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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아리 Mar 18. 2023

오늘도 내려놓으셨나요?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내려놓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해요.'내려놓기' 혹시 이 단어를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학부모 상담을 해도 동네 지인들을 만나도, 친구들을 만나도 자식 이야기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내려놓기'입니다.

'전 우리 애 진짜 내려놨거든요.' '말을 마, 난 진즉에 내려놨어.' '어쩌겠어 내려놔야지 뭐.'


그런데 그 말끝에 착잡함이 묻어납니다. 체념 같기도 하고요. 한숨이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아.... 내려놓는다는 건 엄마에게는 그리 좋은 게 아닌가 봐요.



여러분에게 '내려놓기'는 무엇인가요?



엊그저께 모처럼 대학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타 지역에 사는 터라 서로 왕래가 잦은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아이 문제로 전화를 해오는 친구입니다. 올해 초2, 우리 집 막둥이와 나이도 같고 서로 통하는 게 많기도 하고요.

친구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와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놔야지' 합니다. 친구에게 내려놓기는 아마 양보인듯합니다..

큰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그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학교 밖 아이들 부모 커뮤니티에 가입했어요. 그곳에 올라온 글에서는 아이에 대한 부모님들의 깊은 시름이 가득 느껴지곤 합니다. 학교를 그만두고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아이,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게임만 하는 아이. 의욕을 되살릴 실마리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 입장은 말 그대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구절절 이야기들 속에서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다 내려놓았어요. 그래도 영수는 포기할 수 없잖아요?"

.

.

.

그분에게 '내려놓기'란 무엇일까요?



우리 이쯤에서 한 번 같이 생각해 봐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내려놓기'가 무엇인지.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 봤습니다.

한 번 같이 생각해 봐요.



가장 처음 '내려놔야지'라고 생각한 게 언제인가요?

'내려놔야지'라고 생각할 때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나는 진짜 '내려놓았다'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연 '내려놓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주아주 주관적인, 제가 생각하는 '내려놓기'의 정의는 이러합니다.


생각의 기준을 '나'에서 '아이'로 옮겨가기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기


마음에서 체념, 포 기, 양보라는 감정 몰아내고 '사랑'으로 채우기

아이의 등 뒤에 서기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 스스로 인정하기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 보내기

.

.

.

무엇보다도'존중'해 주기



'내려놓기'는 어떤 갈등 뒤에 등장하곤 합니다. 보통은 공부, 진로 문제가 원인이 될 때가 많지요.

부모는 세상에서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사랑을 누가 의심하겠어요. 내 아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덜 힘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정답이라 확신하는 이런저런 길을 아이에게 제시합니다. 그리고  아이도 확신하고 그 길을 따라주길 원합니다.


부모가 "follow me." 한다고 따라가는 게 옳다 아니다는 일단 접고 얘기하겠습니다.

아이에 따라 잘 따라주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타이밍에서  '내려놓기'가 등장하게 되죠.


내가 말하는 길, 정답일까요?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살아갈 세상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후가 됩니다. 아마 지금의 세상과는 많이 달라져 있겠죠?  지금 좋은 것이 그때도 좋다는 법은 없습니다. 직업만 하더라도  사라질 직업군이 얼마나 많은가요? 반면 새로운 직업들 또한 많이 등장할 거예요. 평균이 실종되어 가고 다양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금도 이러한 데 미래사회는 오죽할까요?  


'내려놓기'를 진심 즐기세요.



부모가 바라보는 세상의 크기에 따라 아이들의 시야도 결정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비전이 과연 정답일까?

이런 의심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켜서 하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를 만들 준비를 위함이라 여기고 기꺼이 아이와 나의 거리를 둬 보는 건 어떨까요?


결국 아이의 삶은 아이 자신이 책임질 때가 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아이들도 우리처럼 살아갈 거예요.

그러나 기꺼이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부모를 가진 아이라면 시련이 닥쳐도 주저앉지 않을 거예요. 험난한 그 길 위에서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어갈 거예요.

내가 지금 기꺼이 내려놓으면서 보내는 지지와 응원이 그때, 험난한 인생을 돌파해 나갈  내 아이의 체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마음먹으면 어떨까요?


저 또한 다짐해 봅니다. 매 순간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면 그냥 잘 들어주고, 아이가 응원이 필요한 듯하면 어깨 한 번 툭툭 쳐주고, 기운 없어하면 배달 앱에서 먹고 싶은 거 고르라 하고, 고민이 깊은 듯하면 그때 떠오르는 책 한 줄 펼쳐 보여 주고. 그냥...

'엄마는 네 편이야.'

이 맘 하나 전달되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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