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13 - 20190801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어린이집 방학>


1.

지난주 토요일부터 미루의 어린이집 방학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등원한다. 토,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총 9일을 종일 함께 있는 건데, 오늘이 6일째. 한마디로 말하면... 죽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이제 미루는 더는 혼자 놀려고 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혼자서 놀잇감을 찾아 잘 놀던 미루는 이젠 혼자 노는 건 심심하다며 계속 같이 놀자고 조른다. 아니면 재미난 곳에 가자고 하던가. 하아... 드디어 미루에게도 이런 시기가 왔구나. 끊임없이 엔터테인먼트를 갈구하는 시기. 비 때문에 집에 있어야 했던 지난 며칠은 진짜 곤욕이었다. 종일 심심하다고 징징징징... 결국엔 동영상 보겠다고 징징징징....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텐데, 이미 '엄마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하는데... 아빠가 더 재밌어'란 말로 '노잼' 엄마 인증을 한 차례 한 입장에서, 어떻게 데리고 놀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이래서 둘째, 셋째, 형제자매들을 낳는 건가?



3.

초등 3학년 아들이 있는 후배가 한 달 치 방학 계획을 쭉 읊었는데, 그걸 들으며 난 참 이기적인 엄마구나, 라고 생각했다. 난 아직도 내 일이 너무 중요하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내 일을 먼저 생각하느라 바쁘지 아이와 오늘은 뭐 하고, 내일은 뭐 하고,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하루하루 임기응변을 할 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런 말도 많이 하지만... 가끔은 그냥 다 변명 같다. 그저 나 편하자고 하는 게으름을 가리기 위한 수단일 뿐. 아무리 그래도... 미루도 중요한 만큼 내 일도 중요하다!



4.

그래도 어젯밤엔 자기 전에 둘이서 실컷 윷놀이를 했다. 이젠 스스로 게임 규칙도 만든다. 걸이 나오면 서로 내는 수수께끼를 맞혀야만 걸로 인증이 된다나 뭐라나. 윷이나 모가 나오면 폭탄이 터지기 때문에 가던 말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야 한댄다. 이건 또 무슨! 윷과 모는 원래 좋은 거라고! 이 모든 건 내가 자꾸 이기니까 자기가 이기려고 바꾼 것이다. 녀석이 은근 지는 걸 싫어한다. '져도 슬퍼하기 없기야!'라고 계속 반복하거늘. 수수께끼 짜내는 것도 꽤 힘들더라.



5.

- 지루함 속에서 창조적인 게 나오는 거야!

라며 심심한 걸 견디라고 말하는데, 사실 만 6세 아이에게 이게 통하겠는가. 무슨 철학 강의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 동영상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너에게 즐거움을 주잖아. 그건 너무 쉬워. 그렇게 즉각적인 즐거움만 추구하면 안 돼. 미루 스스로가 재미난 걸 찾아내야지!

참나, 퍽이나... 잘도 먹히겠다... 내가 말해놓고도... 쯧쯧쯧...

아이는 삐죽거릴 뿐이다.



6.

물론, 재미난 환경에선 미루는 날 찾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물놀이! 물놀이가 최고야! 일요일엔 분수장에 갔고, 화요일엔 양화 한강 물놀이장에 갔고, 오늘은 난지 한강 물놀이장에 갔다. 앞으로도 물놀이장 투어는 계속될 것 같다. 돌아와 뻗는 건 나다. 빨리 뻗어 자줬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아주, 매우, 베리베리, 꿋꿋이,

멀.쩡.하.다.

엄마는 극한직업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 수영복이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아서 티셔츠랑 반바지 입고 물에 들어가야 했다. 멋쟁이 엄마들 왜 이리 많아? 쭉쭉 빵빵 몸매를 뽐내보는 건... 내 인생에선 그른 걸로.

3일 남았다! 방학아~ 빨리 끝나라~!


#엄마는극한직업

#방학을맞이한세상의모든엄마들이여

#우리생존합시다

#앞으로여행가면24시간붙어있어야하는데

#이거어쩌나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립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예전엔 대학로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일했고,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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