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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08. 2018

4월에 내리는 함박눈..

모든것의 정상이라는 개념이 시라진다..


4월... 벛꽃피기를 기다리는데 눈이온다.. 그것도 함박눈..


병원에서 퇴원하면 갈데도 많고 할일도 무지 많을줄 알았는데 나의 판단착오다. 병원에서 딱 퇴원에 필요한 움직임만큼만 몸이 허용한것 같다. 움직이는건 고사하고 집에 오자마자 이주 가량을 내리 잠만 잔다..


하루 24시간중 20시간을 자는날도 있다. 병원에서 매일계속 피뽑고 혈압검사 받고 하느라 몸 세포 하나하나 전부 바짝 쫄아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오니 긴장이 풀어진것 같다.이주동안 외출한거라곤 집앞 마트에가서 먹을것 쓸어담아온거랑 만화책 사기위해 서점에 나간것 딱 두번이다. 그래픽 노블이랑 데생 잘된 일본 원판본등 한보따리 쓸어왔다.



장기를 한두군데 잘라낸게 아니라서 담당 의사가 네명이나 된다. 외례 한번씩만 잡아도 내일부터 일주일간은 매일같이 병원에 출근해 각 장기들 담당의를 만나야 한다.


문제는 의사들이 서로 조율이 안돼 자기들이 원할때마다 CT를 찍자는 바람에 한달에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찍게됐다. 보통 복부 CT한번에 80년 가량의 방사능 허용치를 쐬게 되는데 그런 방사능 세례를 계속해서 맞으면서 내몸이 얼마만큼 버텨줄수 있을까...


병원측과 어떡게든 타협해서 안맞고 외례를 볼까 했지만 실패.. 몰라 내일부터 또 피뽑고 CT찍어야 한다. 지금 몸 상태로 항암까지 하자니 엄두가 안난다. 


가만히 있어도 숨차고 아파서 진통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날들인데 치사량에 가까운 분량의 마약 패치와 먹는 진통제는 비마약성 진통제중에서 가장 쎄다는 울트라젯ER 로 버티는중이다. 울트라젯 이 안듣게되면 어쩔수 없이 먹는 진통제도 자니스타 같은 마약류로 넘어가게 된다.진통제 부작용 같은거 따질때가 그나마 괜찮은 시절 이었다.. 패치는 부작용 1번이 사망인데 부작용 그런거 절대 안따진다.



위가 없다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체득해 나가는 날들인데 물한모금도 맘껏 못마시는데다 계속되는 설사로 탈진하기 딱 일보직전에서 버티는중이다. 병원에서 받아온 일본에서 만든 엔커버라는 영양제로 간신히 탈진을 막고있다. 맛이 엿같아서 정말 죽을것 같다 싶을때만 먹는다..


잠이라도 편히자면 좋은데 상체를 최소 15도 이상은 일으켜 세운채로 자야하기 때문에 기존의 침대 매트리스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런 용도의 쿠션이 있어서 그걸로 어떻게 버텨볼까 했는데 장기간으로 가야하는지라 침대나 매트리스를 리클라이너 기능 있는것으로 바꾸는 방법밖에 없겠다. 좁은 방안에 어떻게 침대를 교체해야 할지 당장은 엄두가 잘 안난다.



“........”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 생각만큼 그림을 잘 그리질 못한다는 사실.. 어릴때 말고는 그림을 그려본적은 없지만 항상 내 머리속엔 나는 ‘그림 천재야’  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막상 만화라도 그리려 해보니 절대 아니다.. 아픈몸을 이끌고 서점에 달려가 만화책 한보따리 싸온 이유도 그런 충격 때문이다.. 인체 골격부터 다시 배워야...


짱구는 못말려 같은 자유분방 스타일 그림체는 명랑개그 만화 아니면 생활 에세이등 분야가 무진장 축소돼고 한정되게 된다. 어떤 그림체가 내가 원하는 만화에 가장 어울리는지 부터 찾아내고 제대로 다시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의 개성있는 그림체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일단 통증부터 어떻게 잡고난 후에.. 그 다음은 학원에 나가서 패드 사용법이랑 기본 테크닉등을 배워야겠지.. 올 한해는 그것만해도 훌렁 가버리겠다.. 만만히 볼게 아니라 엄두가 잘 안난다.. 다 늙어서 이제 그림을 배우겠다고 에효다 정말.ㅋ


아프지 않게 하소서.. 최소한의 에너지로 방안에 처박혀 그림을 그리는것도 몸이 안아파야 가능하다는걸 알았다...그 정도만이라도 허용된다면 숨쉬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누릴수 있을텐데.. 아직은 바램일뿐이다..


내일부터 계속 병원 가는것도 항암치료 받는것도 엄두가 안나 한숨만 쉬고있는데..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몸안 내장 4분의1(?) 을 들어내고 한두달 가지고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길 바라는건 역시나 나의 오만 판단착오... 였음을 깨닫는 시간들이다.. 더 두고보자.. 오늘같이 함박눈 쏟아지는 기괴한 4월이 아니라 꽃피는 봄날에 소풍이 가능해질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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