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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09. 2017

비오는날 나를 비우기

아무것도 모를때 모든것은 새롭다..


아침부터 소나기가 내리는데도 새들은 여전히 뚜루루루 끼야옥 한다. 대통령 투표일인데 비를 맞아가며 투표장을 가야만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 있을때 사전투표 할걸 그랬다..당연히 밥사먹으러 시내 나가는길에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비가오면 멀리 나가기가 싫어지는데..그래도 오늘중 투표는 하러 나갈 생각이다.


*이런... 투표 당일날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고 한다.시골에 내려와 있는 바람에 투표를 못하게 생겼다..ㅜㅜ 이런 기본상식을 모르고 있었다니...



어제 저녁은 거의 일년만에 과식을 했다. 많이 남기기는 했는데 숨쉬기도 거북할만큼 먹어서 아무것도 할수없을거 같아 초저녁부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과식이래봤자 보통 성인들 남들이 먹는 정상분량으로 밥 반공기에 반찬을 좀 많이 먹은게 과연 무리없이 소화가 될런지 오늘은 하루종일 두고봐야 한다. 덕분에 아침인데도 전혀 배가 고프거나 하지가 않다. 한 두숫가락 뜨기도 힘들었던 작년과 비교해 보자면 드디어 정상적인 식사분량을 할수 있을만큼 까지 왔다..50킬로 몸무게가 굳어지는거 같은데 탈피할수 있을지..


비오는날은 클래식에 대량의 커피를 마시는것이 가장 아울린다. 맑은날은 나른한 보사노바를 즐긴다. 아침 내내 문지방에 걸터앉아 비 내리는걸 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흡연을 즐기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



비는 사진에 찍히지 않는군..오늘은 아껴읽는 다스칼로스 마지막 3권을 읽으며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3권 처음에서 다스칼로스의 정체가 기자들에 의해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되는것으로 시작하던데 은퇴한 공무원으로 이름은 '스피로스 사티' 이고 저자가 이전에 쓴 두권의 책으로 기자들이 작은 섬마을에서 생활하는 그를 찾아내는건 식은죽 먹기였으리라..


다스칼로스가 지인과 집에서 한가로이 잡담하고 있을때 갑자기 기자들이 몰려와 인터뷰를 요청했고 한 영국인 여자는 자신의 소아마비 걸린 아기를 데리고 와서 기자들 앞에서 다스칼로스 앞에 내밀었다고 한다. 눈으로 보기에도 한쪽 다리가 짧은 소아마비 아기였는데 다스칼로스는 자신의 무릅에 아기를 앉히고 아기 다리를 만지더니 "아가야 걸으렴" 엉덩이를 짤싹 때리며 내려놓았다고 한다.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아기의 짧은 다리는 늘어나 아기는 뛰어다녔고 기자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기절초풍할만큼 놀라 대서특필 신문에 그의 이야기가 실리게 되었다고 한다.저자가 최대한 익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애초 현대 매스컴 앞에서 지켜질수가 없는 약속이었다..


다스칼로스 할아버지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그런 신통방통한 마법으로 찾아오는 사람 누구나 다 도와주면서도 일체 돈도 받지않고 신비가의 근엄한 모양도 취하지않고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처럼 모든 사람들을 격의없이 대했다는 점이다. 그를 욕했던 사람들이 결국 막바지에 몰려 찾아가도 꺼리낌없이 도움을 주는 누구나 찾아가면 아무때나 만날수있는 시골의 할아버지라는점이 이 신비한 마법사의 매력이다. 과연 매스컴 앞에 까발려지고 난후 그의 생활은 어떻게 됐을지..엄청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거 같은데..마지막3권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올것만 같아 기대된다.


이런 사람이 지중해의 작은 시골마을이 아닌 한국에 살았더라면 어찌됐을까..어쨌든, 다스칼로스 할아버지 이야기를 보면 내가안다고 자부하던 어설픈 지식들은 실제 행하는 행동앞에서 전혀 무용지물임을 깨닫게 된다. 그냥 지식으로 어떤건지 안다와 직접 그런 존재로 있는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요즘 나의 불만은 '종에 대한 불만족' 하나인데 지구상에 눈에보이는 종족중에선 인간이 가장 훌륭해 보이는지라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하면서 인간종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하면서 의식의 제한을 두며 질릴만큼 살았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 되어도 결국은 인간이다.


인간의 육체는 건강하다면 의식을 담아두는 훌륭한 도구가 될수 있지만, 종의 불만족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동물들과 다를바없는 의식을 가둬두는 감옥이기도 하다. 아무리 훌륭한 의식도 닭의 몸속에 갇혀있다면 그것은 '닭' 이다. 닭이 인간에게 자기를 잡아먹지 말라고 야만적이라고 아무리 비난해도 결론은 후라이드 치킨이 된다.



다스칼로스 같은 인간은 그런 종이 가진 육체의 감옥에서 자유로운 , 인간보다 우월한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된다. 의식의 자유란 바로 그런것 아닐까.. 육체의 감옥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든 자신을 물현시킬수 있고 여행할수 있는 그런 고등 생물체로 진화 하고싶은 욕구가 솟는다.


불행히 그런 방법에 관한 교육이나 지식은 인간의 문화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 차원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교육과 지식이 필요하게 된다. 인간들이 '그런것이다.' 글로 말로 떠드는 썰들은 싹 지워버리고 백지 상태로 나를 비우기로 한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려면 기존에 썰로만 알고있던 지식들은 도리어 방해밖에 되지 않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백지 상태로 새로운 차원의 스승을 맞는것이 좋다. 예수나 다스칼로스 같이 실제 그런 존재로 있는 인간이 주변에도 있다면 좋겠지만 다스칼로스도 죽었고 역사속에 기뭄에 콩나듯 보이는 그런 존재와 동시대 같은 장소를 공유한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인간 스승이나 책등의 지식으로 뭔가를 얻는다는 기대는 안하는게 좋다.


지금부터 나의 스승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된다. 꽃이 되기도 하고 비가 되기도 하고 다차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나의 스승이 된다. 나는 백지 상태의 어린아이처럼 모든 사물들이 나에게 전해주는 새로운 느낌들을 받아들인다.


다스칼로스가 기자들 앞에서 소아마비 아기를 고친것을 기적이라고 언론들이 말하는것에 대해 다스칼로스는 말한다.기적은 단지 모른다는 무지일뿐, 우주가 작용하는 이치를 안다면 그런 현상들을 기적이라고 부르지는 않을거라는것이다.


"단 하나의 기적이 있네" "그것은 생명 그 자체야. 다른 어떤것도 아닐세."


이 할아버지는 참 말도 멋지게 한다.지식이 아닌 실제 그런 기적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면서 하는말들은 확실히 힘이 다르다. 할줄은 모르지만 그런것이란걸 안다..라는 단순한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다. 차라리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는것이 낫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거지들이 재벌이야기 하면서 잡담하는것과 같다. 나는 할줄 아는게 없으므로 아무것도 모른다.. 그게 정답이다.지금부터 채워나가는 지식은 실제 내가 할줄 아는것만이 내 지식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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