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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13. 2017

눈물나도록 눈부신날에..

바보같이 단순해지기..


가을날씨가 너무 아름다워 두고두고 아껴 즐기고 싶은 날들이다. 계절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려서 그 계절을 제때 마음껏 누리지 못하면 금새 다음 계절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아낄 필요가 없다. 조금만 있으면 금새 날씨가 쌀쌀해지기 때문에 돌아다니기에는 게으름 피우기 보다는 지금이 딱이다.


시골의 본격적 겨울은 그야말로 동면의 계절로 눈폭탄이 몰아치고 산천초목이 다 얼어붙어 생명의 기운을 느낄수가 없기 때문에 나역시 겨울잠을 자듯 방안에 웅크리고만 있어야 한다. 그전에 미리미리 산책도 하고 나들이도 하고 소풍도 가고 해야한다.


밤새 잠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겠다. 안잔거 같기도 하고 사이사이 이상한 꿈을 꾼거보면 살짝씩 잠이든건 맞는거 같은데 가끔씩 시계를 보면 시간은 잠이든 흔적이 안보이고 그냥 클래식 라디오 들으며 비몽사몽 밤을 지샜다고 보는게 맞겠다.



아침 6시경쯤에 더 이상 자는걸 포기하고 조금 기다렸다 아침을 사먹으러 나가리라 생각했다. 어제 아침에 된장 한끼 먹은게 전부라서 아침을 놏치면 하루종일 또 뭘 먹고 버텨야 하나 고민되기 때문이다. 식당은 인부들이 아침을 먹는지라 6시면 문을 열지만 내가 가서 따로 된장을 먹을수 있는 시간은 인부들이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끝내는 8~9시로 정해져 있다.


기껏 두시간 기다려 아침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딱 나가려는 시간에 문제가 터졌다. 다시 일과가 시작됐다고 지긋지긋한 통증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통증이 시작돼면 밥먹는건 고사하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원격전이된 다리사이 새끼암들을 만져보니 그 자라는 속도가 무섭다. 콩알만한 몽우리들을 발견한지 이틀밖에 안됐는데도 벌써 제법 덩어리감이 느껴져 간다. 주먹만한 메인은 돌덩어리 처럼 딱딱해져서 이놈이 언제든지 장을 막아버려 나를 죽음으로 이끌고 갈 태세다. 이 자식들이 점점 기세가 강해지는거 같아서 여기서 밀리면 정말 끝장이구나 생각이 든다. 여기서 아프다고 아침 먹으러 나가는걸 포기하고 누워버리면 어제부터 굶은 상황에서 오늘 하루가 어떨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야말로 반 시체로 고통속에서 지옥을 맛봐야 한다.


통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지금 상황에서 기도외엔 없다. 바보처럼 단순하게 기도하고 무조건 믿는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기필코 아침을 먹고야 말리라 죽을힘을 다해 기다시피 운전해서 간신히 식당을 향한다. 지금 시간을 놏칠수도없고 식당에 도착할때까지 통증이 안 가라앉으면 가도 밥을 못먹을테니 모험일수 밖에 없다. 하루 밥 한끼 먹고 버티는데 그것도 나에겐 정말로 죽을만큼 힘든 도박인셈이다..



시간은 좀 늦어서 일하는 아줌마가 주는대로 그냥 국이랑 먹으라고 하는데 다행히 사모님이 딱 그때 식당에 내려오셔서 나를 발견하고는 된장을 끓여준다. 꽃게나 조개등은 없어도 맛은 있다. 반찬도 내가 먹는 반찬이 무엇이고 안먹는게 무엇인지 잘 알아서 먹는것들만 내온다. 비록 식은거지만 생선까지 주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쫓아나와 포도를 한송이 건네준다.. 고마운 아주머니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오니 통증은 가라앉아서 시내로 들어가 빵을 사고 행복한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 숲길 드라이브를 즐긴다. 정말 아름다운 날에 아름다운 숲길이다..



행복해야해.. 아름답고 행복한 날씨를 즐기며 드라이브를 하는데 눈물이 난다..밥한끼 먹는데도 이렇게 몸무림치는 처참한 내 처지가 서러운데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우니 사글픈 감정이 밀려온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 내가 단순해지기 위해 고통스러울때마다 하는 기도이자 만트라 이다..음악을 크게 틀고 까짓거 울어버리자..너무 아름다우니까...


인간은 사회와 동떨어져 혼자 있을때 아플때 두가지 마음중 하나를 택해 생각할수 있다.


하나는 온갖 잡스런 생각에 함몰돼 자기비판과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보처럼 소망하는 단순한 생각 한가지에 머무는 것이다. 에고들은 대부분이 "인간은 혼자 살수없다" 라고 철저하게 믿고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홀로 있으면 대부분 우울증이나 잡스런 생각들에 빠져 허우적 댄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도 눈만뜨면 TV 보는 이유가 TV 를 안보면 식구들 고민과 자기몸 상태의 불안으로 온갖 잡스런 생각에 빠져 우울해 못살것 같다고 하신다. 내가 " 그런 생각들 안하면 되잖아?" 하면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안하냐며 역정을 내신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우울한 생각들이 싫으면 안하면 되는것을 궂이 일부러 하면서 도망다니는 까닭은 무엇인지..


나 역시 아버지가 요양원을 타인에 의해 실려갔다는 소식에 며칠동안 우울함에 함몰돼서 몸이 급속도로 악화돼 이 지경까지 됐지만 통증이 너무 심각한지라 이제 그런 우울함 놀이는 그만하기로 했다. 아플때마다 그때 그랬더라면.. 좀만 병을 일찍 알아차렸다면..후회되는 일만 자꾸 떠올라 자기비판에 빠지게 돼서 점점 악화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울함이 싫다면 우울한 생각들을 안하면 된다. 우울함을 유발하는 사건과 관계들에서 벗어나라..바보처럼 단순한 마음으로 소망하는 한가지에 몰두하라.. 의심하는 것은 자신을 믿지못하는 어리석은 에고들이나 하는짓이다. "그게 되겠어" 란 의심이 모든 소망의 기도를 막는다..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위대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져야 상황은 호전되게 되있다..우리 어머니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에고들은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그런 에고들의 사고방식을 따르다간 나는 며칠 버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갈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재미나고 어리석은 에고 놀이를 할수가 없다..



더 이상 밥 안주기로 했는데도 아직까지 포기를 못하고 나 오기만 눈빠지게 기다리는 내방 터줏대감 녀석들이 내가 돌아오자 내 앞에서 밥달라고 자세를 취한다. 밥을 안주고 내가 문닫고 외출할때는 진짜 나가는지 보려고 운동장까지 쫓아나온다.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는것이면 얼마나 이쁘겠냐만 " 야 우리 밥은 어떡하고!!!" 따지는것이라 "임마 밥 안줘 " 그러고 만다..


일년간 밥대주면서 느낀건데 밥 끊기는건 자업자득이란걸 길양이들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먹이를 아무리 줘도 서열 매겨서 싸움질이나 하니 어린것들 먹이려고 해봤자 먹는놈은 항상 따로있고 지금은 그나마 여름이라 내가 문열고 감시하니까 새끼들을 먹일수 있는데 그 어린 새끼들 사이에서도 벌써부터 서열정해서 싸움질을 시작하니 이제 날씨가 추워져 내가 들어가버리면 그때부턴 먹이 대줘봤자 먹는놈은 따로 있을텐데 작년처럼 올해는 그런것들 때문에 하루종일 신경쓰고 싶지 않다. 새끼들 먹으라고 먹이를 내어주면 아예 힘쎈놈이 내 방앞을 자기구역으로 정해서 약한 애들은 근처 오지도 못하게 쫒아버린다..


지금도 더 어린 새끼들은 내방앞엔 얼씬도 못한다. 고작 몇주 먼저 태어났다고 얘들이 폭력으로 쫒아냈기 때문이다. 그 불쌍한 제일 작은놈들은 어딨나 봤더니 소똥이랑 음식물찌꺼기 버리는 퇴비더미를 뒤지고 있다... 쥐방울만한 어린것들을 퇴비더미로 쫒아내고 조금 먼저 태어났다고 지금 내방앞을 차지한 어린놈들이 얄미워 보인다. 내가 문닫고 관여 안하면 얘들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테지..작년에 길양이들이 소똥 퇴비 뒤지는걸 보고 불쌍해서 먹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결국 내가 먹이를 아무리 대줘도 바뀌는건 없다..여전히 힘없는 애들은 소똥퇴비를 뒤지며 살아야 한다.



마지막 남은 사료 탈탈 털어서 마지막으로 먹이를 내준다. 내가 없으면 전부 내쫒고 자기가 혼자 독차지할 깡패같은 녀석이 내가 있으니 뒤에서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다. 이젠 정말 주고싶어도 줄게 없다. 더 이상 사료주문은 안시킬테니 말이다. 내가 여기서 먹이를 계속 준다는것은 길양이들의 이런 폭력사회를 용인 한다는 말이고 힘센 승자가 먹이를 독차지 하는걸 승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싫다.


인간사회도 이 모양새라 더 이상 신이 인간을 돕지 않으려는것 같다..약한놈에게 뭔가 더 해줘서 균형을 맞추고 싶어도 먹이를 가로채는 놈은 항상 따로 있으니 말이다. 부자가 더 돈을 놀면서 쉽게벌고 가난할수록 고생만 하고 돈벌기는 어려운게 인간사회 시스템이다. 균형이 맞을수가 없다. 모두가 나눠먹어도 먹이는 충분함에도 소수가 대다수 먹이를 차지하고 대다수가 나머지 찌꺼기를 두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배고픈 사람을 보고 밥을 주려는데 그것을 배부른 놈이 착복하고 있으면 누가 밥을 주고 싶겠는가 말이다..


불쌍한 애들이 구걸하고 그것을 뒤에서 갈취하는 어른이 있음을 알게돼면 당연히 적선하고 싶은맘은 사라진다. 신이 인간사회를 본다면 주었던 축복도 거둬들일게 분명하다.. 그만큼 인간사회는 원시적부터 야만적인 모양새로 불균형인채 엉망으로 혼탁해져 있다. 그 속에서 떨어져 나와보니 확실하게 보인다..건강해져도 그런 길양이 같은 원시 사회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맘은 절대 생기질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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