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도 자격이 있을까?(1)

- 불통의 아이콘 Ep1. 직무유기 -

by 예민아씨

[FM]

야전교범(野戰敎範)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지침서를 말하며, 영어로는 Field Manual이라고 한다. 'FM대로 한다'는 정석대로 한다는 뜻으로, 정해진 절차와 규정대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기가 센 상무에 가려 조용히 지내는 FM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기 센 상무가 다른 곳으로 가면서 그의 진면목을 하루하루 깨달아갔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는 매일매일 쌓여가고 있으나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 여기서 얘기하는 기 센 상무는 내가 만난 최악의 임원이다. 대기업 임원으로 볼 수 없는 지성과 인성을 가진 자로 입에 담기도 싫은 언행들이 쌓이고 쌓이며 피해자가 속출하자, 결국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퇴출되었다.


[Ep1. 직무 유기]

기가 센 상무는 팀장을 건너뛰고 직접 팀원을 불러 일 시키길 좋아했다. 그게 능력 없는 팀장에게 얘기하는 것보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상무에게 무시당하고 인격모독을 당하던 베테랑 팀장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 (상무가 승진을 보장하며) 마케팅 본부로 함께 이동해 온 우리 팀장님은 부임 후 첫 팀 회의에서 그런 상무의 업무 스타일을 팀원들이 잘 받아들이길 바란다 당부했었다. 난 팀장님이 기 센 상무 밑에서 승진을 위해 많이 참고 있는 줄로만 알았기에 오히려 상무보다 팀장님께 하나라도 더 보고하고자 했고, 상무가 아니라면 팀장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있었다. 내가 봐왔던 지극히 상식적인 팀장의 역할을 말이다.


그리고 6개월의 군림 끝에 기 센 상무가 마케팅 본부장에서 좌천되면서 팀장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승진을 약속했던 상무는 나가리되고 그 자리에 팀장님의 (여자) 후배가 오르게 되자, 무척이나 마음이 심란해 보여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새로 오신 상무님 밑으로 우리 팀이 재편되면서 어수선한 마음이 정리될 즈음이었던가. 팀장님께 "그간 상무님께서 직접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하는 일이 많았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팀장님께서 업무 지시를 해주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기 센 상무가 팀원에게 다이렉트로 업무 지시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리 팀에도 선임 과장과 나를 비롯해 예상치 못하게 떨어지는 업무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모두 업무량이 많은 상태였는데, 우리 팀 선임 과장과 대리 한 명이 막내 사원에게 KPI로도 들어가지 못할 잡스러운 업무 넘김을 자연스레 행하는 게 아닌가. 이유는 "상무님이 시킨 일을 하느라", "본인이 시간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상무님이 시킨 일'은 모두에게 있는 일이었고, '본인이 시간이 없다'기엔 오후에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은 족히 마실을 다녀오는 게 둘의 고정스케쥴였다. 그리고는 바로 정시퇴근을 하고 있으니 '저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어이없어하던 나였다. 옆에서 몇 번 지켜보다 어김없이 마실 일정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OOO좀 부탁할게요'라며 또 잡스러운 업무를 넘기는 과장이 도가 지나치다 싶어, 팀장님께 '업무 배분과 지시'라는 '본인 역할을 제발 좀 해달라' 따로 얘기드린 것이다.


이때였다. 그의 "읽씹" 수준이 도를 지나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가. 다른 것도 아니고 팀원이 간곡하게 '업무'에 대해 요청한 걸 팀장이 씹을 수도 있구나.. 를 알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거의 1년간, 아직까지도 팀원들의 업무 관리(managing)에 대해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본인의 일을 넘겨 업무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업무와 관련되어 확인이 필요한 일에도 "읽씹"을 시전해, 그와의 메신저 창은 "내 메모장"으로 쓰이고 있으니, 이 정도면 <불통의 아이콘>으로 불러도 모자랄 지경 아닌가? FM인 줄 알았던 팀장님이 불통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나는 FM이라는 말을 함부로 갖다 붙이지 않겠다고 결심, 또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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