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닌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납디다 -
형법
[시행 2020. 10. 20.] [법률 제17511호, 2020. 10. 20., 일부개정]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인터넷 댓글 창에 달리는 악성 댓글, '악플'로 고통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매년 끊이질 않죠.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런 피해를 입자, 여야가 '악플'을 막아보자며 '인터넷 준실명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준실명제'가 뭐냐면, 댓글을 달 때 ID를 반드시 공개하게 하고, 지키지 않는 포털에게는 과태료를 물리는 겁니다. 최근 관련 상임위에서 합의되면서, 입법의 첫 문턱을 넘었는데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세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ID를 공개하면 악플 피해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쪽은, 그렇게 해서 막을 수 있는 피해는 크지 않는 데 비해, 침해되는 표현의 자유는 크다는 입장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2021.05.02. JTBC 뉴스 <"준실명제, 악플 피해 막을 수 있어"…찬성 의견 들어 보니> 中
[Ep1. 그는 정말 궁금하긴 했을까]
(물 뜨러 탕비실에 갔다 다른 팀 J팀장을 마주쳤다)
(J팀장) (갑자기 나를 보더니 대뜸) "OO님은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 아니면 마지못해 떠밀려서 온 거예요?"
(나) "원래 하고 싶기도 했고, 얘기가 있어서 오게 됐어요."
(J팀장) "아, 그렇구나."
(그는 마치 '오늘 날씨가 좋네요' 대화인 양, 이를 끝으로 본인 갈길을 갔다)
예상치 못한 질문 내용에 J팀장을 잘 아는 친한 동료에게 '제가 떠밀려 왔다 생각할 수도 있나 봐요'라며 대화를 전하니, '원래 남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많고, 살을 보태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야기를 지어서 말하고 다니는 분이니 조심해요'라는 걱정 어린 말을 해 주었다. 뭔가 캐내기 위한 낚시성 대화를 하는 분이란 말과 함께.
이전 부서에 하도 헛소문이 많아 이젠 출처를 확인하는 지경에 다다랐는데, 새로 옮긴 곳에서도 이렇게 조심해야 할 사람이 생기니 이 또한 이곳의 문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피곤함이 몰려왔고, 직접 당해보니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 쉬이 가시질 않았다.
* 팩트체크를 하자면, 최근 팀을 이동하며 새로 맡은 업무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업(業)의 확장이자,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새로 갖춰야 할 역량이라 판단해 예전부터 독학으로 공부도 했었다. 그러다 올 1월 상무님의 제안이 있어 흔쾌히 수락했으나, 맡은 업무들이 4월에 끝나 이제야 이동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과연 J팀장은 나의 부서 이동 스토리가 '정말' 궁금했을까? 얘기가 기니 메일로 말해준다고 할걸 그랬나 싶다.
[Ep2. 'ㅁㅁ님 임신해서 그 팀에서 내보낸 거라며']
이전 직장에서 A 업무를 하던 ㅁㅁ님은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곳에서 전혀 다른 업무들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 A 업무와 연계된 팀이 새로 생기며 사내공모에 지원하였고, 상무님 면접을 가뿐히 통과했다. 그런 ㅁㅁ님이 새 팀원으로 확정된 후 내 귀에 들어온 소문 : '임신해서 전 팀에서 내보낸 거다'
근거 없는 헛소문 같았지만 소식의 끝자락에 있는 나까지 들었다는 건 이미 대부분에게 좋지 않은 얘기가 퍼져있다는 의미라, 나는 ㅁㅁ님과 친한 동료분에 팩트체크를 했다. 그리고, 임신한 것은 맞으나, 사내공모 지원과 면접이라는 절차를 거쳐 부서이동을 하게 된 동료를 한 순간에 전 팀에서 임신의 이유로 내보내진 사람으로 만든 이 저급한 헛소문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ㅁㅁ님을 둘러싼 소문처럼, 아무 근거도 없는 헛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이곳은 내부 직원들도 소문OOO(회사명)으로 부를 정도다. 그저 '아님 말고' 식의 재미로, 출처도 모른 채 떠다니는 무책임한 말들을 듣고 있으면 '여기가 고등학교인가'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어느 직장에나 확성기 같은 빅마우스를 중심으로 소문은 돌기 마련이고, 자고로 '(열불 나게 하는 동료를, 양아치 같은 회사를) 씹는 재미'는 직장생활의 필수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의 씹기는 재미 수준을 넘어섰다. 적어도 재미라면, 출처 모를 카더라로 몇 마디 나눠보지 못한 동료의 인격을 단정 짓지 않을 테고, '무능력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매도하진 않을 것이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만한 내용의 말들을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유독 이곳의 소문에는 '선'이 없다고 느껴진다. 왜 그토록 가볍게, 자신과 상관없는 일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헛소문을 퍼트릴 수 있는 걸까. 내 추정의 끝은 역시나 이곳의 조직문화였다. 다음과 같은 조직문화가 동료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고, 그 불신을 토대로 근거 없는 소문이 필터링되지 않은 채 확산되는 게 아닐는지.
추정 1) 이곳은 업무 전문성(스페셜리티), '인사가 만사'라는 중요한 개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장기판 졸(卒) 보다 못한(?) 뜬금없는 인사이동이 많고, 고위급들의 좌천 후 요직으로의 승진 같이 이상한 인사발령도 잦다. 이런 근본 없는 인사 정책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피로감을 느끼며, 동료에 대한 존중이 부재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추정 2) 이곳에서의 KPI는 아무 의미가 없다. 팀장 KPI가 팀원보다 더 낮은/쉬운 수준이기도 하고, 팀원 내에도 같은 업무에 적용하는 KPI 기준을 관리/감독하는 팀장/임원이 많지 않다. 편파적이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 가장 공정해야 할 KPI가 불공정함의 끝판왕이니,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의 기준'이 부재하다.
추정 3) 밑도 끝도 없는 '공채 + 영업 관리직 출신 + 남자' 직원에 대한 회사의 대우는 되려 영업 출신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 영업 경력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전문성을 가져야 할 부서까지도 팀장/선임급으로 그들이 들어오고, 자부심에 비해 모자란 역량이 결합되며 팀 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것이 나비효과처럼 팀을 이동해 오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소연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고, 혹시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관점이 필요할 때, 친한 동료에게 나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위로받곤 한다. 또한, 'OO님이 요즘 ~~ 때문에 힘들다더라'며 다른 동료의 안쓰러운 상황을 걱정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소문일까. 나 역시 잘 알지도 못하는 얘기를 전하며 카더라의 확산 속 연결고리이진 않았을까.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한 선생님이 "너에게 와서 남의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말아라. 남에게 가서 똑같이 네 얘기를 많이 할 것이니"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아서 명심하며 살았건만 이곳에서 나는 그걸 잊은 순간이 많은 듯하다. 쉽지 않겠지만 출처 없는 소문은 팩트 체크하고, 최소한 다른 이에 대한 말은 삼가도록. 다시 한번 스승님의 가르침을 되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