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Feb 12. 2017

암환자에게 가장 반가운 식욕

먹고 싶다면 시간을 놏치지 말고 먹는다.


인간의 가장 기본 욕망은 성욕,식욕 이라고 한다. 성욕은 사라져도 생명에는 별 지장 없지만 식욕 같은 경우는 생명과 직결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욕구기능이 망가지면 생존 자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먹는것을 거부하는 병으로 '거식증' 이란 병이 있는데 암환자들도 말기로 갈수록 이런 무식욕증으로 인해 기아상태로 변해가게 된다.


대장암 말기 환자인 내가 하루종일 굶어도 음식이 먹고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것은 '먹는것이 곧 고통' 이라는 것을 몸이 본능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순식간에 남들은 그렇게 어렵다는 70킬로에서 50킬로로  초 슬림 다이어트를 어렵지않게 해낼수 있었다.


평상시 소식을 하기에 항상 뭔가 먹는것 같지만 사실은 항상 부족하고 배고픈 상태에 있는것이 암환자들이다. 며칠 통증이 전혀없이 지나가면서 어제 새벽 잠이안와 잡생각들에 쌓여 침대위에서 뒤적뒤적 하다가 돌연 허전함을 느끼며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식욕이 올라왔다. 새벽3시쯤인지라 일반인들 같음 음식을 먹어선 안되는 시간대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식욕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놏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암환자에게 식욕은 몸이 살겠다는 신호로 뭔가 영양분을 넣어달라는 말이다. 식욕이 돌면 무조건 희소식이라고 보면 된다.


자려던 마음을 일단 포기하고 나와서 냉장고를 뒤져보니 호빵과 쏘세지 치즈등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이 암환자들이 피해야 하는 가공식품들이다. 먹을것 차려달라고 자는 식구들 깨우기도 뭐하고 모처럼 찾아온 식욕 앞에서 약간의 위험성은 감수 하기로 한다. 실로 반년만에 일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쏘세지를 먹었다.


대장암환자들은 워낙 소식을 하게되기 때문에 무조건 양보다는 질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뜨거운 호빵에 치즈를 얹고 쏘세지를 렌지에 돌려 평상시는 먹던 껍데기는 벗겨내고 오렌지 쥬스와 함께 야심한 밤에 만찬을 즐겼다. 먹고싶을때 먹는 호빵 하나가 식욕 없을때 차려진 부페를 먹는것보다 훨씬 만족감을 주며 엔돌핀을 돌게 만든다.



오늘도 아버지가 입원해있는 병원엘 다녀왔다. 링게르와 혈압을 측정하는 기계를 달고있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임에도 병원밥이 맛있다고 신나하신다. 병원밥이 맛있다는것은 한마디로 병원 입원 자체가 만족 스럽다는 말이다. 편안하고 만족하다면 병원에서 나가라고 쫒을때까지 편안하게 계시라고 할수밖에..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게 되는데 그 외에 다른 즐거움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일것 이다.


인간에게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면 과연 어떨까... 그 해답을 내가 요즘 찾고 있다. 식욕이 사라지고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지난 일년간을 되돌아 보면서 인간이 안먹고 안싸고 살수는 없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드문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한다. 인도의 요기중 '라마링가' 라는 인간은 빛의 몸이 돼었다고 하는데 제자가 스승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실제 사진을 찍어보니 옷만 찍히고 사람은 찍히지 않았다고 한다. 먹을것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는것이 과연 인간의 진화에 유리한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진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괴물이라고 느낄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수가 가는길이 진화이고 반대로 가는 극소수는 돌연변이가 된다.



며칠전 본 좀비영화가 그런 심오한 내용을 다루었다. 좀비가 인간의 진화라는 주장..멜라니 라는 여주인공 소녀가 인간 세상을 구원할줄 알았는데 반대로 좀비인지를 퍼트려 세상을 좀비들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멜라니의 주장은 자신들도 살고싶은 생명체로 대세를 기존의 인간들이 따라야 한다는것..


어쨋건 지금의 육체에서는 식욕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만큼 식욕이 찾아오면 암환자는 무조건 먹을것을 찾아 먹어줘야 한다. 몸이 살아나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것을 무시해선 절대 안돼며 먹을수 있는만큼 먹는다. 일반인들에게 적용되는 상식( 자기전에는 먹지않기, 과식하지 않기)등은  적용할 필요가 없다. 먹는것과 통증과의 조율이 가장 중요한데 통증을 줄이면서 식욕이 점점 살아난다면 몸이 점점 살겠다고 신호를 보내는것이다. 그래 살아야지 몸을 위해 먹어주어야만 한다.


나의 경우는 그렇게 간만에 식욕이 찾아오면 스파게티를  배부르게 먹기도 하고 점심부페를 찾아 이것저것 줏어먹기도 한다. 그래봤자 일반인 정상 식사량 정도 간신히 된다. 아픈데도 뭐가 먹고싶은지 떠오르는건 그저 기억에 따른 본능 같은것인데 주로 몸을 망친 주범인 튀김치킨, 자장면, 콜라, 아이스크림등 혀가 중독된 자극적인 맛들이다. 반면, 식욕이 도는건 그런 맛에대한 욕망이 아닌 배고파 먹을것에 대한 본능적 욕구이다. 그 차이를 잘 파악할줄만 안다면 몸이 살려고 음식을 달라고 하는 신호인지 반대로 몸을 망친 자신의 맛에대한 욕망인지를 가려낼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입맛도 없는데 특정 음식이 먹고싶어 그리운건 그 음식을 먹어야만 그 스트래스가 해소되지만 식욕은 그런것과는 다르다. 아무거나 뭐라도 먹고 싶다 란 생각이 든다. 전자는 불량식품일 경우 목숨 내걸고 먹어야 하는것이고 후자는 먹고 살기위한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된다. 음식을 먹더라도 방향은 완전 반대이다.


식욕이 찾아오는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무식욕에 지친 암환자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된다. 꼭 무엇(대부분 불량식품)이 먹고싶다 라는 뇌의 속임수가 아닌 그냥 배고프고 먹는것에 대한 본능이 살아난것인지를 가려 판단할줄만 알면 된다. 몇달만에 찾아온 식욕이 정말 반갑다..


https://brunch.co.kr/@yemaya/729



작가의 이전글 환경과 음식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