 내 마음이 햇빛을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내일도 나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사람이 아침에는 나와서 햇빛을 봐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산책을 했을까?


 

다음날,

나는 고작 전날 20분 나들이 산책 시간에 지쳐 집 밖을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나들이 간격을 좁혀나가고 싶어 간헐적으로 운동을 집에서 하면서 이따금씩 산책나들이를 의식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매일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저 며칠에 한 번이라도 생각한 걸 실행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에게 (진심 어린) 칭찬을 꼭 해주어야 한다는 걸 3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그건

세상의 시선이 아니라

"내시선"

 

마음 수련을 1년 넘게 하니 세상이 딱히 나에게 큰 관심이 없고 나를 나쁘게 대할 생각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무하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게 자연스럽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걸 깨닫고 나서야 내 마음은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내 세상이 되고 우주가 되니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세상보다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뒤에서 어떻게 말을 하던 사실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아는 게 나의 자존감이라는 아이를 보호하는 첫걸음이라는 것도.



무슨 아기가 걸음마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 우울증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글을 읽으신다면 적지 않게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이게 내가 우울증을 다루어나가는 방법이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우울감이나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어디 말도 못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음을 터 놓을 사람을 꼭 곁에 두는 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음을 터 놓을 친구가 없다면 나처럼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심리상담센터도 좋은 방법이 될 거다.


그리고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용기 내어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키면 말이다. 문화센터에서 수채화를 배운다던지, 어쩌다 어른에 방청 신청해 본다던지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의 활동을 조금씩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싶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안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간은 이미 그렇게 흘러가버린 것을. 그저 앞으로는 조금 더 나에게 신경 써주고 나를 위한 삶을 사는 데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어떻게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은 에너지가 전과 달리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래서 괜스레 뿌듯한 요즘이다. 그렇다고 기분을 애써 산꼭대기까지 올리지 않으려 한다. 너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지금의 나로선 최선의 컨트롤이다. 좋은 것에 마냥 동하지 않고 나쁜 것에 마냥 동하지 않는 게 어쩌면 인생의 요령이라는 생각도 든다.



TO. 지금, 마음이 아픈 당신에게

"당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 떠날 생각일랑 부디 접어주세요.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 하나 없겠지라는 생각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 친구들이 마음 아파해요. 진심으로요.. 전혀 상관이 없는 저도 마음이 아플 겁니다. 마음 치료 꼭 받으시고 스스로에게 매몰찼던 나에게 '기다림'이라는 여유와 시간을 주세요."



만약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힘을 내볼 생각이 들 때까지는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동안 돌아봐주지 못했던 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한 번쯤은 시도를 해보셨으면 좋겠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이제 진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사회생활이라는 걸) 서툴지만 조금씩 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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