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19 - 20190905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모기란 무엇인가.>


1.

모기가 극성이다. 어젯밤엔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한밤중에 일어나 내 이놈들을 다 잡고 말겠노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얼씨구절씨구 봉산탈춤 추듯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미루 다리에 이놈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킬빌의 우마 서먼 이상으로 복수심이 들끓었다. 여기서 짝! 저기서 짝! 적어도 10마리 넘게 잡은 것 같다. 내 손엔 피가 낭자했다. 우마 서먼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 것이다. 난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조용히 숨을 내뱉으며 쿵후 자세를 취했다.

- 아뵤오오오....

끝에 코 한 번 탁 쳐주고.



2.

모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모기. 모기라...

검색창에 쳐보니 세상에나, 지구상에 약 3,5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56종이 기록되어 있단다. 아니, 도대체 이 녀석이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종이 이렇게 많아?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이 꽤 많다. 그중 내 눈길을 끈 몇 가지는,

- "1억 7천만 년 전의 화석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즉 쥐라기 때부터 있었단 얘기인데, 바퀴벌레 못지않은 불멸의 생존력이다. 모기야말로 피닉스네, 피닉스. 이른바 불사조! 이놈, 다시 봐야겠네.

- "모기가 보여서 눈으로 쫓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모기의 순간 및 선회 속도가 인간의 안구 회전 속도보다 빨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파리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파리는 비교적 덩치가 커서 다시 바로 눈에 잡히지만 모기는 호리호리해서 놓치기 쉽다. 참고로 고양이는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사람의 2배가 넘는 속도로 뇌에 시각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모기가 이리저리 날아다녀도 놓치지 않고 다 눈으로 쫓는 모습을 보인다. 고양이가 보는 방향을 잘 주시하면 의외로 쉽게 모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거, 고양이를 길러야 하나?

- "모기는 날개가 빈약해서 비행 지구력이 나쁜지라 날아도 오래 날지 못하고 반드시 근처 벽이나 천장에 붙어서 쉰다. 모깃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벽 근처가 1순위. (중략) 이 벽에 붙는 습성 때문에 벽에 붙어 자는 사람이 더 많이 물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잘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말이지... 칫! 미루가 벽에 붙어 자는데, 그래서 그런가? 지금 미루 다리는 쑥대밭이다. 으... 복수심이 더 불탄다.

- "선풍기의 미풍에도 버티질 못하고 빌빌댄다. 잘 때 모기가 귀찮게 하면 선풍기 바람으로 접근 거부 지역을 만들 수 있다. 모기의 비행 속도는 빨라야 시속 2.4km 정도인데 선풍기 풍속은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도 그 10배는 가뿐하다. 게다가 모기 한 마리의 무게는 0.003mg에 불과하므로 모기에게 선풍기 바람은 사람으로 치면 태풍 그 이상이다. 모기가 한둘 있어도 선풍기 바람에 날아갈 확률이 100%다." 오케이, 접수 완료.


쭉 스크롤을 하는데... 젠장... 너무 길다. 잡설 하나 쓰기 위해 이걸 다 읽으라고? 어, 그런데 대중매체에서 모기를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서도 쓰여있다. 어디 보자... 세상에나, 이 부분에 이르면 이걸 정리해서 나무위키에 올린 사람에 대해 경악스러움과 함께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모기야'라는 제목의 대중가요가 있다. 김건모, 신승훈, 클론 등을 발굴한 김창환 사단의 혼성 그룹 콜라(강원래의 아내 김송, 하이틴 가수로 데뷔한 박준희가 소속되어 있었다.)의 데뷔곡으로, 실연당한 여자가 비를 맞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을 비 맞는 모기에 비유한 노래이다."

리스펙!



3.

모기에 대한 나무위키 최근 수정 시각이 2019-09-01 20:30:34이다. 나처럼 모기 때문에 열 받아서 며칠 전 밤에 썼나 보다. 갑자기 이 사람에게 화악~ 동화가 되면서, 모기에 대한 분노를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에 쏟았다니 더욱 존경스러워진다. 그나저나 다른 나무위키 글들에 비해 유머가 넘친다. 이거 쓴 사람의 이름은 왜 안 올라와 있나.



4.

문득 내 눈에 들어오는 마지막 문장 하나.

- 나무위키는 백과사전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적이거나,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크하핫! 가짜 뉴스라는 게 바로 이런 데서 시작하는 건데, 모기에 대한 이 정보를 100% 신뢰할 수 있을까? 모기에 대한 가짜 뉴스는 뭐가 있을까?



5.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 귀를 스치는 공포의 에에엥~ 소리. 마치 죠스의 빠아~밤! 빠아~방! 빠밤, 빠밤, 빰빰빰빰! 소리와 맞먹는다. 내 뒷목을 팍 치지만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알 수가 없다. 기절이라도 시키면 다행인데. 지금 바로 선풍기를 튼다. 에잇, 모기들아~~ 태풍을 받아라앗~!!



6.

자, 이쯤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도대체 왜? 모기 같은 존재들은 왜 있는 걸까? 하느님 믿는 분들이여, 저에게 설명 좀 해주세요. 하느님께선 도대체 모기 같은 생명을 왜 만드셨나요? 세상 하등 짝에 도움이 될 것 없는, 인류에게 해만 끼치고 쌍욕만 하게 만드는 이 해충을 말이에요!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보지만, 몇몇 과학자들이 내놓은 모기의 생태학적 역할을 들춰보지만, 당최 이놈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 정당성을 찾을 수가 없어요! 지구는 스스로 밸런스를 맞추며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거 인간이 지구에게 너무 못 할 짓을 한 건가요? 모기 외에도 바퀴벌레나 파리는 왜 만드신 건가요? 도대체 왜에에에에???!!! (나아가... 자한당은 왜 만드신 건가요? 나경원은 왜 만드신 건가요? 도대체 왜에에에에에???!!!)


어떤 생물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의 맹점은 꼭 '그렇다면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결국 '나는 왜 존재하는가'의 존재론까지 오게 된다는 것이다. 답도 없는 질문은 두통을 유발하고 인생에 대해 짜증만 일으킨다. 그러나 난 진심으로 알고 싶다. 진정 모기의 존재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그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나의 존재 이유는 있는가?



7.

자, 이 리스트를 보시라. World's Deadliest Animals. 치명적인 동물 탑 텐!

상어, 늑대, 사자, 코끼리 등을 우뚝 밟고 올라선 그 1위는 바로오오오오~~~~~~~~~~

모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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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인간이 2위라는 사실. 정말 인간은 해악의 동물인가...



8.

모기약 냄새가 싫어서 홈매트 같은 걸 안 쓰고 모기가 싫어한다는 라벤더나 허브, 또 마늘을 갈아서 놓는데 그닥 효과가 없다. 그냥 손으로 때려잡는 게 답인가? 언제까지 이놈의 모기와 싸워야 하나? 어찌 된 게 요즘 모기는 여름만 있는 게 아니라 사계절 다 있는 것 같고 그 힘도 날로 더 세지는 것 같다. 이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 정도면 말이다. 남극에도 모기가 있다니, 필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클 터, 다시 한번 인간이 지구에 한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기와 싸우다가 환경운동가 되겠다. 요즘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노르웨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루야, 우리도 한 번 꿈틀해 볼까? 인간들이여! 아직도 가만히 있을 터인가! 결국 기-승-전-환경운동인가?



오늘은 여기까지.

모기 때문에 글이 이렇게 길어지다니.

여기까지 다 읽은 당신에게도 존경을.

앗! 우씨! 방금 한 놈이 내 손 사이로 빠져나갔다!

오늘도 모기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나는야 모기 워리어.

내 손바닥은 이미 작동되고 있다. 자, 다 덤벼!


- 며칠간 우울한 포스팅이었는데, 모기가 그걸 날려주네. 허허허... 이 아이러니.

- 으... 글 쓰다가 6일로 넘어가버렸다. 그래도 5일로 포스팅.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립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예전엔 대학로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일했고,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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