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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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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26. 2021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빚던 '만두' 추억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무언가를 감싸야 한다는 '맛'의 강박관념에 시달려왔다.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서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수두룩하다.  집단 자폐증 걸린것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밀가루 반죽속에 넣고야 말겠다는 집념은 인간을 포대로 감싸서 우주밖에 내보내 뒤뚱 거리고 싶어하는 NASA의 집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넣을것이 없을땐 설탕가루라도 넣어서 호떡이란것을 만들어 낸다. 샌드위치 햄버거 역시도 위아래 밀가루빵을 나눠서 덮은것으로 구조원리는 동일하다. 



밀가루 반죽안에 잡다한것들 넣는 방식의 최고 정밀성은 역시나 한국식 만두다. 한국식 만두는 공정과정이 까다로워 손이 많이가는 음식이다. 사먹는것과 집에서 만들어 먹는것, 품질 차이가 다. 집에서 제대로 된 재료들로 만두를 만들다보면 아무리 대량 생산 이라도 좋은 재료들로는 시중에 파는 단가가 나올수가 없다는것을 알게되고 제대로 된 만두를 먹고 싶다면 직접 만들어 먹을수 밖에 없다는걸 알게된다.


*나는 자본주의 속성을 알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으로 갈아서 만드는 음식 (특히나 육류) 은 절대 믿지 않는다.


중국식 딤섬과는 달리 한국식 만두는 온갖 재료들이 들어 가는지라 혼자먹게 조금만 만들어 먹을수 있는것이 아니다. 한번 집안에서 시도하려면 대공사가 된다.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보관에서도 전문기술 자격이 없으면 터지거나 불어터진 만두 파편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개발한 빈티지 누덕만두 아무리 끓여도 안터진다. 단점은 껍데기가 두꺼워 만두 맛이 안나므로 속을 파먹어야 한다는점..


어릴때 은시절, 온 가족이 모여앉아 만두를 만들면 나는 일부러 대충 나만의 새로운 시도 예술을 한다. 그럼 바로 제조 과정에서 열외돼 분업차원에서 적성에 맞는 시식단에 배정받게 되는데 처녀작을 맛보고 "어때? 간이 맞니?" 질문에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하게 답을해 나머지 만두 맛을 좌지우지 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임무이다. 


다 먹고난 설겆이는 주로 만든 여자 사람들이 하게 되는데 나는 먹는것 만으로도 대부분 과식으로 기진맥진 하는데다 먹고나서 콜라나 커피 흡연등 따로 할일이 많기 때문에 만드는건 엄마가 먹는건 내가 설겆이는 동생이 서로 협력해서 분업하는거다 라고 우긴다. 대부분 가정에서 만두파티를 하면 옛날 한국 남자들 역활이 그러하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싱크대나 가스렌지 주방(부엌) 근처를 가는걸 단 한번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두분다 가스렌지 켜는 방법도 모르실 것이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점점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대에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는 가정이 점점 줄어 들어간다. 공장에서 만든 냉동만두와 가격으로 승부하는 만두 가게가 일반적으로 만두를 접할수 있는 통로다. 만두는 역사속에 계속 이어지는데 어느새 공장에서 만들고 사서 먹는 음식으로 변했다.



사람은 음식섭취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정량이 있다. 지금은 내 몸에 위장이 없는지라 만두 3-4개가  정량이다. 4-5세 인류가 먹는양 만큼만 먹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도 반 이상을 남기는것이 싫어서 외식을 안한다. 큰맘먹고 집에서 만두 만들기 대공사를 치뤄도 먹는양이 얼마 안 되니 나에겐 아마 집에서 만두 만들기는 점점 사라져가는 옛 전통이 될것같다.


대부분의 한식들이 그런 형태인지라 나처럼 소식해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음식을 차리거나 만들어 먹기가 애매하다. 누군가 옆에서 먹을때 맛보기로 한두젓가락 꼽4리 하는것이 가장 무난하다. 1인분 사회적 규격이 나와 맞지 않아 장을 보려해도 먹고싶은 욕망보다 조금먹고 상해서 버려야 하는 음식물 쓰래기 스트래스가 더 크다. (두세수저에 물말아 왕후의밥 걸인의 찬으로 짱아찌 한두조각 곁들여 먹는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단이다.)


아무리 과거의 식탐과 싸우며 고민해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미식을 즐기기 위해 조금씩만 먹는데 안먹어도 (위장이 없으면) 배가 고프거나 하지는 않다. 과거의 식탐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하고 과도한 흡연에 커피와 와인이 주식처럼 된 이유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장없이 산지가 어언 4년째다.) 과거에 기준을 맞추고 없는것을 한탄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며 새로운 방식을 즐기기.. 아무리 따져봐도 그것보다 더 현명하고 나은 답을 구할수 없. 없는데 어쩌라고다. 무엇이 이득이고 정답인지 머리가 안 좋으면 잃은것에 대한 한탄만 끌어안고 비관 놀이에 빠진다. 음주와 식탐 추구가 생의 목적은 아니다.


나에게 맛있는것을 실컷 먹지 못하므로 불행하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요 하는 것은 무의미다. 단지 식당가서 한 사람 몫을 채우지 못한다는것 뿐, 적게 먹는다고 해서 4-5세 아이들이 모두 불행 한것은 아니지 않은가. 질량에 얽매인 과거의 식탐을 잃은만큼 분명히 삶에서 새로 얻는것이 있다. 조금만 먹어도 활동에 지장 없는것과 일정치 이상 섭취하지 못하면 굶주림에 허덕이는것, 어느쪽이 더 먹는것에 있어서 장애이고 자유로운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동물적인 탐심, 욕심이 사라지면  다른 많은 잇점과 자유가 있다. 그것을 찾는다.


https://youtu.be/XuKMDdxS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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