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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떠는 옌 Feb 16. 2023

점점, 연애 빠진 로맨스

#. 만남 #. 관계 #. 이성


'만남', '관계', '이성'. 이 세 가지 단어가 잘 어울리지 못하고 괴리된다 느끼는 요즘. 우리 삶에서 평생 끊지 못하고,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자, 가장 어려운 문제로 우리를 굴레에 빠트리는 것들을 대하는 자세를 잡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나는 20대 초에서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숫자가 커져도 이 세 단어의 난관에 부딪히면 다시 어려지곤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하는 요즘이다.




#. 만남

내가 생각하는 '만남'을 퍼센티지로 표현하면 가벼움 70%, 가벼움과 무거움 그 사이 어딘가 20%, 무거움 10%이다. 점점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만남'에 투자 값을 조절하게 되는 것을 실감한다. 돈이든 시간이든 그냥 내가 투자하고 싶은 만큼만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그 값어치의 기준 또한 나만의 것이다. 가벼운 만남에서 즐거움을 크게 얻는 날이면 돈을 과하게 투자하기도 하고, 지루함을 크게 얻는 날이면 그 시간과 돈을 조금 덜 투자하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의미 없는 만남, 일회성 만남은 다음을 기약하지 않게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어렵다. 사람과의 소통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이라 체력, 돈, 시간은 무시한 채로 그저 누군가와의 '만남'에만 집중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자주 그러는 것 같다. 20대 초보단 나도 달라졌다고 느꼈지만, 꼭 모든 상황에서 그렇지만은 않더라. '만남'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이든 사랑이든 적당히 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 관계

'관계'는 만남과 가장 연관이 깊은 단어인데, 우리의 관계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가장 무겁고 힘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야깃거리가 '관계'에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한 번 맺은 관계를 가벼이 여기지 못한다. 로맨스(대부분의 이성 관계), 가정물(가족 관계), 회사물(사회적 관계), 학원물(친구 관계) 등의 드라마와 영화의 주제가 되는 이야깃거리가 '관계'로부터 나오는 데도 이러한 이유이지 않을까. 우리는 신중하고 싶지만 매번 그러기 쉽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후회하지 않고 끊기지 않게 이어갈 수 있을지 매일을 고민하면서 산다. 그리고 이 고민을 실천하는 날들이 이어져 삶이 되고,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맺는 이야기가 된다. 가볍게 발을 들였다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관계의 늪. 이 늪에 더 깊어져 위험에 빠지기 전에 나를 구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운 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질 관계가 무엇인지 직감으로 알고 있다. 모든 관계가 얼마나 쉽게 시작되는지 생각하고 경험해 봤으면, 그 가벼움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힘들어하면서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매번 도전하고 믿어보고 싶더라.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에. 그래서 깊어지려는 습관이 생기나 보다. 마음을 조금만 가볍게 여기면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마음을 잘 주다 보니 계속 그 늪에서 상처받고, 이 딜레마가 그다음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그러니 더 이도저도 아닌 거 있지. 이 무게를 감당하고 지금 맺고 있는 관계의 끝에서는 미소를 짓고 싶다.



#. 이성

만남과 관계의 주체인 '이성'. 이 필수 불가결의 두 상극이 만나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들의 충돌로 만든 '사랑'의 스파크는 위대하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함께 손잡고 걸으며 웃고, 누군가는 길에서 개처럼 싸우고, 누군가는 혼자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까고 있겠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존재와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하고 맞춰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삶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이기에 손에 쉽게 잡히지도 않고 쉽게 놓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이 끈질기게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우리는 '연애'라고 부르고 있다. 

가장 설레고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다시는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읽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끊지 못한다. 앞뒤 생각 안 하고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이 관계를 누가 재미없다 할 수 있을까. 열린 결말인데. 처음엔 그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시작부터 다르기에 그 과정 또한 달라서 엔딩을 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복과 상처의 폭이 가장 큰 이 관계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각자의 상상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많은 이들과 스치게 된다. 맞지 않으면 자연스레 멀어지고 다음 주인공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구나 느끼며 이성을 대할 때 자신의 모습도 함께 바라보며 배워간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누구나 처음의 설렘과 순수함이 떨어지게 되고, 예전 같은 열정으로 그 관계에 임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어떤 관계보다 가장 중요했던 무거움 10%마저도 잃게 되는 날이 온다. 수차례의 실패로 지친 것이다. 하지만 본능은 숨길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점점, 연애 빠진 로맨스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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