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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6. 2018

아픈게 아니라 다를뿐이야..

다르다고 환자는 아니지..


나는 달라졌다.. 다른 보편적인 사람들과 운영 시스템이 좀 달라졌고 백과사전에 나오는 인체와 비교해 내장 구조가 좀 많이 달라졌다. 보통 인간이 먹는 식사량보다 적게 먹으며 면역력은 좀 약해졌고 피부가 매끄러운 인간피부보다는 칼빵자국 대차게 나있고 좀 와일드해졌다. 궂이 인간이라고 우기지 않아도 돼.. 인간2나 인간B 정도..


내가 무조건 하루라도 빨리 퇴원을 결심한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나는 내가 아픈 환자인줄 알고 의사한테 이것저것 하소연해 봤는데 생각 자체가 잘못이란걸 알았다. 내 기준은 예전의 장기들 잘라내기전 기본 인간 기준에서 이것저것 불편하다 한것이고 지금의 소화를 못하고 아프고 숨차는 내 증상은 장기가 없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 이란다. 


위장 비장 췌장을 잘라냈으니 음식 못먹고 소화 힘든건 당연한거고 대장도 잘라냈으니 일반인들과 같은 변을 기대해선 안되는 거였다. 즉, 잘못된건 아무것도 없다란 이야기 이고 병원에서 환자처럼 죽치고 눌러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달라졌다는걸 인정하고 적응을 하루라도 빨리 하는게 현명한 일이고 소중한 인생의 시간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달라진 신체에 적응이 관건이지 병원에서 해줄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아버렸다. 언제까지 수액에 의지할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하루라도 빨리 그런 보조 장치들을 끊고 달라진 신체에 적응하는 삶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론난 일에 대해 지지부지 시간 낭비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자폐증 걸린 사람처럼 며칠동안 하루종일 병원안을 기를쓰고 뺑뺑이 돌다보니 며칠전부터는 스탠드에 의지 안하고 직립보행도 가능해졌고 걷는 속도도 일반인과 별 다를바 없이 충분히 인간처럼 위장이 가능해졌다. 결국 소화기관 내장을 다 잘라내고도 사람은 겉보기 별 다를바 없이 살아있을수 있다는 말이다.


암세포가 뼈와 근육까지 달라붙어 마진이 안나와 모두가 불가능 하다던 수술을 해낸 의사 선생님도 대단하고 다섯명의 의사가 한팀을 이뤄 이런 대공사를 치러내는 시스템도 대단하다.. 국내에서 나같은 대 수술을 하고도 당장은 사람이 살아있을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가진 국내 병원은 암센터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며 주변 모두가 인정한다.


같은 치료와 수술을 받아도 죽는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도 있다. 병원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마음가짐이 그런 극단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병원은 수술한 결과에 대해서 의료사고가 아닌이상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오로지 수술 결과에 대해 얼마나 더 살지 죽고 사는건 환자의 책임이다.



사무정리 마치고 모래 아침일찍 퇴원하는데 퇴원하면 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가볼 생각이다.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들을 사서보고 나이는 먹었지만 만화를 배워볼까 생각중이다.. 고등학교 다닐때 그림 그려보고 30년이상을 손땠는데 요즘같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만화계에 과연 지금 배워서 엄두나 날런지.. 몇년을 어시스트로 일해도 데뷔도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던데.. ‘중판출래’ 라는 일본 만화원작 드라마를 보면 만화계에. 프로로 진입한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이지 잘 보여준다. 정 아니면 그냥 취미생활로 끄적이게 되는거겠지만 어쨋든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니 해보고 포기하는게 낫다란 생각이다. 몇년동안 뭔가를 하고싶다란 마음이 생겨본적이 없다. 환자가 돼서 다른것에 신경쓸 여력없이 죽음이랑 노닥거린게 어느새 2년이 지났으니 의욕상실이 만성이 돼어 버렸다.  


얼마를 더 살건 당장은 환자가 아니라 달라졌을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많고많은 흔한 인간종에서 약간 스페셜하게 된것뿐이니까.. 하이브리드 내장으로 진화하면 되는 문제고 위장 비장 췌장 대장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수 있는지 흥미로운 도전이 남았을뿐이다.


왜 내가 병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려 하는지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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