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16 - 20190817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지금, 이 순간>


1.

2019년 8월 17일 토요일에서 18일 일요일로 넘어가는 지금.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짧게,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적는다. 중구난방이겠군. 요즘 내가 좀 중구난방이다.


2.

아침에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니 꽉 안 짜서 물이 흥건한 걸레처럼, 몸도 마음도 푹 젖어있다. 젖은 몸과 마음은 참... 구리다. 비에 지쳐가는 중이다.


3.

작년이 더 더웠는데, 이상하게 올해가 작년보다 더 견디기 어렵다. 습도 때문인가?


4.

이건 진짜 동남아 날씨다. 아침의 소나기는 그곳의 스콜과 똑같았다.


5.

날씨 얘기만 하고 있자니 진짜 노친네가 된 기분이다. 노인네도 아닌 노친네.


6.

사실 노인네든 노친네든 둘 다 좋은 표현은 아니다.


7.

그래서 확 다른 얘기. 내 손가락 사이로 쥐도 새도 모르게 세어나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 일이라면 몰라도 생활엔 칠칠맞고 꼼꼼하지 못한 나는 고지서나 기타 공과금 용지를 볼 때마다 분명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을 거라는 불안에 떤다. 내가 날 믿지 못하는 순간의 기분은 참 더럽다.


8.

드로잉 수업을 리서치하면 대부분 기술에 대한 설명이 많다. 당장의 결과를 바라기 때문이겠지. 내 수업은 정서 위주인데, 요즘 트랜드에 뒤떨어지는 수업을 하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그래서 3기 수업 끝판엔 내 룰을 깨고 시범도 막 보여줬다. 솔직히 고백하면, 불안해서였다.


9.

아, 3기 드로잉 수업이 끝났다. 3기엔 진짜 열심히 하시는 분이 많았다. 감사드린다. 드로잉 수업에 관한 건 따로 써야겠다. 그게 수강생분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그런데, 6주의 짧은 인연은 깊은 허무함을 안겨준다. 앞으로 얼마나 이 허무함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10.

어쩔 땐 '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하며 눈앞에 펼쳐진 샛노란 황금 벽돌 길에 눈이 부시다가도, 어쩔 땐 '이번 생은 글렀나' 하며 눈앞에 추적추적 진흙탕 길이 있다. 이거 조울증인가?


11.

Simplify your life. 요즘 내 모토. 그런데 되지가 않아.


12.

어제 미루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고 친정집으로 오는 두 시간 동안 나보고 미루를 가리키며 '얘 엄마예요?'라는 질문을 세 번이나 받았다. 젠장. 평소엔 허허 웃고 넘어가는데, 세 번 연속으로 받으니 좀 멍하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진짜 희한한 얘기 많이 듣는다. 이러니 simplify your life가 되겠어?


13.

일본에 관심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의 베베 꼬인 정서가 당최 이해가 안 가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 때문에 관심이 간다. 왜 그리 베베 꼬였을까? 역사는 답답하지만 동시에 모든 답을 준다.


14.

지금, 이 순간, 내 생각의 수준이 딱 이 정도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적당히 저렴하구나. 한 시간 후는 다를까? 내일은 다를까?


15.

그리하여 제목의 날짜는 17일이지만 올리는 날짜는 18일. 글 하나에 이틀을 담는다.



더 쓸까 하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귀찮음에 오늘은 여기까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밤, 난 날씨에 배신감을 느낀다. 이럴 거면서 왜 그리 우리를 괴롭혔나.

진짜 이건 배쒼이다. 배쒼!

너 날씨?? 나 최영의야! 그냥, 콱!!


이거 뭐... 글이 이러냐....


#의식의흐름

#실존주의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립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예전엔 대학로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일했고,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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