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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0. 2017

무한긍정이 주는힘

낙천적인 마음이 환자를 살린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천성이란것이 있는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상황이 어떻던지 변하지 않는 성격이 있는데 매사 여유롭고 심각하지 않은 낙천적인 성격으로 평상시에는 '한량' 기질이라고 주변에서 잔소리 무진장 들었던 느긋함 이다.


나와는 정반대 성격으로 이십여년간 나보고 욕심이랑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잘살려면 세상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해대던 친구와 어제 한시간 넘게 통화를 하면서 지난 시절들을 서로 돌아보니 친구는 이제서야 자신이 그동안 잘못 살았음을 한탄한다. 매사에 투쟁적으로 타인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속에 살아온 친구의 지난 시간과 내가 사업이 망한후 보낸 시간들이 결과적으로 보자니 너무나 대조적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이제서야 자신이 잘못 살은것 같다고 캠핑과 여행을 생각하는 친구에 비해 이미 나는 사업은 망했어도 시간적 여유로 인해 캠핑과 여행을 십년간 충분히 즐긴 상태이고 각종 문화적 축제등도 즐기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업은 망했지만 돈이 없다고 마음까지 위축되는 삶은 살지 않았다.


일요일이고 날씨가 좋은데 나갈데가 없다고 한탄하는 친구에 비해 나는 비록 환자지만 밥사먹고 자연공원을 산책하면서 가족끼리 소풍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통화하였다. 4월말 부터 자연은 최고의 생기를 발산해 댄다. 축제들도 시작하고 전국 어디나 꽃들이 만발해 나른한 행복감을 만끽할수 있다.



비록, 나는 말기암 환자이지만 내 주변에서 나를 만나고 대화하면서 친구 친척 지인들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대부분 동일하다. '나는 살수있다' 라는 것이다. 그들이 의료적으로 지식이 있거나 예지능력이 있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단지, 암도 단순 종기 취급하는 농담같은 나의 말에서 무한긍정의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들에서 전혀 심각성이 느껴지지 않기에 친척들도 걱정돼 찾아와 대화 하다가 '얘 암환자 맞어?" 라고 황당해 한다. 비록 육체는 감출수없는 완연한 중환자 몰골 이지만 대화에서는 나한테서 환자라거나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기에 식구들도 점점 환자라는 인식을 안하게 되고 내가 죽는다는 생각은 점점 안하게 된다.


현재는 이석증이 심해서 어지러움이 심한 상태인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나을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공짜로 놀이기구 타는 즐거움을 더 누리는게 낫다고 남들은 돈내고도 타는게 놀이기구 인데 나는 공짜로 즐긴다고 농담을 한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석증이 생기면 걱정에 스스로를 옭아맬수도 있고 나처럼 느긋하게 즐길수도 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주는게 이석증이란 병이란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내 방문을 열면 작지만 한겨울에도 푸른 난장이 소나무들이 담벼락을 대신해 줄서 있다. 앞에말한 내 친구는 그런 작은것은 소용 없다고 살려면 무조건 지역에서 최고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매일 찾아 가라고 하는데 나는 문만열면 아침부터 상쾌함을 주는 이 작은 담벼락 소나무들에도 감사를 느낀다. 마을 전체가 동서남북 소나무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거리 곳곳에 소나무숲이 펼쳐져있어 특별히 소나무 숲이 준다는 피톤치드에 굶주릴 이유가 없다. 그러다 소나무 숲을 만나면 그저 잠시 쉬어가면 그뿐이다. 친구말 처럼 울창한 소나무 숲을 찾아 하루종일 강박관념에 돌아다닐 이유가 없는것이다.


이미 있는것을 외면하고 겉으로 보이는 외형만을 쫒다간 결국 인생을 후회속에 보내게 된다는걸 이제서야 친구도 조금은 깨달은듯 하다. 예전엔 내가 말하는것에 무조건 반발하고 나한테 충고만 하다가 요즘엔 내가하는 말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내가 사업이 망했을때도, 죽음 앞에서도, 전혀 위축 되지않고 당당하며 평상시와 다를바 없는 태도를 보이는것에 강박관념 속에 살아온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는 살수있다." 친구가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에 나를 항상 다그치던 조언을 중지하고 내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대화는 좀더 부드러워 지기 시작한다. 요새는 나의 조언을 들으려 하고 자신을 바꿔보려 노력 하는것 같다.그렇게 되기까지 이십년이 넘게 걸렸다. 무한긍정의 힘이 주변을 바꾸고 나를 살려내는 원동력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결코 암 따위에 죽지 않을것임을 믿기 시작할때 환자를 둘러싼 쓸데없는 불안감의 에너지도 해소되기 시작한다.


날씨가 점점 좋아지니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번주는 봐서 대도시인 광주시내로 나가 극장가서 영화를 보거나 부페를 한번 먹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몸을 생각하면 쓰래기 음식들 이지만 한번씩은 혀도 즐거움을 주는것이 정신건강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가 그러면 안되는데.. 산다는게 무엇인지... 어제 밥을 먹으면서 제육복음을 잔뜩갖다 먹었는데 별다른 탈이 나지 않았다. 장폐색으로 부터 조금 더 멀어진것은 같은데 만져보니 크기는 이전과 별반 차이없는것 같은데 돌처럼 딱딱했던 종양이 부드러워져 말랑말랑하다.


겨울은 끝난거 같고 내가 아직 무사하니 만족은 못해도 비교적 겨울나기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겨울 잘 넘겼어...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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