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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l 16. 2019

맛있는 커피는 돈으로 만드는것이 아니다.

술 대신 커피 마시는 취미..


요즘 술을 안 먹다보니 오직 흡연과 커피 마시는것 외에 별 다른 기호식품 취향이 없다. 일년정도 더 지나면 와인 정도는 시도해볼것 같다.


술을 안 먹는대신 커피를 줄기차게 마시는걸로 취미를 바꾸면서 몸 상태에 따라 점점 집에서 마시는 커피 종류가 다양해져 간다. 보통 하루에 믹스커피 10여개와 아메리카노 2리터 정도를 마시는데 수십가지를 번갈아 마셔대도 방식에 있어 한계가 있어 맛의 레벨은 올라가질 않는다. 편리함 대신 그 정도의 인스턴트 맛에 만족해야만 하는 상태.


가장 맛있는 커피는 원두의 초이스, 그리고 로스팅의 타이밍과 실력에서 거의 맛의 대부분이 판가름 난다고 보면 된다. 냉동 식품이 그렇듯 인스턴트 커피 아무리 별수를 다 짜내고 제품을 바꿔봐도 정해진 레벨 이상의 맛을 내기는 힘들다.



비싼 머신들은 절차의 간편함과 편리함을 위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지 비싸다고 커피맛이 좋아지진 않는다. 도리어 다루는 사람이 복잡한 머신 시스템을 다루지못해 엉망인 커피를 내리는 경우가 더 부지기수 이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도 체인점등은 지점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 개인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을 해서 운영하는 커피점 맛을 따라오긴 힘들다. 가장 맛있는 커피를 먹는 방식은 역시 사람의 손과 정성으로 후라이팬에 볶고 갈아서 작은 주전자 포트에 쪄내는 것..머신 가격문제가 아닌 사람 정성의 문제다. 수백 수천만원의 커피머신이 2만원짜리 에스프레소 포트와 후라이팬으로 사람이 직접볶는 커피맛을 따라오기는 힘들다. 수억원짜리 공장 기계에서 찍어내는 만두가 사람손 만두맛을 못따라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내는것은 몸이 아플때는 감히 엄두도 못내던 일들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내려먹을  정성이면 차라리 한약을 다려 먹었을것이다.


젊었을때 사업망해 거지돼고 이태리에 살던 여자친구 집에 잠깐 얹혀 기생 생활한적 있다. 그때 친구가 집에서 포트에 끓여주던 진득한 정통 에스프레소 커피맛이 생각나서 그거 따라해 보려고 2만원 가격대에서 포트 사려고  어제 인터넷을 좀 뒤졌는데 좀 전에 본의 아니게 후배에게 커피 머신을 선물 받았다. 60만원 정도 가격대.


아메리카노 질려서 에스프레소 매번 돈주고 밖에서 사먹기엔 아깝고 귀찮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까 한다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 내꺼 가져가" 한다. 매장 손님 접대용으로 구입했는데 매일 씻어주고 관리 하느니 캔커피 하나씩 나눠 주는것이 장사에 더 편리하고 유용 하다는것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가전제품들이 그렇듯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으면 커피머신은 애물단지가 되기 쉽상이다.


자동차도 그렇고 커피머신도 그렇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은 없지만 어떡게든 눈 앞에 마련은 된다. 그것도 충분히 내 형편에서 만족할만한 괜찮은 것들로..



말로만 가져 가라는줄 알았는데 말 나온김에 갈때 잊어먹지 말라고 직접 챙겨서 차 뒷자석에 실어까지 놔 준다. 자리만 차지 하는것이 신경쓰였나 보다. 전자담배 액상 떨어져서 액상 이랑 코일 연통등 소모품 받으러 갔다가 한달치 액상만 20십만원 어치에다 커피머신 까지 공짜로 얻어온 셈이 됐다. 미안함이 엎친데 덮친격? 전자담배 장사하면서 달라는것 보다도 더 많이 챙겨주고 가끔씩 필요한것 없냐고 체크전화 하면서 죽어도 나한테 돈은 안 받는게 3년이 넘어간다. (금방 죽을줄 알고 그랬을텐데..) 나중에 돈벌면 한방에 몰아 갚아주자 그렇게 생각하고 더 이상은 실랑이 안하기로 했다.


로스팅을 해본적이 없는지라 자신이 없어 일단은 로스팅된 콩을 주문해 갈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 커피 머신들이 그렇듯 로스팅 기능만 없고 로스팅 된 원두콩을 사다가 넣으면 자기가 알아서 버튼 하나로 갈아서 커피를 짜내준다. 분쇄기 기능에 우유거품을 내는 카푸치노 기능, 에스프레소 기능, 아메리카노 기능이 있다. 전 자동화로 버튼 하나로 커피를 만들수 있는 간편한 기능이 있지만 자동화가 커피맛을 보장 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어떤 원두콩을 사느냐에 따라 커피맛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로스팅이 잘된 질좋은 원두콩을 잘 골라 사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만 돼도 감지덕지 한데 나중에 그 맛에도 한계를 느낄때나 로스팅 까지 욕심을 부려봐야 겠다. 커피맛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로스팅 잘하는 집 커피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커피맛의 핵심은 좋은 원두와 로스팅 타이밍 이란것이 정답이니까.. 숙성된 맛도 중요하지만 방금 볶아낸 커피콩의 후래쉬한 맛을 기계가 따라올 방법은 없다. (숙성을 거친맛과 갓 볶아낸 콩맛은 각기 취향에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보통 로스팅후 일주일-열흘 정도 디게싱(Co2 를 빼는과정)을 거친후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적당한 익음도 눈으로 보면서 감각적으로 익히는것과 기계가 시간맞춰 일률적으로 맞추는건 차이가 난다. 전기밥솥 밥과 햇반, 돌솟밥 차이..



마무리로 어떤 용기에 담아 마시느냐의 차이도 크다.. 텀블러와 머그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담는 용기는 그 용기를 대하는 마음가짐..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에스프레소는 더더욱.. 클래식과 두껍고 작은 흰색 머그잔..  


아침에 눈떴을때 누군가 그런 커피를 끓여 준다면 정말 더할나위 없는 행복감을 누릴수 있을것 같다.. 누군가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려면 누군가는 한시간 먼저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 가능 할테니까... 그 사랑과 정성의 맛은 값으로 따질수가 없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가족중 한 사람이 커피를 내리면 다른 모든 가족들이 그 향기에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는 사실. 함께사는 장점중 하나겠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면 타인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 이므로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로스팅은 무리라도 일어나 가루에 물붓는 정도는 누구나 할수있다.


그러나 혼자사는 현실은.. 눈 뜨면 커피 물 내리는것도 귀찮아서 그냥 뜨거운 정수기물에 인스턴트 믹스 봉지를 뜯게된다. 홀로 독신으로 살아도 눈뜨면 커피 대령하는 알프레도가 있는 미스터 브루스 웨인이 가장 부러운 순간이다..


술을 안 먹고 친구나 후배들 모임 술자리에 끼지 못하는 자신을 초라하게 책망할 이유는 없다. 모여서 술먹고 퍼질러 대봤자 다 거기서 거기인 얘기들 질릴만큼 해 봤다. 뭐든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니까.. 커피 한잔에 들이는 정성만큼 행복을 저울질 해서 푸짐한 안주와 술자리 이상의 만족을 얻을수 있으면 된다. 돌아다니다 보면 저녁이면 습관처럼 끌리는 술자리.. 술자리를 벗어나 어울릴 사람이 없이 혼자 커피 즐기는 나 홀로 저녁에 적응 할일만 남았다.


* 이리저리 다해봤는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간편하게 커피맛을 보장해주는 방법은 '캡슐'인것 같다. 로스팅 한후 바로 진공포장 해서 개봉하고 공기접촉이 많아진 원두가루 보다 원래 향이 오래간다.


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I. Nulla in M…:

https://youtu.be/rMrcCT8wr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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