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제고 뭐고 선은 넘지 말아야지! -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주장한 내용으로, 업무 능력이 낮을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즉, 숙련된 사람일수록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숙련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최상의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분야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평균 이상이나 평균 이하의 그룹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설명한 자아 보호나 열등감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하위 그룹은 과대평가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본인이 평균 이상이라고 굳게 믿는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 출처 : 모비인사이드
회사의 모든 것들을 잊으려 질렀던 목금 이틀의 연차와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아침부터 나는 일 년에 두 번도 안 하는 쌍욕이 나올만한 일을 겪었다.
본부 내 팀장 회의 내용을 리뷰하는 오전 팀 회의시간. 팀장은 우리 팀의 R&R이 설정된 후, 팀원 각자 월별 업무계획을 작성해 팀톡방에 파일로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했었고, 제출 내용에 대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나 = A, 팀원 = B로 표기)
(팀장) "근데 A가 할 업무를 B가 넣었던데- (하하하하 웃음)"
(B) "아, A가 넣었어야 할 업무인데 안 넣었길래 제 거에 일단 다 넣었어요 (팀장과 마주 보며 하하하하 웃음)"
(나) "네? 지금 어떤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팀장) "아 A가 분석해야 할 거를 안 넣었는데 B가 넣어서 (하하하하)"
(나) (나와 B가 보낸 파일을 모두 열어 비교해보며) "제가 넣었어야 하는데 안 넣었다는 게 정확하게 뭐예요? 그리고 뭐가 웃기신 거예요?"
(팀장) (뭐라 뭐라 이해하지 못할 얘기를 계속 반복)
(팀장) (내가 정색하며 묻자 당황한 듯 옆에 와서 파일을 같이 살펴보며) "아 A가 분석업무이고 B는 시스템 구축으로 아예 나눠 생각했었어요."
(나) "B도 분석업무가 있고, 저는 팀 R&R에 제 부분에 있는 거 다 넣었는데 뭘 안 넣었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기분이 나쁘네요."
(팀장) "(B가 맡고 있는 제품 OO화 DB작업) 세팅되고 활용해서 분석하는걸 A가 안 넣어서 그랬어요"
(나) "B도 분석업무를 하잖아요. 그리고 제품 OO화 시스템 구축*은 B 쪽에서 다 하는데 분석은 제가 한다고요? 다른 아젠다고 분석을 하면서 그 내용을 같이 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만 분석하는 걸 제가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팀장) "음, 그래요. 그럼 B가 제품 OO화 한 거는 분석까지 하는 걸로?"
(B) (옆에서 내가 정색하는 게 불편하다는 듯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네, 어떻게든 해볼게요"
(토시 하나 똑같이 구성하진 못했으나 얼추 비슷한) 이 대화를 하며 나는 시종일관 정색했고, 기분 나쁨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위에도 강조하긴 했으나,
- (나는 아직 B의 파일을 보지 못한 상태였기에 내용을 몰랐어서) 서로의 이해도가 다른 상태였는데, 정확한 설명 없이 둘만 하하하하 웃으며 나를 대했고
- *제품 OO화 시스템 구축(DB화) 업무는 초기 세팅에 나도 참여했었으나 팀 업무가 본격적으로 나눠지면서 아예 신경 쓰지 않았기에, 나는 활용 방향성 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 제품 OO화 구축 정보공유도 없던 상황에서 내가 마치 했어야 할 일을 안 한 것처럼 만들며 대화의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가장 열 받는 건,
지난주 목금 연차였기에 나는 그 주 수요일 파일을 공유해 팀장과 B 모두 이를 확인토록 했고, 시간이 있으니 수정의견 주시면 반영하겠다고 팀장에게 얘기했었다. 그리고 B 역시 오늘 오전에야 파일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전에 내게 '제품 OO화 시스템 구축이 언제쯤 완료되는데, 이후 분석업무 일정을 넣어줄 수 없겠는지' 물어보고 수정할 시간이 충분했다. 게다가 내가 넣었어야 할 내용인데 안 넣어서 본인 것에 넣었다니 엿 먹이는 게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본인 업무에 속하는 걸 나에게 넘기는 꼴인데?
나는 이제야 그동안 외면했던 B와의 일들과, 몇몇 동료들이 나에게 와 "B는 어때? 괜찮아?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 어떡해 OO님.." 하며 나를 걱정해주던 말들이 의미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B는 이 팀의 업무와 전혀 연관이 없는 부서에서, 단지 부서이동이 하고 싶은 찰나에 이 팀에 TO가 나면서 면접도 없이 들어왔다(내가 이 팀에 오기 두 달 전쯤).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이 팀을 주관하던 상무님은 B에게 "넌 운이 좋은 줄 알아. C가 퇴사하면서 면접도 안 보고 그냥 뽑은 거야"라고 할 정도로 전문성이 필요한 이 팀의 업무에 맞는 역량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었다.
어쨌든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옆 팀에서 볼 때 악의 없이 원만한 사람으로 보였으며, 당시 (내가 만만했는지) 많이 알려달라며 이것저것 질문도 많았었다. 또한, 상무님이 퇴사하시기 전 나에게 이 팀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다시 물으셨을 당시, B가 팀장 없는 팀의 나 홀로 팀원였기에 짠했었고, 신규 팀이니 둘이 힘을 모아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말이다.
그렇게 B와의 팀워크에 대해 한치의 의심 없이 팀 이동을 결정했고, 아직 발령 전이고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힘을 주고 싶은 마음에 '혼자 외롭겠지만 조금만 잘 버티고 있으라' 얘기했었다. 그때부터였다. 지금껏 내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외면하던, 팀원으로 가까이 가서야 알 수 있었던 그녀의 민낯을 본 게.
- 그녀에게 내가 그 팀으로 발령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메신저로 얘기했을 때, 나 홀로 팀원인 상황에 맞지 않게 그녀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 이 팀에 왔을 때, 며칠간 업무 공유나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고, 내가 직접 자료 요청을 하고 분석하다가 질문을 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다고 대답했다. 이래서는 팀 업무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한 내게 그녀는 본인도 잘 모른다며 간단한 설명만 덧붙여줬었다
- 기존 2명의 퇴사자/휴직자가 남긴 폴더를 갖고 있었음에도 본인은 파일 하나 전달받은 게 없다며 기존 업무 파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살펴본 결과, 전임자가 두고 간 파일에는 꼭 알아야 할 사항들도 많이 기재되어 있어 숙지가 필요했다
- 다른 계열사와의 이해관계와 업무영역이 달라지면서 추가로 파악할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퀵하게 받았던 컨설팅 업체 제안서와 퇴사한 상무님이 했던 얘기만 앵무새같이 반복하며 이미 본인이 다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막상 얘기를 나눠보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 내가 갈 당시 대표에게 보고되었던 조직도에는 이미 사내 이동 1명(나)이 완료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그 회의자료 파일이 최신자료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온 팀장에게는 (내가 있던) a팀에서 누가 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며, 예전 상무님이 계실 때 초기 조직 세팅 구상안을 제출하곤 나의 역할을 모르겠다는 듯 굴었다
- 팀장의 사기 이력을 알게 되고 내가 힘들어할 때, B에게 '나는 너무 힘들다. 너도 힘들지 않으냐'라고 털어놓자 그녀는 한 주 동안 워킹맘으로 바빴던 얘기를 장문으로 남겼다. 본인은 이런 일들로 너무 정신없이 지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어쩌면 B는 '얄팍하고 치사스럽게 영악한' 이 회사의 고인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얘기를 동료와 나눴을 때, "진짜 여기스럽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니까. 본인의 역량은 생각하지 않고 전문 영역을 쉽게 생각하는, 그러면서 견제와 깎아내림이 내재화되어있어 함께 일하며 성장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진짜 민낯을 알게 된 이 사건은 하늘이 내게 '안주하지 말고 빨리 나가'라며 날 다잡게 만들어준 계기인 듯하다. 그녀에게 내 속마음을 터 놓는 일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