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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5. 2017

사는것에 익숙해 진다는것

숨쉬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않도록...


2017. 2. 15 수요일


아무생각없이 일어나 또다시 시작되는 하루..상쾌하고 맑은 몸기분이 아닌 뭔가 찜찜한 장의느낌이 아무렇지도 않은것이 마치 이게 정상인듯 무심함을 가진 나를 보게됐다. 스스로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은것이 아니라 아예 환자란것이 당연한 내 모습이라고 인지하는것은 아닌지..태어날때부터 환자였다는듯 지금의 내몸 상태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속의 나를 보고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생하게 전해지는 현실속의 나. 지금의 상태가 익숙해져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것은 상당히 나를 심오에 빠트리고 급 우울하게 만든다.



벗겨놓고 보니 갈비뼈가 앙상한것이 소말리아 난민과 흡사하다. 맨 바닥에 누우면 뼈다귀가 바닥에 부딫쳐 아프다. 장폐색 위기때마다 원적외선으로 쏘여댄 화상자국이 지워질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내가 살아남는다면 살아난 훈장으로 남을듯.. 급격스레 빠진살은 얼굴에도 팔자주름을 크게 만들고 십년은 더 늙어 보이게 한다. 거울속에 비친 일년전과 비교해 너무도 달라진 내 모습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난다. 뭐든지 익숙해 진다는건 참 무서운 일이다. 지금 이 모습이 자신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증에 시달릴땐 다른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죽던지 살던지 그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생각뿐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과 같은 상태지만 지금은 장이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이 난다. 어제도 미적미적 느껴지는 장염같은 불편함에 짜증나서 그냥 잠을 자버린다..그리고 일어나서도 장의 불편함이 귀찮다는 생각을 한다.


장염인듯 귀찮아서 빨랑 나아 버렸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짜증이 나는 나를 보고 인간의 간사함을 떠올린다.죽음이 한발짝 물러나게 되니 감사는 커녕 이제는 말라버린 몸과 이런 작은 불편한 느낌에도 짜증이 난다. 며칠동안 통증이 사라진것에 익숙해져 버린것이다. 내가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된다.



아파트 집인데도 창밖으로 새소리가 들린다. 명란젖, 들국화로 물들인 유기농 단무지무침, 김치북어국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커피한잔을 즐기며 기록을 남긴다..살아 있다는것에 당연함을 느끼면 삶에대한 감사가 사라진다. 새소리가 그런 나를 반성케 한다. 살아있다는것에 감사하고 통증이 가라앉은것에 감사하고 내가 아직 장폐색과 죽음의 위험을 안고사는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사는것에 익숙해지고 숨쉬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둣 착각하면 그런 현실을 잊게된다. 그리곤 스트래스 해소 한답시고 생크림빵등 불량식품을 잔뜩먹고 줄담배에 여기저기 쏘다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죽음과 다시 대면했던 경험..내안에 원숭이가 그런 바보같은짓들을 한다.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가 한발짝 뒤로 물러선 상태로 아직 죽음으로 부터 멀리 벗어난것은 아니기 때문에 갈길이 많이 남았다. 좀 살만해졌다고 벌써부터 또 원숭이가 튀어나와선 안된다.


짜증난다고 엄한짓 하려던 원숭이를 다시 잡아 들이고 마음을 고요히 갖도록 해야겠다.상쾌한 아침이다..


https://brunch.co.kr/@yemaya/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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