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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6. 2017

사회속의 어쩔수 없는 스트래스

살아남은 죄로 처리해야 할일들

 

2017 .2.16


구정때 올라와 집에 와 있은지 어느새 20일이 지나간다. 처음의 오랜만에 집에온 반가운 마음은 어느새 익숙해지고 점차 예전의 살던 모습으로 점점 되돌아가 지내게된다.  식구가 밥 차려주는것도 처음 올때만 같지가 않다.


사실은 더 중환자인 내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하시는바람에 거의 매일같이 병원에 이것저것 챙겨주러 병문안 가야하고 살아남은 죄(?)로 처리해야할 일들은 겹겹이 밀려있다.아버지는 자신과 내가 바뀌어 있어야 하는데라며 병문안 받기 미안한지 멋적은 웃음을 지신다. 링겔도 다 뽑은 상태인것으로 보아 며칠간 잘 쉬신것 같고 곧 퇴원할실것 같다.


시골 내려가기전에 얼마나 다급한 상태였는지를 보여주는 폭탄맞은듯한 내방 모습도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쓰던 방 두개를 정리, 청소해야 한다. 안쓰는 전화번호 하나를 해지해야 하는데 서류를 팩스로 보내야 한다고 해서 시골에 내려가 있는동안 여태껏 해지못하고 요금만 내고있던 상태이다.


그동안 겹겹이 쌓인 공과금및 각종 고지서가 한무더기 쌓여있어 그것들도 전부 처리하고 내려가야 한다.자동차 검사기한도 지나 벌금을 내야 한다. 오늘은 아버지 병원을 들러 자동차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야한다.3일마다 만원씩 추가로 벌금이 늘어나고 있는중이란걸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병원 의사도 다시만나 다시 재검진 받고 암환자 산정특례 등록을 알아봐야 하는데 생사가 위급할땐 그런것들이 다 필요없지만 생각만큼 빨리 죽지못한 죄(?)로 앞으로 살면서 도움이 될일들은 귀찮더라도 처리해야만 한다.


WIFI 인터넷이 안되는 시골에서 맘편히 읽을 자료들을 프린터 하고 내려가서 볼 영화들을 외장하드에 정리하는 일도 해야한다. 집에오면 한번 본다고 했던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친척도 찾아가 봐야하고 며칠내 해야할 일들을 꼽아보니 할일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몸이 아프면 그야말로 신경쓸 겨를도 없는 자잘한 일상생활 일들이 몸이 좀 움직일만 하니 처리해야할 거대한 숙제로 밀려오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맘놓고 아플수가 없다.



도시속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이런 자잘한 일들이 모두 일상생활의 연속으로  스트래스가 안생길수가 없다. 외출시마다 생기는 교통체증과 아무때나 눌러대는 한국인들의 클락션 소리에 욕이 저절로 나오는것 또한 일상생활이다. 어제도 건널목 신호등이 깜박이는데 뒤에서 빨랑 안간다고 클락션을 눌러대는통에 나도 모르게 화가나 차를 세우고 대판 할뻔한 위기도 있었다. (여태껏 그런적이 없었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말기 암환자 인지라 겁나는게 없어진 모양이다.ㅋ)


그런 생활속에서 어느샌가 또 다시 줄담배 습관이 나오고 있는중이다.그렇다고 주변에 마땅히 산책할만한 산림 코스가 있는것도 아니다. 게다가 외출시는 미세먼지 까지 신경써야 한다. 당장의 편리함만을 위해 도시속에서 말기암 환자가 요양을 한다는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며칠내로 내 앞에 산적한 살아남은 죄로 처리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것이 나에겐 최선의 선택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사람도 없고 하루종일 먹는것 빼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것이 시골 요양 생활이다. 따끈따끈한 온돌방에 방문만 열면 바로 눈앞에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소나무가 있고 수도꼭지만 틀어도 게르마늄 생수가 무한정 나오는 곳이 시골 내 요양처이다. 스트래스 받을일이 먹는것빼고는 없다. 마땅한 식당이 없으므로 먹는것만 스스로 잘 해결하면 된다.


경험 부족으로 1기 요양은 인스턴트 음식들과 생라면이나 뜯어먹는 참담한 실패였지만 이제 실상을 알고났으니 제대로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번에 내려가면 불량식품 근절과 더불어 하루종일 사색에 잠겨 본격적으로 제대로 살아날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일단은 오늘부터 다시 내려갈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오늘은 몸이 좀 어때? 아픈건 괜찮고?"

"야! 내가 지금 아프고 그럴 정신이 없다. 처리해야 할게 너무 많아서 지금은 맘놓고 아플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도시생활 에서는 말기암 환자랍시고 맘편히 아플새가 없다. 속은 썩어 뭉그러져 좀비상태 일지라도 무시하고 움직여야 되는게 일반적인 도시생활 이기 때문이다. 여태 몇년간을 그러고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내장은 썩었고 몸은 죽어가는데도 신빨로 건강한척 움직이는 반 시체가 바로 그동안의 나였다. 지금은 진짜로 막바지 이기 때문에 그런식으로는 얼마 더 버티지 못한다..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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