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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샤쓰 그 신후 May 06. 2021

밀리터리 장르소설) 무토 - 인간, 병기

#. 프롤로그 -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쓰라릴 정도로 매운 화약 냄새가 콧 속까지 얼얼하게 만들었다. 

두터운 정글 어딘가부터 살가운 바람이 일었고, 그제야  메케한 화염 연기가 물러가기 시작했다. 

일본군 계급장이 박힌 군복과 모자를 쓴 한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과 몸뚱이는 핏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발 주위 땅은 부서지고 찢긴 시체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머리통이 잘린 채 몸뚱이만 나뒹구는 시체도 수십 구였다. 죽은 몸뚱이들은 전부 일본 군인들이었다. 

차가운 분노가 서린 사내의 눈이 전방 어딘가에 꽂혔다. 중위 계급장을 단 일본군 지휘관의 시체가 거기 있었다. 사내가 남은 소총 탄환을 다 때려 박은 지휘관 시체는 아예 허리가 끊어져 상, 하체가 떨어져 있었다. 두 눈은 부릅뜬 채였다. 사내는 그 두 눈을 쏘아보다가 등을 돌렸다.  


여자가 주저앉아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왔던 여자는 경악스러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다가오는 일본군 사내를 바라봤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질린 듯한 그녀의 눈동자는 바람에 쓸리는 잎사귀처럼 계속 흔들렸다. 

사내가 벌벌 떨어내는 여자의 양 팔을 잡고 일으켰다. 어린잎처럼 연약한 여자의 두 눈을 들여다봤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무거운 사내의 입술이 열렸다. 


"돌아가자..." 


공포는 이미 멀어졌다. 여자의 두 눈이 젖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초롱하게 고인 눈물이 떨어졌다. 


"우리 집으로..." 


여자는 사내의 몸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온 힘을 다해 껴안았다. 

이 곳은 버마의 정글이었고 이들의 집은 3300km나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은 홀씨 같은 희망을 품었다. 

비록 그것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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