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의 직무유기에 대해 -
인사-만사(人事萬事)
「명사」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
신입과 경력 구분 없이 입사할 회사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건 인사팀이다. 심지어 서류 탈락 통보 방식과 내용에 따라 불합격한 회사라도, 소비자로서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것도 인사팀이다. 입사와 재직, 퇴사에 이르기까지 인사팀은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꽤 정확해서 인사팀의 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입사를 재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단 것을 이곳에 와서 깊이 체감하는 중이다.
[Ep1. 인사팀장 면접을 구내식당에서 보다]
실무+임원 면접 합격 후 인사팀장 면접을 보던 날였다. 회의실, 커피숍도 아닌 점심 영업을 마친 구내식당 한켠에서 특유의 식당 냄새와 함께 설거지 소리를 BGM으로 면접을 봤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인사팀장과의 대화:
(인사팀장) OOO은 왜 퇴사하셨어요?
(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이 너무 많아, 몸이 안 좋아져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인사팀장) 여기도 야근이 많은데 퇴사하는 거 아니에요?
(나) 아. 야근이 많은가요? 철야도 자주 하세요?
(인사팀장) ...(대답 없음)
(인사팀장)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겠어요? 면접 때는 잘한다고 해놓고 적응 못하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나) 레퍼런스 체크 안 해보셨어요?
(인사팀장) (너무나 당당하게) (레퍼 체크) 안 했어요
(나) 같이 일한 분들한테 레퍼 체크해 보시는 게 가장 확실하지 않을까요?
(인사팀장) ...(대답 없음)
경력직에게 '야근이 많은데 버틸 수 있겠느냐!', '레퍼런스 체크는 안 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사팀장의 태도에 '뭐 이런 허접스러우면서 당당한 인사팀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인사팀장과의 면접 후 기분이 매우 나빠졌었는데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오지 말아야 할 회사라고.
[Ep2. 상무 따라 달라지는 채용 속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이 주요 아젠다로 부상됨에 따라 이 분야 경력 임원으로 A 상무님이 채용되었고, 조직도에는 DT업무 중 한 축을 담당할 신규 팀이 생성되었다. 신규 팀은 업무에 맞게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해 A 상무님은 오시자마자 인사팀에 외부 채용을 요청하였으나, 인사팀은 사내공모로 채용을 돌리며 신규 팀에 힘을 쏟지 않았다. 6개월 간 이어진 지지부진함에 지친 A 상무님은 결국 외부 채용 기안을 상신했는데, 인사 상무는 말로 하면 되지 기안까지 쓸 필요가 있겠냐며 화를 내곤 최종 합의 단계에서 반려했다. 얼마 후 A 상무님은 회사를 그만두셨다.
A 상무님 퇴사 후, 이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져 놓으신 B 상무님이 이 신규 팀을 담당하게 되셨는데, 이때부터 인사팀에서 외부채용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으며 한 달 만에 채용이 확정되었다.
신규 팀 채용과 관련된 팩트만 놓고 봐도, 결국 될 수 있었던 것을 안 했던 인사팀의 행태는 직무 유기였다. 본인들이 필요하다고 뽑아 놓은 임원에게 일할 수 있는 조직 구성원을 주지 않았던 이 회사와 인사팀을 보며,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고일대로 고인 물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p3. 채용은 해줬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새롭게 경력직이 입사하면,
- 전산 사무기기 신청서
- IP 신청서
- 그룹웨어 ID 발급
- 전화기 신청
- 사원증 발급
등의 기안들을 팀 내에서 상신해야 한다. 인사팀은 임시 사원증만 제공했을 뿐 입사 시 갖추어야 할 모든 서류는 담당 팀에서 준비해야 하는데, 사전에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안내가 없어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심지어, 볼펜, 가위/칼 등 기본적인 사무용품도 모두 팀 내에서 준비하는 등 채용 이후 입사 과정에서의 그들의 역할을 실무팀에 넘기는 인사팀의 방만함을 겪고 있노라면,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과정 자체에 지쳐서 환영할 기운이 없어진다.
이 밖에도, 인사팀은 임원 또는 임원과 연관된 사원이 있을 때, 해당 팀에 와서 'OOO님 잘 대해주라'고 얘기를 하는 등 회사에서 가장 쓸데없이 입이 가벼운 부서이기도 하다. 회사 내 가십의 근원지이기도 한데, 때론 이 가십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당연히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또한, 임직원의 사기를 높여줘야 할 인사팀이 본인 팀들의 사기부터 저하시키고 있어 팀원들이 대거 부서 이동과 퇴사를 하고 있으니.. 이곳의 인사팀은 인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