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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23. 2019

고통속의 가련함.. 인간이여..


병원이란 곳에선 모든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들이 원초적 그대로 드러난다. 죽음과 고통앞에서 예절이나 가식따위는 의미가 없기에 병원은 그런 인간의 본성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지는 장소이다.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모든 가능한 조치들 앞에선 나이성별도 중요하지 않고 에티켓이나 예의가 우선시 되지도 않으며 생리현상에 따른 부끄러움, 수치심 같은것은 무조건 내던져 버려야 된다. 또한, 모든 인간들이 껍데기를 집어던지고 인품과 성품 그대로가 드러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확률이란 것이 있다. 항상 입원하게 되면 다인실 (4-5인실) 에서 내가 가장 고참이 되곤 하는데 대부분이 노인 환자들인 암 병실에서 주위에 민폐만 끼치는 안하무인 환자나 보호자들이 항상 실마다 최소 한명은 존재한다. 병실을 바꿔봐도 마찬가지다. 한밤중이건 뭐건 항상 일상생활 하듯 남이 있건말건 떠드는것은 물론이고 잠 안온다고 한밤에 이어폰 없이 스마트폰 방송들을 틀어대는것도 기본이다. 전화기 알람 맞춰놓고 자신은 어디론가 외출해서 끝없이 반복되는 루핑 음악을 병실에 매일같이 울려대는 사람도 있다. 공동생활 에서 타인의 존재따윈 아예 의식속에 존재하지 않는 괴상한 사고방식을 지닌 정력적인 노인들이다.


5인실에서 뻔뻔한 태극기 부대 노인 환자의 이상한 방송 틀어대기에 시달림을 당하다 옆 4인실 창가자리로 옮겨 휴양지같은 조용함을 누리나 했더니 그날밤 새로 들어온 환자 한명으로 인해 옮긴 병실안이 며칠동안 초토화 된다. 수술한지 얼마안돼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라는데 상황 자체를 인식못하고 시도때도 없이 발작을 일으키고 한 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깰때매다 소리를 지르고 집에 간다고 난리를 쳐대서 병실 환자들 전체가 며칠간 뜬눈으로 밤을 세우다 시피 했다.



 난리통을 옆에서 지켜보면 사는것이 가련한 고통이고 지옥같다.. 란 말이 실감난다. 구강암 환자인데 수술하고 코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가 얼르고 달래서 두 시간에 걸쳐 힘들게 코에 호스를 꼽아놓으면 고통을 참지 못하고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잡아빼게 된다. 충분히 그 고통을 이해하기에 밤새 난리쳐서 잠을 못자게 해도 화가 나기 보다는 가련함에 안타까움만 생긴다. 그 환자에겐 지옥이 따로 없을것이다. 옆에서 그 난리에 영향을 받는 다른 환자들도 고욕이고 하루종일 코에 호스꼽고 빼기를 반복하는 간병인 보호자 간호원 의사 전부 스트래스 풀 상태가 된다.


환자가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아무리 강제적으로 코에다 호스를 꼽으려 해도 그것을 환자가 참고 지내기는 불가능 하다. 코로 죽을 먹으며 책보고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생활하는 환자들도 흔하게 보게 되는데 그들은 스스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감수하고 인내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옆 자리 아저씨의 경우는 치매 초기증상 인지 자신이 처한 상황은 이해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배고프다고 밥달라고만 요구하니 코로 호스를 꼽고 생활할 마음의 준비 자세는 전혀 돼어있지 못한 상태이다. 간병인, 간호인, 보호자, 의사 전부 코에 호스를 꼽는 그 괴로움을 모르기에 환자에게 강제로 호스꼽기를 며칠째 강요하며 무의미한 힘빼기를 하고 있다. 말 안듣는다고 '공공의 적'이 되버린 환자의 괴로움 같은건 아무도 생각치 않는다.  한 밤중에 병실 환자 보호자들이 전부 달려나와 내보내라고 항의하는 바람에 보호자가 야심한 밤에 달려오고 어디선가 강금 당하다 아침녁에 돌아왔는데 어젯밤, 환자가 호스를 자꾸 잡아빼고 난리치자 강제로 묶어놓고 코에 호스를 삽입하자고 병원측에서 나오길래 보다못한 내가 나섰다.


"일단은 링겔로 영양 보충하게 하고 환자가 이해하고 동의할때 코로 하던지 하세요." 내가 수술한후 혼수상태일때 강제로 묶여서 코에 호스를 꼽는것을 당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 괴로움이 어떤것이란걸 잘 알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이 내 말을 이해하고 링겔로 사태를 진정 시키고 밤이 무사히 지나갔다. 아침에 병실로 돌아온 환자를 보니 링겔로 영양을 보충받고 코에 호스는 꼽지 않은 상태다. 밤새 어디선가 난리를 친듯, 아침에 보호자와 함께 병실로 돌아와 편안하게 잠이 들어있다. 휴.. 무사히 고비를 잘 넘기시길..



도대체 코로 음식을 먹이고 코로 배설하게 만드는 고욕스럽고 괴상한 고문 방식을 치료라고 생각해낸 무식한 사람이 누구냔 말이다. 응급실 가보면 장이 멈춰 실려와 놓고는 코에다 호스꼽기를 거부하는 노인네들 흔하게 있다. 나도 그래봐서 안다. 그럴경우 병원에서 치료할 아무런 다른 방법이 없다. 의사들도 어쩌라고.. 아무런 답을 내지 못하고 메뉴얼 대로의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탓만 한다.


코에 호스를 위까지 집어넣는 숨막히는 고문을 당하면 살아있는 지옥, 그 자체다. 내시경은 그 잠시 몇분간을 못참고 수면을 유도하지만 코에 호스를 꼽는건 내시경 검사 상태로 생활을 한다고 보면 된다. 푸와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을 그런 상태로 키운다고 하지 아마도.. 거위들도 작은 상자에 가두고 호스로 먹이를 강제로 먹이면 스트래스로 간이 부어서 그런 기형적 크기의 거위간  푸와그라가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일반 거위보다 4배로 간이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요리가 바로 미식가들이 찾는다는 거위간 푸와그라 인 것이다.


오늘 나는 조금있으면 퇴원하는데 옆자리가 비어서 어젯밤은 며칠만에 잠같은 잠을 잤다. 조용한 병실은 환자들에게 정말로 필수이다. 사람은 누구나 움직일때 마다 소음을 만들어 내지만 각자 만들어내는 DB 격차는 천차만별이다. 병원에서는 무조건 조용한 사람이 상급으로 환영 받는다. 앞으로는 2인실도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는데 조금씩만 주의하면 충분히 4-5인실도 중환자가 지내기에 충분하다. 2-3인실 보험 적용은 누구를 위한것인지 조금 오버 스럽다.



확률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노인이나 보호자 4명중 한명은 남에게 민폐 끼치는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상식밖 인종임을 계속 지켜 보면서 그 나이가 돼면 사람의 인품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관찰하게 된다. 과도한 소리를 내는 보호자 아줌마들도 인상을 보면 양미간의 살기가 번뜩이고 기운은 사납고 무섭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달림 당하는것이 싫은 사람이 1인실을 가야 하는것인지 타인에게 민폐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1인실을 가야 하는것인지..  어쨌든 함께 어울려 공동 문화를 탈없이 누리기는 서로가 불가능 하다.


유독 노인 세대들에게 그런 공동생활에서 안하무인격 성향이 몰려있는것을 보면 젊을때는 사회적 눈치를 보며 공공질서를 따르던 사람들도 나이를 먹고 본성이 드러나는 나이때가 노년인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과 똑같이 이기적인 형태로 생활과 성격이 굳어져 있는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어쩌다 보이면 특이한 사람이 되는것 이지만 너무 흔하고 패턴화 돼다 보면 '국민성' 이 되어 버린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삶이 지옥이 될수 있음을 병원에 들어와 지켜본다. 가련하고 불쌍하다. 물론 나 역시 조금있다 마약 진통제 잔뜩 처방받고 퇴원해 호스 꼽고 있는 동안 당분간은 집에서 고통을 끌어안고 지내야 한다.


담낭관에 이물질을 끼어넣는 통증은 대단하다. 하지만 워낙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에 익숙해 진지라 지금 이 정도 고통은 내 기분이나 컨디션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담낭관에 호스 꼽고 있음을 전혀 티내지 않고 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주변에서 곧 죽을지도 모르는 환자라는 사실을 전부 망각하고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괜히 신경쓰면서 일상이 엉망이 돼는것 보다는 낫다.



2주간의 입원생활 마치고 나는 집에간다..물론 담낭관에 호스를 꼽은채로다. 할일이 잔뜩 밀려있을것 같은 느낌이다. 주로 청소.. 고통속에 생활하는 환자분들.. 겨울이 온다. 잘들 견디시길. 


The winner takes it all - Carla Bruni:

https://youtu.be/qIGdFGtQA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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