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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7. 2018

달라진 육체, 달라진 생활

나만의 정상, 단지 남과 다르다..


친구가 입원해 있다는 안산 한방병원 갔다가 함께만난 지인 바래다 주러 당진들러 차마시고 귀가하니 밤 11시.. 수술후 고속도로 타는 첫 장거리 나들이다. 기록을 남겨둘 필요가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오늘 움직여보니 몸이 참 가벼워졌다. 사람 머리통 보다 큰 분량의 장기 덩어리를 빼냈으니 몸무게가 가벼워진건 사실이고 몸 구조가 심플해져서 인지 오늘은 활동하는데도 힘이들지 않고 공기처럼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냥 텅비었다 생각하니 몸도 그렇게 반응한다.. 며칠밤을 안자도 별 피곤함을 못느끼는것도 그렇고 식사를 안해도 배고픔을 못 느끼는것도 그렇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육체에 조금씩 적응이 되는것도 같다.


문병갔다 같이 찾아온 지인분 집에 들러 차를 마시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방문한후 증세가 다 나아서 내일 퇴원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내용..


여태껏 나와 연결돼서 자신의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람은 오늘 친구까지 세명이다. 12년전, 6년전, 그리고 오늘.. 여자둘 남자한명, 통증 내용은 종양, 디스크성 염증..하나는 생각안남..별로 공통점이 없다. 그냥 안 아팠으면 하는 생각외에 내가 특별히 뭔가를 한것도 아니니까 순전히 당사자들이 한건데..


여자 두명은 둘다 외국에 거주하는지라 자신의 통증이 나와 통화하면 사라진다며 카톡 음성으로 거의 밤새 전화통화를 연결해서 별다른 말도 없이 내 숨소리만 듣고 있기도 했다. 나는 못자고 뒤척이고 상대가 잠이든걸 확인하고 새벽이 돼서야 전화를 끊고 나도 잠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내가 직접 겪어보니 그 통증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푸라기  라도 잡고 싶은 심정..... 내가 입고있던 티셔츠를 뺏어서 자기가 입기도 했는데 지금도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수없다. 그렇게 썩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긴시간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나와 연결돼서 타인의 통증이 사라지는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가 생명력이 남보다는 좀 강해서 그 영향을 받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고 떠올려보니 살면서 죽음이란 골짜기에서 내가 정확히는 세번 기어 올라왔다는걸 자각했다.


처음은 태어나자 마자, 미숙아로 태어나 뇌막염에 홍역 황달로 전부 죽을거라고 했음에도 뇌수술 받고 살아났고.. 60년대 의료 기술로 전부 기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의사는 살아나도 정상은 되기 힘들다고 했다는데..여섯살때까지 병원신세를 지긴 했지만 반대로 그 이후는 누구보다 건강해져서 잔병치레 한번 안했다.


병원과 주사 트라우마는 어릴때부터 생긴 것이다. 갓난아기 때 척추주사 맞던 끔찍한 기억을 아직도 갖고있으니.. 정작 건강해진건 여섯살 꼬마가 목숨걸고 반항해서 병원치료를 중단한후 부터다.. 그래서 일곱살부터 2년전까지.. 사십몇년을 병원과 관계를 끊고 지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오십 다 돼서 지금 신세가 됐다.


지금 또 살았다고 본다면 남들이 보기에 죽었어야 되는 상황에서 당장보기엔 계속 살아난 셈이다. 향후 어찌될지는 나중 문제고.. 갓난 아기때 한번, 이번에는 죽음 앞두고 6개월 간격으로 연달아 두번.. 총 세번.. 생각해보면 내 운명 참 가혹해..ㅋ


예전에도 술먹고 잠안자면서 회복 같은게 빨라서 남들에게 괴물로 불리기도 했다. 자가 정화 시스템을 자랑하기도 했고.. 어쨋든 주변이 건강해지면 이유야 어쨋건 다행이다..무엇보다 곧 돌아가실줄 알았던 부모님들이 내가 시골에서 귀향한후 두분다 안정되셔서 한숨놨다.


오늘 멀쩡하게 정상인 처럼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지인에게 내가 한 설명..아이가 달려가다 넘어져도 엄마가 안보이면 울지않고 그냥 일어나는것과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돌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보호자가 있었다면 휠체어를 타고 있었을지도..


지금은 몸까지 달라져서 어쩔수 없이 생활패턴을 바꾸어야만 한다. 먹는 문제와 잠자리 문제가 다른 사람들과 동화가 안되니 예전처럼 함께 어울리기는 불가능.. 기존의 인간들이 누리는 먹고 자는 즐거움은 포기하는게 맞는듯..


커피는 하루종일 마시지만 오늘같은 경우, 하루 식사를 내가 빵 몇조각 먹는걸로 마치는게 남들 보기엔 상당히 우려스러워 보이는듯 한데 정상인 분량의 식사를 어떡게든 해야만 한다라는 관념을 없애기로 했다. 위장이 없으니 배고픔을 못 느끼고 많이 먹으면 거부감이 온다. 심하면 온몸에 열이나면서 호흡곤란으로 덤핑 증상에 빠진다.


몸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위한 음식양은 사실 얼마 안된다. 나머지는 거의 먹는 즐거움을 위한 여분의 분량이다. 몸이 적응하려면 소식으로 충분하다 라는걸 패턴으로 익혀가야 한다.


잠 자는것도 마찬가지.. 일반인들 처럼 꼭 하루 한번 자야한다 라는 개념을 아예 나한텐 해당사항 없음  인정해야 한다. 억지로 남들과 맞추려고 하면 그만큼 힘이 드니까.. 남들과 수면주기를 맞추려면 수면제를 먹는수밖엔 없다. 다행히 큰 육체적 노동을 안하기에 소식과 며칠에 한번 몇시간동안의 취침으로도 큰 무리는 없다.


오늘 같은 경우도 자고 가라고 하는데 남의 집에서 잠 안자고 혼자 뭘할지 난감하기에 늦게라도 집으로 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패턴이 나에겐 정상이라고 인정해야 자학에 안빠지게 된다. 비록, 같이 어울려 노는 즐거움이 사라지는게 아쉽지만 달리 선택권이 없는것을 자꾸 되뇌어봤자 한탄만 하게된다.


함께하는 MT 단체 여행 파티등 식사량과 취침등을 무리해서 남들과 맞추려면 그만큼의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할테지.. 어쩌면 여태껏 무리해서 남들과 맞춰 적응하며 살았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내 본질이 지금과 같은 상태일지도.. 원래도 소식만 해도 됐고 잠도 조금만 자도 충분했었던것 같아..함께 어울려 즐기려고 남들과 맞추려고 했었던건지도.. 사실, 술도 그렇지만 대부분 식사도 생존이 아니라 단지 즐기려고 먹었던 거니까..


소장도 나름 지각을 갖고 현실에 맞춰 하이브리드로 진화 하는중인데 아직 확실치 않으므로 뭐라 설명할수는 없지만 어쨌든 점점 기능이 복합적이 되어가는것 같다. 몸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하고있다 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수술하면서 혼수상태와 이후로도 마약패치를 일년넘게 부착하고 있는데 그 영향인지 무의식의 세계를 별다른 노력없이도 쉽게 들여다 보면서 많은걸 알게된다. 마약 중독자들이 겪는 환상이나 각종 트랜스 상태에서의 환상 환청등의 신비체험 본질도 더욱 잘 알게됐다. 에고는 무의식에 새겨진 찌꺼기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


전형적인 영성인 들이 말하는 에고가 자신의 무의식 관념들을 명상이나 다른 뭔가 수련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무의식의 작용은 마음이나 생각과는 전혀 다른것이다. 무의식에 에고가 지배를 받고 있음을 에고는 절대 모르기에 무지함을 드러내는 고상한척이 그대로 보인다..모르면 신비한척 고상한척 할수밖에 없다..이해가 간다. 모르니까 고상한척 하고 뭔가 대단한양 말할수 있는거겠다. 무의식을 에고가 지배한다는 자만감도 그렇고 두려움과 신비함이란 단지 무지함을 뜻함이다.


몇달간 만화책속에 빠져있다보니 내 무의식속에 잔뜩 쌓여있는 만화와 미술가 들의 환상적이고 멋진 관념 쓰래기들 청소해야겠다.. 내가 작가라면 머릿속에 멋진 그림들 영감이 꽉찼다고 좋게 볼수도 있다.


무의식은 생각이 아니라 인간들이 말하는 아이디어 영감에 더 가깝다. 달라진 육체에 맟춰 생활패턴도 그렇고 의식도 달라져야 하니까 정말 할게 많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유가 당장은 없을것 같다. 내가 바라는 죽음은 정말로 모든게 텅 비었을때 가볍게 소풍가듯 해야 하니까...


*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잠을 자면서 꿈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볼수있고 경험한다. 에고는 일방적으로 꿈을 볼수만 있다. 무의식을 통제 한다는 것은 자신의 꿈을 원하는대로 조정할수 있음을 말하며 루시드 드림 (꿈속임을 자각하며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초감각을 가진꿈) 으로 진입 하기도 쉽다.



My Life for a Song

https://youtu.be/YFosVlnkB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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