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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22. 2018

김밥에 대한 감상..

김밥에 묻어나는 과거..


오늘부터 추석 황금 연휴시작..작년에 사고나고 앰블런스 실려서 전국을 돌다 응급 수술받고 생사를 오가던 딱 그 시간, 추석 연휴기간 이어서 의사들도 대부분 휴가가고 없던 시기... 정확하게 일년전 지금이다. 일년전 지금 나는 죽었었는데.. 장을 끄집어 내서 일년이라도 더 사는게 낫다라고 의사가 수술하자고 설득하던 그 일년이 후다닥 지나버렸다..감회가..


아침에 애니메이션 보다가 의자에서 잠이들어 오후에 깼다.. 담배피러 거실에 나와보니 식탁에 김밥이 딱 올라와 있다.. 주말이라 안오실줄 알았던 아주머니가 연휴 쉬는대신 오셔서 김밥을 싸주셨네..고마워라.. 김밥을 보면서 생각이 넘실넘실 과거로 과거로...



요즘은 가장 저렴하고 라면 비슷하게 인스턴트 취급 받는게 김밥인데.. 바쁘거나 돈없음 식사대신 김밥으로 대충 때운다. 라고 표현도 하고 김밥이 일반 찌개류인 밥보다 아래대접 받는 메뉴가 된것은 전적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유행이 된 ‘김밥 전문점’의 영향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김밥은 손이 많이가서 그런건지..아이때는 소풍날 아니면 어머니들은 만들어주질 않았다.. 아이 입장에서 김밥은 먹고 싶어도 일년에 두세번 밖에는 먹을수 없는 너무나 귀한(?) 고급메뉴 였던 것이다. (우리집만 그랬었나?)


70년대 초등학생 시절..집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한 아이가 김밥을 싸오면 아이들이 ‘와 김밥이다..’ 몰려가 하나씩 맛본다고 집어가는 바람에 순식간에 도시락이 비어 정작 김밥을 싸온 아이는 거의 못먹고 굶는것처럼 되버린다. 나 역시 달려가 집어먹던 아이중 하나였던지라..내가 김밥을 싸가면 아예 다 내줄걸 각오하고 잔뜩 싸간 기억이 난다..


한 아이가 있었다..다들 못살던 70년대 였는데도 가난하다고 소문나고 혼자 말없이 다니던..지금의 왕따 그런 아이였는데.. 기억난다..그 아이가 김밥을 싸온날.. 아이들은 녀석의 김밥을 보곤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썰지 않은채 검은 방망이 같은 김밥 두줄.. 집어갈래야 집어갈수 없는 기다란 김밥을 녀석은 혼자 조용히 먹을수 있었다..


또 다른 김밥의 단상이 지나간다.. 아마도 막 서른살 되던때..20대가 끝나갈 무렵.. 십년사귀던 여친에게 실연당해 방황하던 시절.. 20초반 모델 출신 쭉빵 동생 두명과 어울려 밤새 술먹고 내일은 안올거야 야밤 한강변에 나가 노상에서 캔맥주 파티를 하면서 새벽을 맞는 날이 많았다..


한여름밤..강남에서 자취하던 동생집에 나랑 세명이 할일없어 퍼져있다 한강에 술먹으러 나가자고 밤중에 소풍을 계획한다.. 김밥을 싸가자고 둘이 냉장고를 뒤지더니 아무것도 없고..맨밥에 김치만 넣고 둘둘 말기 시작한다.. 김치 김밥..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는데..그것은 그 김밥을 말던 아이들이 겉으로 보기에 쭉빵한 모델출신들 이었던게 가장 컸던것 같다.. 알고보면 정말 소탈한데.. 남에게는 있어보이려고 명품 휘감고 비싼 술집 음식점등을 다니며 이중생활을 당연하게 여기던 세대가 우리 세대였던것 같다.. 강남붐 일고 오랜지족 이라 불리는 세대가 등장했던 거품세대.. 물질 만능 시대의 주역들이다. 김치만 들어간 그 김치김밥.. 의외로 너무 맜있었어.. 젊은시절.. 미녀 둘과 함께한 여름밤의 한강변 소풍이라 그랬을까..



만화책이 위험수위를 넘어가 방안을 점점 잠식해 가기 시작한다.. 더 수납할 공간이 없어 장을 큰거 하나 더 들여놓고도 바닥에 까지 널어놓는 사태가 됐는데.. 이 정도 돼서 브래이크를 안잡아주면 만화책 보는 즐거움에서 갖는 즐거움으로 변질되게 된다.. 결국은 아무런 가치없는 쓰래기 수집처럼 되버리기 쉽상이다.. 겉표지와 제목만 보고 호기심에 구입한 책이 BL 장르였던 황당한 경우도 있다.. 두번 안보게 되는 책들은 모조리 알라딘에 다시 내다 버려야겠다.



이 책표지를 보고 BL 장르라고 알아차릴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 만화책 고수다.. 지금은 나도 그 표식을 알아볼수 있는 경지에 달했는데 힌트는 의외로 간단하다. 표지그림에 남자들만 있고 순정그림체면 거의 90% 이상 BL 물이다..(대부분 순정만화 표지는 여주인공 이다.) 대부분의 BL 물들은 오글거리는 유치한 제목으로 사람을 낚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BL 물을 원하지 않는다면 표지 그림에 - 남자들만 있고 순정 그림체- 이것만 알면 어떤 호기심 자극하는 제목이라도 넘어가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I Believe in You:

https://youtu.be/wT_urN4V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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