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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12. 2020

말이 씨가 된 'RESET Time'


얼마전에 봄날을 맞아 새롭게 몸과 마음을 리셋 포맷할 타이밍 이라고 한적이 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로 내 몸은 다시 시체모드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리셋 (Reset)되고 있다. 남에게 말은 절대로 함부로 내뱉어선 안된다는것을 실감한다.


https://brunch.co.kr/@yemaya/900


오늘 화창한 봄날, 수술한후 처음으로 의사 면담을 했다. 혈액검사 수치도 모든게 정상이고 모든 수치가 '이상없음' 이라고 하는데 실제 내가 육체로 느끼는 체감은 그렇지가 않다.


오늘 재보니 몸무게는 45킬로, 뼈만 남은채 소화기관 내장이 하나도 없고 하나남은 소장마저 프랑켄슈타인 처럼 이어붙였는데 위장이 없으니 음식을 제대로 먹을수가 없어 살이 찔 방법은 없어 보이고 무릎 아래부터는 냉동인간 처럼 차갑고 시리다. 그야말로 다시 걸어다니는 시체 비스므리 해골 모양새다. 20대 젊었음 발레나 현대 무용할거라고 뻥이라도 칠텐데..


174에 45킬로 다시 두터운 내복 껴입기에 츄리닝 모드.. 벗겨놓음 만화속 인물 체형같다.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호흡이 가파르고 숨이막혀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지경임에도 수술한 의사는 살아 남았으니 무조건 괜찮다로만 일관, 환자가 살았나 죽었나만 관심사 이고 망가진 육체가 주는 삶의 고통 같은건 아예 관심밖인것 같다.


다음 8월달 정기 검사때까지 약처방 일체 없고 별다른 조치도 없다. 그저 결과를 지켜볼수 밖에 없음을 나도 알고 의사도 알기에 시간을 보내면서 상태를 지켜보는것 외에 별다른 처방이 있을리가 없다. 


제로(Zero) 지점에서 다시 사람 몰골 되기 시작하는 기분인데 두번이상 해본지라 마음은 그저 덤덤하다. 처음때 보다는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위장만 있었어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고자고 하면 살은 금방 오를텐데.. 위장이 없는고로 목표는 50킬로가 현재로선 기대할만한 최고 레벨 같다.


위장,비장,췌장,대장 다 잘라내고 하나남은 소장마저 누더기 상태인데 어쩌란 말인지.. 솔직히 답은 아직 없다. 그나마, 진통제 없이도 운전해 부모님 심부름 다니고 병원 모시고 다닐 정도는 회복됐고 네플릭스에 빠져 드라마 보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



다시 부활해 발동걸고 세상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다시 운명이 주저 앉히는것을 보면 지금은 3개월간의 사회적응 베타 테스팅을 마치고 본 게임을 위한 '리셋타이밍' 이 맞는것 같다. 해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지금 시점에서 사람 몰골 되고 점점 사회적 활동 욕심이 생겨 괜한일 저지를짓 하지 말란 이야기다.


코로나 이태원 클럽 사태처럼 나 역시 방심해 처럼 사회생활 한답시고 밤마다 술도 먹고 내가 위장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무리하게 식탐하다 지금처럼 하나남은 소장마저 잘라내는 불운을 당했다고 본다. 내장이 없는 육체로 허용된 식탐 한도가 어느선 까지 인지 확실히 테스트 해봤음으로  앞으론 절대 선을 넘을일은 없다.


불운과 고통도 어느 정도여야 슬퍼하는 시늉이라도 하지 요즘은 인생이 하도 어처구니 없는지라 만사 웃음밖에 안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하면 내가 무척 즐거운 상태라고 대부분이 착각한다. 진짜로 내 삶이 코메디 같고 웃긴걸 어쩌겟어. 내장 다 잃고 하나남은 소장도 잘라붙인 지금의 내 처지가 완벽코메디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짜 재밌다는 호쾌한 웃음밖엔 안 나온다. 원래 코메디가 자빠지고 이리저리 꼬이고 망가질수록 웃기는 그런거다. 내 인생에 내가 관객인가?



화창한 봄날은 됐는데.. 그저 노닥노닥 하며 다시 차분히 리셋의 인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것.. 코로나 사태도 그렇고 역시 지금은 뭔가 돈 번답시고 엉뚱한짓 하기 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본 게임을 준비하고 대비할 때이다. 그 이외에 나에게 선택권은 사실 없는 원웨이다. 리셋할 타이밍에 그것을 안하고 뒤를 돌아보면  한탄과 좌절밖에 할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것에 진지하게 빠져들면 왠지 자살해야 할것같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나는 내장이 다 사라지고 육체가 시체처럼  망가졌다고 대부분의 에고들 패턴인 좌절을 선택할만큼 어리석진 않다. 그까짓 내장들 없고 잘라낸 아야쯤 살아 남는다면 다 적응하게 돼있다. 시간이 말해줄 뿐이다. 몇개월 안 걸릴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당연 해봤으니 아는거다.


뭔가를 믿고 싶은것과 믿는것은 다르다.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하는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진짜 믿음은 확실한 앎과 이해를 바탕으로 성립된다.



을 오븐에 넣으면 시간이 빵을 만들어 준다. 빵을 만들어 본 사람은 오븐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알기에 조급해 하지 않고 안절부절 불안해 하지도 않는다.  


오븐에 넣으면 빵이 만들어 질것이라는 확실한 경험과 앎이 곧 믿음이다. 단지, 더 이상은 예기치 못한 변수로 빵을 태우지만 말았음 좋겠다. 행운의 반대, 불운이라고 하는 녀석인데..


모든 불운에는 이유가 있고 균형을 위한 '새옹지마' 라는 말도 있지만 지긋지긋 불운 No More 다.  이상의 불운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이 정도면 충분히 정신 차렸뱃속이 텅 비었듯 머리속도 아주 상쾌하고 맑아졌으니까..


Libera - Gaelic Blessing (Deep Peace):

https://youtu.be/nqyU7SKy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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