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안의 마음 지도 어느 지점에는 건드리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는 "버튼"이 있다고 해요. 꽤 오랜 기간 한 순간에 감정이 폭발할 때마다 '왜 이럴까'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전 저만의 버튼이 뭔지 알 수 있었어요. '나의 가장 큰 버튼'은 바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 무시"였어요. 누군가 제게 예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생각이 들면 그 버튼이 눌러지며 감정이 폭발하곤 했거든요. 표현력이 부족했던 20대에는 친한 사람이 버튼을 눌렀을 때에는 그 앞에서 말도 못 하고 혼자 집에 와 끙끙 거리며 삭혔고, 친분 관계가 얕은 사람이 그럴 땐 말없이 관계를 끊어냈어요. 그러다 자기 표현력이 높아진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나와 친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 입장은 이러한데, 네가 그렇게 얘기하니 서운하다'라고 바로 얘기했고, 그때 '그랬구나, 미안해 서운했겠다.'라고 얘기하는 사람과는 서로 믿음이 깊어지며 더욱 견고한 관계를 쌓아갈 수 있었고,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래. 예민하게 굴지 마.'라고 얘기하는 사람과는 '이 사람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겠구나' 하며 한 발자국 떨어지며 거리감을 두게 되었죠.
그렇게 제 버튼에 대해 아주 잘 인지하고 있고, 관계 속에서 스스로 날 지킬 수 있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지난 2주를 보내며 저는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왕' 버튼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버튼은 나만이 아닌, 상대와의 관계를 망가트릴 수 있는 위험한 버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지난 2주의 상황은 이랬어요.
1년 동안 쉴 틈 없이, 치열하게 준비해온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의 론칭을 앞둔 시점. (개발) 품질 점검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결함으로 결국 테스트 통과를 못하게 되었고, 유관부서의 배려로 일주일간 결함을 개선한 후 한 차례 더 테스트를 받고 최종적으로 fail or pass를 결정하기로 되었죠. 그리고 fail이 될 경우, 저희의 유일한 KPI인 2022년 플랫폼 론칭을 실패하는 것이었고 이 여파는 저희 사업 프로젝트 인원뿐만 아니라, 저희 팀이 속한 부서와 전체 사업부서에 걸쳐 피해가 너무 큰 상황이었어요. 전 이 상황에 대한 압박감도 컸지만, '나중에 다 해결된다는' 말을 믿으며 기다렸건만, 너무나 명확하게 기획서에 기재된 기능에 대해 이해도 못한 채, 무엇보다 마지막까지도 '소통 없이, 마음대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 화가 났죠.
게다가 원래는 테스트 대응기간을 마칠 때로 계약 종료기간을 정했지만, 개발기간이 늦어지고 테스트가 통과되지 못하면서 아직 기획자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저와 수개월을 함께 해온) 서비스 기획 업체의 철수 기간이 임박하자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결국 전 날 선 말들로 현재의 개발 상황과 고쳐지지 않는 결함에 대해 참아왔던 불만을 표출했고 이 때문인지 개발사 대표가 직접 나서며 결함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제가 스스로 '나 그때 너무 불안해서 미친년 같이 굴었어'라고 말하며 주위에 본인의 상태를 인정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이 2022년 사업기획 초기에도 제가 날을 세우게 되었던 같은 맥락이었음이 생각났죠.
그제야 '아!'하고 깨닫게 되더라고요. '아, 이게.. 내가 올해 자주 눌러졌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의 '대왕' 버튼이구나..'
불안감 속에 있는,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초조함"이라는 버튼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 +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때 + 잘못될 경우 명확한 피해상황이 예상될 때 + 그 피해가 나만이 아닌 여럿이 입게 될 때]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눌리게 되었고, 감정의 방향이 타인에게로 향해 관계에 독이 된다는 걸 알아차리고 직면할 수 있었어요.
이를 계기로, 올해 심리검사를 하며 제가 타인에게 잘 공감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이런 초조함의 버튼이 눌러질 때를 빨리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타인에게 발산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각의 전환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감정 흐름 체계'를 형성하는 게 제 삶의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이 버튼은 '두통 유발'로 저를 갉아먹어서, 제 건강을 위해서도 정말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해로울 수 있다고 봐요.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내 마지막이 미친 사람 같진 않았으면 하거든요. 타인에게 했던 날 선 말이 내 마지막이진 않았으면 하고요.
지난 2주의 중반부터는 제가 만들어내는 괴로움에 스스로 지쳐서는, 우선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일은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다음 주 초에 나올 테스트 결과에 pass이길 바라며.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보름달에 '제발 통과되게 해 주세요'라며 기원할 뿐.
마지막에는 그간 제게 힘이 되어줬던 협력사 직원분들과 따뜻하고 진솔된 말들로 마음을 전하며 일차적으로 마무리하였고, 그 시간 속에서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진통제를 맞은 듯 제 마음의 고통도 잦아들었습니다. 역시 제겐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나 봐요.
당신의 버튼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버튼은 여러 개이고 그 크기는 모두 다르다고 해요. 지금까지 한 개의 버튼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버튼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연습을 했으면 합니다. 때로는 그 버튼이 내가 중시하는 가치관과 상충되며 내게 괴로움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버튼이 타인에게 생채기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당신의 버튼이 스스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할 거예요.
저는 올해 제가 가장 조심할 버튼을 알아차린 것이 12월의 선물였어요. 당신에게도 그런 선물의 시간이 있길 바랍니다.
÷ 진화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 슬픔 같은 감정은 나름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 남겨졌어요. 부정적 감정들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더 큰 불행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적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라앉은 기분은 멈춰야 할 때를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좋지 못한 상황은 불안과 우울처럼 부정적 감정을 불러내서 그 상황을 벗어나도록 유도합니다. 불안과 우울은 열이나 통증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상황을 알려주는 정상적인 반응이지요. 긍정적인 감정은 좋고,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원 버스에서 발을 밟히면 화가 납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방이 일부러 한 것도 아니니 마구 화낼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구나! 나는 화가 날 만해, 내 잘못은 없어"라고 말이죠. 그리고 친구를 만나서 출근길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하세요. "난 화가 났다"라고 말하는 순간, 화가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메타인지 회로가 작동해서 이 상황을 이해하면 감정에 대한 통제력이 생겨요. 상황에 따라 느낌과 감정은 나빠질 수 있다! 나쁜 감정을 가져도 괜찮아! 이것만 이해해도 부정적인 감정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